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에서 기자들이 방청하는 가운데 김동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오세택 목사, 백종국 교수, 이하 세반연) 주최 ‘2015 변칙세습포럼’이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진행됐다.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김동춘 교수(국제신대)가 ‘변칙 세습, 무엇이 문제인가’, 황광민 목사(석교교회)가 ‘교단 입장에서 바라보는 변칙 세습’, 고재길 교수(장신대)가 ‘교회 세습에 대한 사회문화적 성찰과 기독교윤리’를 각각 발표했다.

김동춘 교수는 변칙 세습의 현상과 실태에 대해 지교회를 설립해 아들이나 사위를 담임으로 보내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교차 세습이 양자 간을 넘어 여러 교회에서 이뤄지는 ‘다자 간 세습’, 조부의 목회지를 손자가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 등을 소개했다.

또 아버지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맡기는 ‘분리 세습’, 분리 세습과 반대로 아들이 개척한 교회와 아버지 교회를 합치는 ‘통합 세습’, 동서 간 교회를 대물림하는 ‘동서 간 세습’,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 등의 용어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교회 세습은 단지 교회 자본을 대물림하기 위한 교회 사유화 현상으로, 단지 담임목사직만이 아니라 교회의 물적 재산, 즉 교회 자본을 대물림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며 “더구나 아버지 목사가 아들이나 가족, 친족 중 1인에게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교회 사유화의 잘못된 관행이자 악습”이라고 밝혔다.

▲김동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교수는 “교회 세습은 교회의 사유화와 개교회화, 목사의 귀족화 등의 결과이지만,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하려는 욕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변칙 세습은 앞으로도 더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로 출현할 텐데, 세습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목사직에 대한 재정립과 의식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교회 사유화를 넘어 공교회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리회 황광민 목사는 ‘위장 담임을 통한 징검다리 불법 세습’에 대해 “2012년 세습방지법이 통과되자마자, 강남 한 교회에서 근처에 지교회를 세우고 부담임목사를 담임자로 파송했다가 1개월 후 담임목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본교회의 위장 담임자로 세우고, 다시 1개월 후 이를 발판으로 아들을 담임목사로 교체하는 징검다리 세습을 감행했다”고 사례를 발표했다.

황 목사는 “위장 담임을 통한 불법 세습을 시도하는 목회자들과 이를 묵인하는 행정책임자들의 신앙양심 및 준법정신 부재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며 “친분의 벽을 넘지 못해선 안 되고, 행정은 어디까지나 공교회가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바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고재길 교수는 한국 전통문화와 가족주의, 그리고 예수님의 개방적 가족공동체와 디트리히 본회퍼의 가족공동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교회 세습에 대한 문제가 개선되려면, 가족공동체의 개념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한국교회 안에서 새롭게 필요하다”며 “나사렛 예수의 ‘확대된 가족’과 개방적 가족공동체의 의미, 본회퍼의 하나님의 위임으로 존재하는 가족공동체의 의미는 가족주의와 교회 세습의 부정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 교수는 “지금은 목회세습을 시도하는 목회자들이 공명심이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된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본회퍼가 강조하는 ‘교회와 목회의 회복’이 한국교회의 ‘최종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반연 측은 각종 제보를 토대로 이날 공개한 ‘변칙세습 현황조사’에서 “세습을 진행한 총 122개 교회 가운데 37개 교회가 변칙으로 세습을 완료했다”며 “최근 변칙 세습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존의 목회세습방지법을 개정하는 등 다양한 세습 방식을 포괄적으로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단별로 변칙과 직계 세습을 망라한 총 세습 통계를 보면, 세습방지법을 가장 먼저 통과시킨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전용재 목사)가 40곳으로 가장 많았고, 예장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과 예장 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이 23곳, 11곳으로 뒤를 이었다. 변칙 세습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10개)도 감리회였으며, 예장 통합이 6곳으로 2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