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전 청소를 마치고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창 밖에서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서울역 광장 한구석 충분히 여유 있는 갓길에
행사를 위해서 3대 주차를 해놓았는데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즉시 달려 나가니
이미 딱지를 와이퍼에 끼워놓았습니다.
단속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차들은 광장 청소를 위하여
비품을 가지고 온 차량이고
파출소와 서울역에 신고를 하고
지난 해부터 청소를 해오면서
이곳을 사용한 것입니다!
서울시도 알고, 파출소도 알고 ......."
그러나 조금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순간 언성을 높였습니다.
"당신들은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있는 분들입니까?
질서를 세우고 서로 좋은 세상 만들자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서로 협조해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여전히 장벽처럼 듣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상대하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졌습니다.
"서울시를 위해서 벌금으로 보탠다 하면 될 일이다.
그만 두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손 목사님과 조 장로님을 비롯해서 몇몇 분들은
그들과 짧지 않은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결론은 이의서를 제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귀가 하면서 제 자신을 살폈습니다.
"나의 반응 속에 무슨 생각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7-80년대 젊은 날 불의한 권력에 대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내 마음 깊은 곳에 여전히 남아 있구나.
단속원들이 우리를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규정을 그들이 위반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행사 차량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엔 행사 차량임을 입증할
증명서를 붙이면 될 일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 경우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이의를 제기하면 되지 않는가?"
"그럼에도 여전히 감추어진 분노가 살아 있음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늘도 이 사회가 특권이 살아 있다는 생각 아래
그들의 법 집행이 갑의 횡포처럼 인식되기 때문은 아닐까?
자기편이나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집행을 하지 않는 그 묵언의 유착 말이다."
이런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실재하는 것일까?
홀로 한 동안 침묵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주연>
*오늘의 단상*
입을 닫고 귀를 열고
가슴에 축복을 담으십시오.
온 세상이 당신을 축복할 것입니다. <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