편식하는 아이들, 내면에 부정적 감정 축적돼 있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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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솔루션: 우리 아이 왜 이럴까요?] (36) 편식하는 아이

편식하는 아이들이 있다.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고 좋아하는 것만 먹거나, 한두 가지만 고집하는 아동이다. 이런 아동은 음식에 호기심을 보이지 않거나 특정 음식만을 먹으려 한다.

음식을 만드는 부모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인다. 잘 먹는 아동에 비해 까다롭기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식하는 아동은 음식 섭취 의욕이 약한 아동, 특정 음식에 집착하는 아동, 그리고 심리적 편향 상태에 있는 아동 등의 특징을 갖는다. 편식하는 아동의 심리적 원인에 대해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1. 불안정한 정서 상태

편식은 정서의 불안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이런 현상은 아동의 병리적 증상에서 이해된다. 아동에게 신경증이나 공포증이 있다면, 음식을 편안하게 골고루 섭취하는 태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신경이 예민한 아동이나 강박적인 아동들의 경우, 음식 섭취 습관은 무관하지 않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아동과 가리는 아동은 습관이 다를 뿐 아니라, 성격도 매우 다르다. 이는 음식 섭취 태도가 성격을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사례일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동은 음식 섭취에 호기심을 많이 보이지 않거나, 그다지 관심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는 아동의 심리적 저변에 불안이 자리하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는 즐거움을 향유하지 못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런 아동의 심리적 저변에는 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아동이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공포이다. 심리학적으로 공포증 징후를 보이는 아동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으로부터 가학적 공격과 함께 버려짐과 상실감을 갖는다.

이런 아동의 공포증 징후는 동물과 그의 보모를 향한 가학적 경향의 출현과 평행을 이룬다. 이런 공포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점차 나비, 딱정벌레, 애벌레, 그리고 몸집이 큰 짐승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게로 공포감이 확대된다.

이는 나중에 아동이 동물과 일치감을 느끼게 만들어, 동물이 얻어맞거나 고통당하는 것을 자신이 당하는 것으로 감정을 이입시켜 고통스러워할 원인이 된다. 유난히 짐승의 고통을 보아 넘기지 못하는 아동에게는 그런 특성이 있을 수 있음을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2.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우

편식하는 아동은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부모가 해주는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정신분석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는 개념이다. 이 피해자 개념에 대해, 프로이트의 슈레버에 대한 사례와 연관시킬 수 있다.

슈레버가 경험한 굴욕적인 신체적 경험은 박해와 연관된다. 물론 그의 신체적 모욕은 신(神)에 의해 경험한 굴욕인지, 아버지의 엄격하고 냉혹한 훈련으로 경험한 굴욕인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슈레버의 사고체계에서 아버지가 미친 듯이 행하는 잔인하고 가학적인 육체적 고통은 자녀들을 훈련하기 위해 계획됐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는 슈레버가 스스로를 박해를 받고 있는 피해자로 자처하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주변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자신을 스스로 피해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에서 부모는 자신을 박해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편식하는 아동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존감이나 자율성이 항상 공격받고 있으며, 스스로 여지없이 피해자로서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이 가능해진다.

이때 아동과 부모 관계라면 부모는 박해자로, 아동은 박해받는 대상으로 도식화된다. 물론 힘의 우월에 따라 약자와 강자로 보일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다시 말해 강자는 박해자로, 약자는 박해받는 자로 여겨지는 것이다.

3. 자기애의 박탈

편식하는 아동은 내면에 부정성이 많이 축적돼 있다고 했다. 이는 긍정성보다는 부정성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이 부정성이 음식에 대해 좋고 싫은 것을 구분하게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내면의 자기애 결여로 볼 수 있다. 아동에게 자기애는 자기를 사랑하는 특성이지만, 대체로 긍정성의 총화로 이해된다. 자기애가 결핍된 아동은 누군가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면 가차 없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 반격을 가하는 편이다.

이런 시각에서, 편식하는 아동은 작은 단점이라도 지적당하면 견디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강한 공격성으로 대응한다. 파괴적 공격성은 자기애 박탈감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애적인 박탈감과 수치심은 편식하는 아동에게 굴욕감과 격노를 증가시킨다. 그러면 이들의 공격성은 투사라는 점에서 이해된다. 이 투사는 편집증 환자들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이후의 내사물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들의 방어기제로서는 매우 훌륭하게 사용되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코헛(H. Kohut)은 자기애의 발달적 병리의 시각으로부터 병리적 내사에 뿌리내린 고착되고 박탈된 자기애의 특징적 성향을 과대적 자기의 측면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편식하는 아동을 둔 경우에 해당되는 부모라면 전술한 심리적 원인을 참고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이는 법이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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