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퍼의 영역주권론과 ‘동성애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개혁신학회·개혁주의생명신학회 공동학술대회

▲공동학술대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개혁신학회

▲공동학술대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개혁신학회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이경직 박사)와 개혁주의생명신학회(회장 이춘길 박사)의 ‘신학회복운동 공동학술대회’가 지난 10월 19일 서울 서초구 백석대학교 백석아트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조강연은 한국개혁신학회 측에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가 ‘카이퍼의 영역주권론과 반립 사상’, 주도홍 박사(신학은학문이아니다연구소 소장)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헤페와 바빙크를 중심으로’를 각각 전했다. 이 외에 각 학회 분과별 발표가 이어졌다.

카이퍼의 영역주권론과 반립 사상

김영한 박사는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는 신학자, 교육가이자 네덜란드 수상을 역임한 정치가로, 헤르만 바빙크·벤저민 워필드와 더불어 세계 3대 칼빈주의 신학자로 불린다”며 “그가 주장한 일반은총과 하나님의 영역 주권사상은 후대 개혁신학에 많은 영향을 줬다. 그는 일반은총 개념을 확장해, 교회 차원에 머문 좁은 칼빈주의를 현실 모든 영역에 적용시키는 신칼빈주의(Neo-Calvinism)를 제창했다”고 안내했다.

김 박사는 “‘영역주권(領域主權, Sphere Sovereignty)’은 카이퍼 사상의 핵심으로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이 주인이심을 선포하는 것이자, 하나님께서 사회 각 영역에 고유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셨다는 사상”이라며 “그는 교회·국가·가정·학교 등 각 영역이 독립적이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은 신자들이 각자 자리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실천하고, 사회 모든 영역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영역주권이란 한마디로 우주의 모든 주권이 하나님의 소유이고, 하나님께서 그 주권을 행사하실 때 한 사람 또는 한 기관에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고 여러 영역들에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른 말로 인간의 삶의 어떤 영역에서든 하나님이 주권을 갖고 계시고, 그리스도의 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

▲김영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

반립 사상(Antithesis)에 대해서는 “카이퍼는 수상으로 재직하던 1904년 3월 국회 연설에서 모더니즘을 초래한 ‘반립’의 실체를 이렇게 표명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하나님의 계시로부터 도출된 것으로 인위적 세계관과는 특징적으로 정반대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립이 지속적으로 학문의 모든 분야로 확장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반립 사상은 하나님의 왕국과 어둠의 왕국 사이의 투쟁을 말하는 것”이라며 “중생한 하나님 자녀들은 이 세상의 악한 세력에 대항해야 한다. 그러므로 칼빈주의자들은 ‘반립 사상’이 분명해야 한다. 창조자에게 순종하는 정신과 반역하는 정신 사이에는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반립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김영한 박사는 “신칼빈주의자들 중 일반은총론을 중심으로 삼은 이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불신자와 대화했지만, 반립 이론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신자와 불신자가 전제의 차이로 만날 수 없다는 전제주의(presuppositionalism)를 주장했다”며 “카이퍼, 바빙크(Herman Bavinck), 베르카우어(G. C. Berkouwer),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 등 다수는 일반은총에 기인한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문화 개혁을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반틸(Cornelius Van Til)과 룬너(H. Evan Runner) 등은 신자와 불신자의 전제 차이를 강조하였다. 오늘날 무신론적 세계관에 대해, 그것이 비성경적이라고 대립하고 변혁시키는 반립 사상을 분명히 제시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김 박사는 “그리스도인들은 무신론이 지배하는 삶의 영역에서 기독교 세계관(Thesis)을 가지고 비기독교 세계관에 대결(confrontation)과 반립(Antithesis)하면서 증오와 미움과 강제와 음모, 술수가 아니라 사랑과 온유와 인애와 설득과 선한 행실로 이들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선한 싸움의 특공대들”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봉직하는 직장의 영역이 하나님께서 부르신 소명의 처소로 알아, 어떤 영역이든 그 곳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이 드러나도록 일해야 한다. 그 영역은 교회와 선교를 넘어 정치·외교·기업·군·법조·의료·교육·예술·언론·스포츠·연예 등 삶의 전 영역이다. 이것이 기독교 복음의 공공성(公共性)이요 기독교세계관 운동”이라고 했다.

끝으로 “오늘날 개혁교회와 신학은 현대 세속 문화에 침투해 들어오는 하나님을 적대하는 문화마르크시즘과 젠더주의 세계관에 대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증언하는 문화변혁의 일을 다해야 한다. 카이퍼의 영역주권론과 반립사상은 그 이론과 전략을 제공해주고 있다”며 “그의 사상은 갈등에 있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동성애 차별금지법 및 각종 자유주의·인본주의 사상, 문화마르크스주의에 대립해 성경과 성령의 능력에 입각하여 자유민주사회의 기본 질서의 원리를 제시하는 중요한 의미를 제시한다”고 정리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반지성주의?

이후 주도홍 박사는 “20여 년 전 장종현 박사가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를 외쳤을 때, 신학계와 교계의 반응은 냉소적이거나, 반(反)지성주의라는 비난 두 가지였다”며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신학자들 대부분이 신학의 학문성에 대해 많은 질문과 숙고를 했고, 신학이 그저 학문이라는 정의에 단순히 또는 맹목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운을 뗐다.

▲학술대회 모습. ⓒ한국개혁신학회

▲학술대회 모습. ⓒ한국개혁신학회

주도홍 박사는 “독일 19세기 개혁신학자 하인리히 루드비히 헤페(Heinrich Ludwig Julius Heppe, 1820–1879)는 신학은 아는 것이 아니라 믿는 생활습관으로서 초자연적이며,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그 원리는 인간 이성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리신 계시(divina revelatio)라고 했다. 신학은 부분적으로 이론적이고, 부분적으로 실천적이라고 말했다”며 “그는 ‘성령에 의해 우리 마음이 직접 열리지 않고서는 성경이 권위도 정당성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주 박사는 “네덜란드 개혁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는 신학에 대해 ‘하나님 그의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공부하고 사고하며, 그 내용을 묘사해 하나님께 영광이 되도록 시중을 든다. 그러므로 신학자는, 모름지기 참된 신학자는 하나님으로부터(out of), 하나님을 통하여(through), 하나님에 대하여(about) 말하며, 이러한 일이 언제나 하나님 그의 이름에 영광이 되도록 한다, 많이 배운 자와 단순한 사람 사이 차이는 수준의 정도일 뿐’이라고 했다”며 “신앙은 언제나 지성에 앞서고, 신학은 신앙으로부터, 신앙으로 말미암은 것 외에 다른 내용은 없다. 신앙을 포기하자마자, 신학은 존재를 멈춘다. 신학의 끝과 시작은 신앙”이라고 인용했다.

그는 “학자들의 신학 이해를 종합하면, 학문을 업신여기지 않으나 신학은 인간 이성에 권위를 부여하는 과학이나 학문이 아니고, 신앙과 계시, 성령의 조명을 받는 신앙 안에 있는 거듭난 이성을 도구로 행해지는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삶”이라며 “정리하면 신학은 학문이 아니고, 거룩한 찬양과 예배가 함께하는 삶이다. 그렇다면, 장종현 박사가 말하는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라는 외침에 ‘냉소적’일 필요도, 그것을 ‘반지성주의’라고 비난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학은 왜 학문이 아닌가?

앞선 개회예배에서 ‘신학은 왜 학문이 아닙니까(요 17:3)?’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백석대 총장)는 “학문은 지식만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영생을 주거나 구원을 약속하지 못한다. 신학을 바르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문이나 이론이 아니라 성경을 연구해야 한다. 참된 신학을 위해서는 우리가 연구하는 성경 저자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고, 성경이 하나님의 완전한 계시임을 믿어야 한다”며 “이 사실을 믿을 때 하나님의 오묘한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 신학이 학문이 아니라는 제 주장과 신학을 학문으로 여기는 신학자들의 주장은 바로 이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학술대회 개회예배 모습. ⓒ한국개혁신학회

▲공동학술대회 개회예배 모습. ⓒ한국개혁신학회

장종현 목사는 “하나님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 알면 알수록 겸손하고 섬기고 희생하고 충성하게 돼 있다. 이것이 신학 공부의 원리다. 그러나 오늘날 신학자들이 많이 배출됐지만, 정작 그분들이 교회에 가서 섬기지 않는다”며 “사례금이 있든 없든 교회에 가서 겸손하게 섬기려 할 때,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높이 들어 쓰실 것이다. 하나님을 진정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주의 말씀을 사모한다면, 서로 섬기고 봉사하고 희생하면서 허다한 허물을 덮어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 목사는 “신학은 우리가 하나님을 연구해서 찾아가는 학문이 아니다. 신학은 하나님께서 보여주시고 깨닫게 해 주시는 뜻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학은 절대로 학문이 아니”라며 “물론 학문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교수님들에게 배우고 궁금한 점은 묻고 토론하면서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 기초에만 머물고 그것만 붙들면 신학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학문은 결코 구원도 영생도 행복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 신학이 학문이 아닌 이유에 대해 ①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②영이신 하나님은 학문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③참된 신학과 달리, 학문은 구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등을 꼽았다. 그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복음이고, 신학의 결과는 지식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나타나야 한다. 예수님의 성품과 인격으로 나타나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학이 성령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학문에 그치고 만다. 학문적 성과를 내세우고 우상화하면서도, 그것이 우상인지도 모르고 사는 것이 일부 신학자들의 모습”이라며 “그렇다 해서 신학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신학계와 신학자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신학자나 신학교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다. 신학자가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복음을 떠받치는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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