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준관 박사가 TBC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의 신앙적·선교적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시작된 TBC 성서연구원(원장 은준관 박사) 전국 순회 1일 세미나 성남·평촌·분당 지역 일정이, 11일 분당 선사교회(담임 박국배 목사)에서 진행됐다.

TBC 성서연구는 ‘Total Bible Curriculum(성서교육 총체교재)’의 약자로, 하나님의 구원 역사와 주권적 통치를 중심으로 창조 사건부터 언약 사건, 예수 그리스도 사건, 교회와 증언,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역사적으로, 본문 해석으로, 신학적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1막: 창세기, 출애굽, 하나님의 백성, 인간의 배신
2막: 제2출애굽과 민족의 회개, 율법주의
3막: 예수 그리스도와 전 우주적 구원, 증인 공동체
종막: 요한계시록

은준관 박사는 1960-70년대 미국 대학가를 휩쓸었던 성서연구 안내서인 <성서의 구원 드라마(The Unfolding Drmam of the Bible)>를 기초로, 성서 전체를 ‘하나님의 구원 역사’라는 한 편의 드라마로 해석한다. 구약은 창세기의 서막(Prologue)을 비롯해 출애굽과 하나님의 백성, 인간의 배신이 있는 1막과 제2출애굽과 민족의 회개, 율법주의가 있는 2막까지이며, 3막은 신약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전 우주 구원, 증인 공동체 등의 내용이 있다. 종막(Epilogue)에서는 요한계시록을 다룬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TBC 성서교재 제작자이자 원장인 은준관 박사가 ‘왜 구원사 성서 연구인가?’, ‘구약과 신약이 증언하는 하나님의 구원 드라마’, ‘교재, 준비, 진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 세 차례 강연을 전했다.

은 박사가 말하는 구원사 성서 연구의 목적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하나님 백성 모두가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임재와 만나고, 또 응답하는 신앙과 삶의 순례에 참여하는 것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구조적으로 ‘영상화’하고 구원의 흐름을 호흡하는 것 △성경의 텍스트(Text) 속으로 들어가 본문 말씀과 씨름하면서 본문을 담고 있는 창조와 타락, 배신과 구원이 교차하는(Context) 삶의 자리와 적나라하게 대면하고, 텍스트와 컨텍스트 사이를 뚫고 말씀하시는(Pre-text) 하나님 앞에 순종으로 응답하는 신앙(fides)과 삶의 순례를 하는 것 등이다.

그는 특히 20세기 3대 기독교 교육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루이스 셰릴(Lewis Sherrill)의 ‘being in becoming’ 방법론을 주목한다. 자아(self)는 하나님의 오심(계시)과의 만남에서 하나의 ‘존재(being)’가 되는데, 이는 계시적 차원이다. 이 존재는 하나님 앞에 응답(response)하면서부터 존재화(becoming)하기 시작하며, 이는 응답적 차원이다. 여기서 신앙은 단순히 믿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안에 새롭게 태어나는 것(being)이며, 동시에 하나님 앞에 응답하는(becoming) 과정이 된다. 이것이 바로 ‘being in becoming’이다.

역사적 갈등에 들어오시는 하나님, ‘선택’ 아닌 ‘들으심’이 먼저

은준관 박사는 참석자들 앞에서 신·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직접 분석했다. 은 박사는 ‘천지창조(창 1-2장)’에 대해 “창조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선하시기 때문에 창조가 아름다운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종말론적”이라며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씀은 창조의 미화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미하고, 그런 점에서 ‘창조 신앙’은 환경론자들의 그것과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 안에 있는 인간은 ‘하나님의 정원’에 있는 정원사”라며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은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적 존재라는 뜻으로, 인간만이 하나님 형상을 입고 하나님께 응답할 수 있으며 이 땅에서 유일한 창조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 박사는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내쫓으시면서 가죽옷을 입히신(창 3:21) 이유는 죄에 책임을 물으시면서 쫓아내시지만 사랑하시는 것으로, 심판하시면서도 품으신다는 은혜의 표현”이라며 “하나님은 인간이 단절됐다고 생각하는 그 속에서도 아벨의 핏소리를 들으셨다는 말씀처럼 우리의 호소를 듣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시는 역사이고, 반드시 역사 속으로 내보내는 것”이라며 “고통 당하는 이스라엘의 소리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부르신 모세는 죽어도 가지 못한다고 했지만 하나님께서 끝내 보내셨는데, 이것이야말로 ‘being이 becoming’이 된 것의 시작”이라고 했다.

특히 ‘역사적 갈등 안으로 들어오시는 하나님’에 대해 설명하면서 “하나님의 구원은 사람부터 선택하시는 게 아니라, 부르짖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심으로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은 모세를 선택하셨지만 그를 먼저 부르신 게 아니라 출애굽기 2장에서 보듯 이스라엘이 부르짖는 소리를 먼저 들으셨다”며 “하나님은 아브라함과의 약속을 기억하사 구원을 작정하셨다. 뿐만 아니라 가인에게 죽은 아벨의 핏소리를 들으셨던 하나님, 심지어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에게서 쫓겨난 하갈과 이스마엘의 부르짖는 소리도 들으신다”고 했다.

그는 “역사의 구원도 언제나 부르짖는 사람의 소리를 들으심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사람을 들어 쓰시지만 더 소중한 것은 사람들과 민족들이고, 그 다음에 사람을 부르시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신대원에서 공부하시는 목사님들께도 ‘목사가 있기 전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 목사가 있기 때문에 교회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고 이야기한다”며 “하나님의 백성들인 교인들이 먼저이고,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목회자를 보내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성직자가 먼저 존재하는 것은 가톨릭의 방식으로, 개신교는 거꾸로 하나님의 백성이 먼저”라고도 했다.

은 박사는 “기독교인은 ‘의로워진 죄인’으로, 여기 계신 목사님들이나 저나 교인들이나 사실 하나님 앞에 모두 죄인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의로워진 것 뿐”이라며 “이는 유월절이 그랬듯, 죄인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건너뛰시어 심판을 면하게 하심으로 의롭다 하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덴 추방, 애굽 노예생활, 이스라엘 멸망… ‘땅 잃고 얻는 과정’ 

여기서 구원사는 ‘땅’을 얻고 잃는 과정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landed people’과 ‘landless people’의 반복이다. 아브라함과 출애굽 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landed people’,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고 애굽에서 고통 당하며 남·북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바벨론으로 추방당하는 것을 ‘landless people’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being in becoming’과도 연결되고, 광야에서의 40년은 이러한 ‘테스트 그라운드’였다.

시내산에서의 언약인 ‘거룩한 백성과 제사장 나라(출 19:6)’에 대해서는 “민족의 구심점을 하나님께로 하는 것이 거룩한 백성이요, 세상의 아픔을 걸머지는 원심점이 제사장 나라”라며 “이스라엘이 이러한 민족이 되어야 하나님께 응답하는(becoming) 길이고, 이렇게 섬기기 위해 선택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수아 때까지 하나님께 응답했으나, 사사기에 접어들면서 ‘being in becoming’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은 박사는 “여호수아까지는 ‘여호와께서 함께하사’라는 말이 나오지만 사사기부터는 ‘여호와께서 진노하사’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근저에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 출애굽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가 있다”며 “하나님을 망각한 시대가 시작됐고, 그 자리에 바알신을 두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 백성’에서 ‘왕실의 종’으로 전락한 순간은…

이스라엘이 ‘하나님 백성으로부터 왕실의 종으로 전락하는 전환점’이 사무엘상 8장 1-19절이라고 그는 전했다. 은 박사는 “이스라엘 백성은 마지막 사사 사무엘에게 당시 강력했던 블레셋에 대항하기 위해 왕을 달라고 하는데, 하나님의 왕 되심을 거부하고 인간이 왕으로서 최고의 절대권을 갖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왕 되심을 섬겨야 하는 종으로서의 왕이 하나님을 서서히 거부하고 자신이 절대 왕으로 변신하는 과정이고, 여기서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원죄를 설명하면서 ‘피조성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왕이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왕이 될 수 없는 것”이라며 “왕이신 하나님을 거부하니 하나님께서 왕들을 때리시기 시작하는데, 다윗만이 겨우 회개하면서 용서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준관 박사는 “한국교회가 여기서 가장 조심할 것이 바로 솔로몬을 영광의 왕처럼 치켜세우는 것”이라며 “구원사에서는 왕국화가 오히려 타락의 역사로, 솔로몬은 무려 13년간 왕궁을 짓게 하면서 하나님 백성들을 왕실의 노예로 만들어버림으로써 멸망이 시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