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상담을 마쳤는데,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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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마음의 문제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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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음이 상한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사람, 남편의 통제로 답답해하는 아내, 부모님을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 어린 시절부터 늘 외로웠던 사람, 결혼을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 관계가 늘 버거운 사람, 불안감으로 늘 살아가는 사람, 문제 자녀로 고민이 많은 부모, 화가 통제되지 않는 사람 등이 제가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면서 수십년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에 관심이 많고, 그 마음의 고통이 기쁨으로, 그 기쁨이 평안으로 바뀌는 것을 늘 그려보며 살아갑니다.

만인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에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876번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모두 같은 뜻은 아닙니다. 마음과 관련된 성경구절을 읽고 그것의 영어 의미를 찾다가 몇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한국어로 똑같이 ‘마음’으로 번역된 단어는 어떤 경우 ‘Heart’이고, 어떤 것은 ‘Mind’, 어떤 것은 ‘Spirit’도 있습니다. 여기서 마음은 생각과 영(靈)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학문이 있지만,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 심리학입니다. 영어로는 ‘psychology’, 인간의 정신(psyche)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마음이 정신과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사물에 대해 어떤 감정, 의지, 생각 등을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상태’입니다. 여기서는 마음이 지·정·의와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을 이렇게 정의하기도 합니다. ‘감정, 생각,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를 잡는 사람 가슴 속에 있다고 믿어지는 공간’.

지금까지 마음에 대한 설명을 다 합쳐보면, 마음은 생각, 감정, 의지, 우리의 영, 기억 등과 관련해 우리에게 반응하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음이 왜 중요할까요? 많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예를 들면 아무리 조건이 좋고 잘 생기고 주위에서 사귀어 보라고 권해도, 요즘 젊은이들은 마음이 가지 않으면 어른들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젊은 청년에게 조건 좋은 치과의사를 소개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마음이 동해야 움직입니다.

수년 전 방송이지만, KBS에서 ‘마음’을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마음을 ‘나를 지배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언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두통약이라며 지급한 비타민이 실제로 치료 효과가 있었고, 심지어 새로 개발한 암을 치료하는 약이라고 속여 약을 먹였더니 암세포가 사라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믿으면, 실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은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은 육체적 건강을 돌보는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너무 많이 노력하지만, 마음을 돌보는 일은 등한시합니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들이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데, 마음의 병들은 대부분 마음의 가장 중요한 파트인 ‘생각’이 왜곡돼 있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과 세상과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자신을 한없이 불쌍하게 보기도 하고, 세상에 소망이 없어 살 이유가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불안 장애로 힘들어 하는 사람은 최악의 상황을 자꾸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다며 ‘이제 내게서 마음이 떠났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조현병에 걸린 사람은 망상적 사고를 합니다. 예를 들어, 성관계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10대가 매독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욕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분노가 잘 생기는 사람은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강박증은 원치 않는 생각이 자꾸 떠오릅니다. 예를 들면, 내 손이 자꾸 감염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잘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생각하고, 평소 생각 훈련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마음의 생각을 지키는 훈련을 위해 감정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갑자기 힘들어지거나 낙담하거나 화가 나면 그것을 신호등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어느 날 상담을 마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어떤 감정을 지금 경험하고 있는지, 그 감정 뒤에는 어떤 생각이 나는지 파고드니, 제 안에 ‘내가 실패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더 깊은 곳에는 ‘나는 충분하지 못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상담 결과는 전적으로 나에게만 달린 것이 아니기에 삶이 실패가 아니라 배움의 연속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제 마음을 다루자 다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여러분은 감정적 고통이라는 사인을 통해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생각은 우리 감정과 행동에 직결돼,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각 훈련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마음’을 아름답게 지켜갑시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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