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림천과 함께 사라진 180인” 보고서 유엔 인권사무소에 제출

조정우 기자  jwcho@chtoday.co.kr   |  

ICNK 한국회원단체들이 지난 6월 26일 유엔 서울 인권사무소의 개소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노체인(No Chain)이 발행한 “My Fellow Inmates in Yoduk: The 180 People Who Disappeared with Seorimcheon, Yoduk (요덕수용소의 내 동료수감자들: 서림천과 함께 사라진 180인)” 보고서를 인권사무소에 제출했다.

본 보고서에는 정광일 노체인 대표의 기억에 기초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요덕수용소의 서림천 혁명화구역에 수감되었던 180명의 이름과 나이, 수감이유, 생존여부 등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서림천은 작년 중순까지 북한에 남아있던 정치범수용소 중 유일한 혁명화구역으로, 지난해 5월경부터 해체되어 지난 10월 말경에 모든 시설물이 철거된 것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 된 바 있다.

정광일 대표는, “서림천 혁명화구역과 함께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로 사라졌을 동료수감자들을 문건으로나마 남기게 됐다”고 보고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덧붙여, 정 대표는 “당시 400여 명의 수감자가 서림천에 있었는데, 지금은 서림천 자체가 사라졌다. 이 목록의 180명을 포함하여 서림천에 수감되었던 400여 명의 수감자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이들의 행방에 대해 북한당국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림천과 함께 사라진 180인” 보고서에는 현직 북한의 체신상인 심철호가 요덕수용소 수감되었던 사실을 포함하여, 북한의 검찰 등 고위 기관들의 충성경쟁으로 인해 빚어진 숙청사건, 독일 유학생시절의 말실수 등 다양한 연루사건들이 설명되어 있다.

보고서는 15호 정치범수용소의 6명의 경비원과 관리원들이 2004년과 2005년경에 숙청된 사실도 내부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밝히고 있다. 2003년 요덕수용소 석방 이후 한국행에 성공한 정 대표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정 대표의 석방을 수락한 수용소 경비원들이 이에 책임을 지고 모두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한, 보고서에는, 김동식 목사를 체포했던 회령 ‘곡산공장 보위부 체포조’에 의해 납치된 국군포로 2세 가족의 정보를 포함하여, 연길을 중심으로 1998년에서 2004경까지 활동한 북한 보위부 체포조의 활동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다. 체포조 행동원과 보위부 감방에서 함께 수감되었던, 정 대표는 국군포로와 그 가족, 탈북자사업과 연계된 조선족들, 한국인 선교사, 재일교포 등 30-40여명을 납치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한다.

그간 발표된 정치범수용소 관련 보고서들에 의하면, 북한의 현존하는 4개의 정치범수용소에 8만~12만의 수감자들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2012년 6월경에는 회령 22호 수용소가 해체되었으나, 회령에 수감되었던 수감자들의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현실이다.

본 보고서의 정리작업을 진행한 ICNK의 권은경 사무국장은, “수용소에서, 처형장에서, 보위부 감방에서 누구도 모르는 사이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어왔는데, 한 사람의 기억으로 180명의 존재를 기록하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국제사회는 이러한 실질적인 자료를 활용하여 북한당국에게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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