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박사 “‘기후 변화 위기’ 몽골 경제, 옥수수로 회복 가능”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21년간 꾸준히 진행해 온 육종 사업 결실

광활한 초원과 유목의 땅 몽골에 위기가 닥쳤다. 지난 겨울 이례적으로 혹독한 추위로 몽골 전역에서 전체 7천만 두의 가축 중 10%에 달하는 7백만 두의 가축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은 것이다. 건조한 여름 뒤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는 ‘주드(dzud)’라는 기상 이변으로 발생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10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던 현상이 지난 10년 동안 5번이나 발생했고, 특히 작년은 심각해서 동부 고산지 가축의 70%가 폐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 가축들, 특히 염소들이 생산하는 케시미어는 광물 자원 다음으로 몽골의 2대 수출 품목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한동대학교 석좌교수이자 국제 기아 구호 NGO 국제옥수수재단(ICF) 이사장인 김순권 옥수수 박사는 옥수수를 주 사료로 하는 정착 축산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김 박사는 “몽골은 넓은 땅에 의지해 800년째 초지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유목 경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와 어린 뿌리까지 파먹는 염소들의 섭식 특성으로 인해 몽골의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고, 이에 따라 겨울에 가축들이 폐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축을 정주시키고 넓은 땅에 옥수수를 재배해서 그 열매와 식물체를 양질의 사료인 사일리지로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21년간 이를 목표로 몽골에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옥수수 육종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이는 오로지 이름 없는 국민들의 후원 덕분이다. 그는 지난 9월 9일부터 일주일간 몽골 옥수수 육종 평가와 유엔국제개발계획(UNDP)와의 협력 사업을 위해 몽골을 다녀왔다. 이 기간 동안 ‘주드’로 인한 몽골 경제 피해와 더욱 절실해진 정착 축산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의 방문에는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단국대 맹민수 교수(바보와나눔재단 지원), 미래전략연구소(RISTI) 이우성 대표, 나우피드 이상태 전무, ICF 몽골지부장 고재형 박사가 동행했다.

▲UNDP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 ⓒ김순권 박사 제공

▲UNDP 관계자들과 찍은 사진. ⓒ김순권 박사 제공

ICF는 21년째 수도 울란바토르 북쪽 250km 몽골 제2도시 다르항(해발600m)에서 몽골농과대학 북부농업시험장과 협력하여 옥수수 종자 재발을 추진해 왔다. 금년에는 종자 수급이 늦어, 5월 31일 파종한 결과 키는 2m 이상 자랐으나 알맹이가 익지 않았다. 하지만 겨울에 중국 북부 유전자원을 ICF 캄보디아 비오센터(Bio Center)에서 육종 교배를 시행, 안전 다수확 가능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20년 몽골 정부에 공식 등록한 MCP(Mongolian Corn Population)의 고산지(1,200m) 적응종 MCP-2 육종과 조생종 하이브리드도 육종할 수 있게 됐다. 북으로 갈수록 고도가 낮아지는 몽골의 지형을 감안하면 러시아의 브리야트 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재배가 가능한 것을 3년간 확인한 바 있고, 북한의 개마고원, 미국 몬태나주 고산지, 캐나다 북부, 러시아 벨고로드주와 몽골 서부 지역 토종을 수집해 한 집단(품종의 넓은 유전자 풀)을 형성한 것이다.

면담한 몽골농림부 나란출룬 겔렉잠츠 축산국장은 방문을 마감하면서 “몽골의 축산 개량 사업에서 옥수수의 중요성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 옥수수가 식량 자원이 된다면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몽골 사람들의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몽골 대통령과 농업장관도 최근 중국에서 수입한 옥수수로 젖소를 사육하는 농가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중국 수입 옥수수는 김 박사가 개발한 MCP에 비해 사료 효과가 떨어지고, 열매를 종자로 그대로 파종할 수 있는 MCP와 달리 계속 종자를 수입해야 한다는 약점도 있다.

사실 정착 축산이 본격화되면 그 결과로 가축의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통해 유(乳) 생산량도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캐시미어의 양과 질도 높아져 몽골의 수출 전망은 더욱 밝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김 박사는 UNDP, KOICA, 몽골 농업부가 공동 지원해서 MCP 종자를 증식, 내년 30개 축산 농가에 시범 재배케 하고, 이듬해는 6천 농가, 3년째는 전국 120만 농가에 보급, 몽골 축산 혁명의 완성하자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몽골 정부는 3년 만에 몽골 축산을 통째로 바꿀 선택을 앞두고 있다.

▲몽골 농림부 축산국장과 면담 중인 김순권 박사(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김순권 박사 제공

▲몽골 농림부 축산국장과 면담 중인 김순권 박사(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김순권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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