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간섭 이유로 한 과세 반대 주장은 무의미”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NCCK ‘종교인 납세 토론회’서 최호윤 회계사 등 발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회(위원장 황광민 목사)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인 납세 토론회’를 개최했다.

‘종교인 소득, 납세 의무의 예외 대상은 아닙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선 최호윤 회계사(교회개혁실천연대), 유경동 교수(감신대 기독교윤리학), 황광민 목사(NCCK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회 위원장)가 발제자로 나섰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닐지라도 사례비는 과세 대상”

먼저 ‘종교인(목회자)은 근로자는 아니지만 근로소득자이다’를 제목으로 발표한 최호윤 회계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근로자의 소득은 모두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근로소득세를 부담한다고 모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것은 아니”라며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는 신분’을 기초로 발생하는 소득이 아니라, ‘근로라는 일반개념의 활동 행위’를 기초로 과세 대상을 정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이러한 이유로 사업장의 대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매월 원천징수 절차 등으로 소득세법상의 근로소득세를 부담한다”며 “목회자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닐지라도 그가 소속된 교회에서 활동하면서 받는 사례비 및 급여는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업의 자유를 통한 자아실현과 공동체 비용 분담은 별개 차원의 논점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은 자아실현의 과정이고 세금은 공동체 비용 분담이라는 세상 질서 운영 과정으로 구분되는 체계”라며 “세법은 영적 가치관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질서의 차원에서 필요경비를 충족하자는 관점에서 근로소득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라고 종교인 역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계사는 또 “소득세를 과세하면 정부가 교회 재정에 간섭할 빌미를 제공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그럴 의도였다면) 정부가 소득세법이 아닌 증여세법을 근거로 언제든지 재정열람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득세는 간접적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기부금혜택과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 현행 증여세법 규정은 직접적 근거를 제공하므로 재정 간섭을 우려하며 소득세 과세를 반대하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최호윤 회계사, 유경동 교수, 황광민 목사. ⓒ김진영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최호윤 회계사, 유경동 교수, 황광민 목사. ⓒ김진영 기자

“종교인 특수성은 종교인 스스로 내세울 수 없다”

다음으로 유경동 교수는 ‘성직자 납세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제목으로 발표하며 “성직자 납세 문제는 이웃에 대한 책임과 도덕적 규범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기독교의 책무는 국가가 입법화 하려는 어떤 사안들에 대해 그것이 법의 목적과 공공선의 실현에 부합하는지 깊게 살피며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종교인의 납세는 사회 통합과 질서 유지에 공헌하며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정’이 될 것”이라며 “성직자의 과세가 법의 형식을 넘어서서 이웃을 염려하고 함께 공감하는 성숙한 조세문화로 발전하기 위해 신앙의 ‘빛과 열’이 더욱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종교인(목회자) 납세에 대한 본회(NCCK)의 활동과 입장’을 제목으로 발표한 황광민 목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관련 실정법은 납세의 의무를 규정함에 있어 직종의 구분을 명시하지 않고 있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게 납세의 의무를 가진다”며 “종교인의 특수성은 종교인 스스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 목사는 또 “대한민국은 종교인을 면세의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지 않기에 정부 주무관청은 종교인에 대해 과세의 의무가 있다”면서 “정부는 하루 빨리 종교인 납세와 관련한 논란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종교인 소득세 상담센터’ 등을 종교계와 함께 운영함으로 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과 속의 구분이라는 규범적 사고에 국한해 종교인의 권위를 지키려 한다면 이는 진정한 사회의 인정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납세의 의무, 이제는 종교인이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NCCK 김영주 총무도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개신교 일부에서 납세와 과세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등장함으로 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논란이 마치 개신교 전체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무는 “오늘 토론회는 납세에 대한 공교회 조직의 적극적인 찬성 입장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방침을 정하지 못해 사회적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에 대해 교회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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