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이 쓴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2008, 이레, 류시화역) 중에서 교육학박사 하녹 메카셔의 글을 보면, 미국의 인디애나 주의 작은 마을에서 15세의 소년(브라이언)이 뇌종양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방사선치료와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아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때 같은 반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돕기 위해 나섰는데, 자기들도 삭발을 하게 해 달라고 부모님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친구만이 ‘학교에서 머리카락이 없는 유일한 학생’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고난과 아픔의 동참과 배려였습니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자녀들의 머리를 삭발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그 뒤에는 삭발을 한 학생들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조영석 목사(재일대한기독교회 반석교회 담임).

오늘 2014년 종려주일이자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주일예배에, 지난 3월 16일 주일 때 전 교인을 대표하여 기도를 하신 후에 그 다음날부터 폐선암으로 입원을 하셨던 집사님께서 퇴원하셔서 첫 주일예배를 하셨습니다. 1차 항암치료를 받으신 후에, 갑자기 백혈구 수치가 높아지고 폐에 물이 줄어들어서 퇴원을 하게 된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세균이 전염될 수 있으니 가급적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조언을 참고하여, 전 교인은 마스크를 끼고 주일예배를 하자는 연락을 주고 받아서 아기들까지 마스크를 끼고 한국어 예배를 하였습니다. 얼마나 은혜고 감동인지 몰랐습니다.

예배를 인도하면서 기도와 찬송을 부르고 설교를 해야 하는 저로서는 많이 힘들 것 같았는데, 평소보다 설교가 조금 더 길어질 정도로 감사요 은혜였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마스크를 끼고 예배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지라도, 집사님에게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진다면 언제까지라도 감사의 마스크 예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교인들이 스스로 마스크를 가지고 오시면서까지 협력해 주신 것에 대하여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교회에서 마스크를 끼고 예배하는 교인들을 보고 쳐다보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전에 부목사 시절 때 모자를 쓰고 예배하는 교인에게 모자를 벗고 예배하라고 했는데, 모자를 벗으니까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병든 분을 보고 죄송해 했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인과 가족들이 혹시 일본 특유의 <남에게 폐 끼친다!?>는 생각을 하여 예배에 나오지 않는 길을 선택하지 아니하고, 교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협력을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하나님 앞에 나와서 영광을 돌리고 예배를 하신 우리 집사님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예배 후에 어느 집사님은 방독면이라도 쓰고 예배할 수만 있다면 감사라고 해 주셔서 더욱 은혜로웠습니다.

마침 이번 주간은 고난주간인데 각자의 은혜와 환경에 따라서 여러 가지 경건의 모습들과 실천사항들이 있겠지만, 이처럼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침묵하는 것도 좋은 모습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이집사님의 치유에 동참하는 행동하는 기도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비록 마스크로 입을 닫았지만 하나님 앞에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주님께서는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이렇게 선언해 주실 것입니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같이 뛰리라](말라기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