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도 감독, <기적의 시작> 이어 내년 여름 개봉 목표로 제작 중
백 장군, 실제 전투 현장 방문해 당시 상황 증언
고인과 교류 많았던 美 3·4성 장군들 인터뷰도
수많은 스태프·장비 동원해 대형 전투신 촬영
절망적 상황 앞에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한 뒤
하나님과의 약속 지키려 교회에 열심히 출석
“진짜 영웅들은 내 지휘에 따라 희생한 부하들”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영화를 꾸준히 제작해 온 권순도 감독이 또 한 번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스크린으로 옮긴다.
권순도 감독은 이승만 대통령 영화 <기적의 시작>에 이어, 백선엽장군기념사업회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 4성 장군인 백선엽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권 감독은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2003년부터 백선엽 장군을 자주 만나 교류하고 촬영해, 백 장군에 대한 희귀한 기록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선엽 장군은 생전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했으나, 그가 직접 전투 현장에 가서 당시 상황을 설명한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백 장군의 인터뷰는 대부분 그의 사무실 또는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권 감독은 특별한 기회로 백선엽 장군과 함께 임진강을 비롯해 임진각, 파평산, 다부동, 지리산 등 전·후방 전투 장소에 가서 백 장군이 6·25 전쟁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권 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미국 주요 인사들과도 많은 접촉을 했다. 동생을 통해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손자·손녀와 접촉했고, 백 장군과 생전 많은 교류가 있었던 미국 3·4성 장군 등을 인터뷰해 작품의 권위와 객관성을 높였다.
이번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독립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수많은 스태프와 장비를 동원한 대형 전투신을 촬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1950년 8월 다부동 전투 상황도 세밀하게 복원했다.
국군과 인민군 군복, 당시 사용된 총기와 소품들까지 세밀하게 준비, 마치 1950년으로 돌아간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권순도 감독의 철저한 준비와 많은 인원의 협력 덕분에 독립영화에서 볼 수 없는 대규모 전투 장면들이 재현됐고, 숲 속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도 완성됐다.
6·25 전쟁 초기, 압도적인 공산군의 병력과 화력에 밀려 후퇴하던 국군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최후의 방어선을 지키던 중 다부동 전투에서 부하들(육군 1사단 11연대 1대대 소속)이 산에서 후퇴한다는 보고를 받은 백 장군은 황급히 현장으로 달려간다.
절망적인 상황을 직접 목격한 그는 당장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교회를 열심히 다니지 않았던 백 장군은 그 날 기도 이후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회에 열심히 다녔고, 후에 영락교회 안수집사로 시무했다.
후퇴하는 병사들을 모아 놓고 연설한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바다밖에 없다!”, “더 이상 후퇴하면 망국이다”, “내가 선두에 서겠다. 내가 후퇴하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가슴을 울리는 백 장군의 호소는 후퇴하던 국군 병사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결국 병사들은 용기를 내 반격에 나서 전세를 역전시키고 승리를 거뒀다. 최후의 방어선이라 할 수 있는 낙동강을 지켜낸 국군은 유엔군의 부산 상륙을 원활하게 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9월 15일 인천상륙 작전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백선엽 장군은 생전 “진짜 영웅들은 내 지휘에 따라 전투하며 전사하고, 희생당했던 내 부하들”이라며 “나는 오래 살면서 누렸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뜻을 여러 번 전했다고 한다.
권순도 감독은 영화 <승리의 시작>을 통해 백 장군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수많은 민간인들, 소년병, 학도병 이야기도 함께 담아내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