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선언문과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의 ‘동성애’ 비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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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금은 힘을 합할 때

차별금지법 강력히 반대하는 분명한 신앙고백 표명한 의미
로잔 선언문은 ‘신학 선언’, 법안 명칭 없다고 문제 삼는 건
기우 불과… 신학적 타당성 갖고 다음세대 살리는 운동하길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 없어
본질적 인식 동일… 부수적 차이 상호 존중, 아름답게 동역을
서구 교회와 진보 진영에게는 오히려 ‘매우 불편한 선언’ 평가
한국만의 선언 아니라 전 세계 교회 향한 중보기도적 선언 뜻

로잔 서울선언문 56-70항(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논란이 대회 마치고 일주일이 지난 아직까지 사그라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특이할 만한 점은, 진보 성향 기독교 진영과 보수 성향 기독교 진영이 각각 정반대의 이유로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측 진영의 비판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독 진보 진영 “동성애를 죄악으로 선언하다니!”
vs
반동성애 보수 진영 “동성애를 인권으로 미화하다니!”

물론 위 입장은 양측의 극단에서 목소리(opinion)를 내는 이들을 의미한다. 그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담론을 생성하면, 일반적인 중도의 사람들은 그들의 견해를 선택해 따라간다. 로잔 서울선언문 문구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자세히 분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에 소위 전문 지식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의 평가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결국 대다수 사람들은 양분화된 진영의 전문가들 입장을 선택하기 때문에, 먼저 양 진영 입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기독교 진보 진영은 늘 그랬듯 동성애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강조해 왔다. 그들은 퀴어축제 같은 동성애 행사에도 성부, 성자, 성령 이름으로 축복기도를 해주며, 동성애도 혐오하면 안 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번 로잔 서울선언문은 그들에게 매우 불편한 선언이다. 왜냐하면, 현재 서구교회 흐름은 동성애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완전히 대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구교회들은 교단의 헌법을 바꿔 “동성애는 기독교와 양립할 수 없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오히려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를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세계 기독교의 흐름 가운데 서울 로잔선언문은 그들에게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선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고백한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선언하다니!”

반면 기독교 보수 진영은 지난 10년 동안 반동성애 운동을 전개해 왔다. 성을 매개로 다음세대와 가정, 사회질서를 뒤엎으려는 급진적 젠더주의에 대항하여 지속적으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해 왔다. 동성애를 미화하는 문화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동성애를 인권화하려는 국가 정책과 법에 빠르게 대응하여 지금까지 수십 차례 시도되던 동성애 차별금지법을 막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현대판 아스팔트의 세례 요한들이다. 이들의 외침을 통해 이제 한국교회는 동성애 문제의 실체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큰 문제가 생긴다. 그동안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 왔던 몇몇 지도자들이 로잔서울선언을 보며 이렇게 한탄했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인권으로 미화하다니!”

구체적으로, 모 단체들의 성명에서는 로잔 서울선언문이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세력에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성명서에는 정확히 로잔 서울선언문 몇 항이 문제라고 언급되지는 않는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69항의 “교회가 동성애를 느끼는 형제 자매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함을 회개한다”는 문장이 걸림돌이 된 것 같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 온 한 목회자의 입장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성애 크리스천에 대한 인권문제는 언급하면서, 동성애 확산을 반대해온 사역자들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목회자는 로잔서울선언 69항과 70항이 친동성애적이며 동성애를 죄라고 명백히 선언하지 않는다고까지 주장한다. 또 3차 로잔대회 케이프타운(2010)의 문서와 비교해 로잔 서울선언문이 오히려 동성애 젠더 이슈에 관해 성경적 기준에서 오히려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케이프타운 비공식적인 사전 의견 문서를 비교 대상으로 삼은 실수를 했다. 마이클 고케 등 인용한 Adavnce Paper(사전문서)은 공식 선언을 만들기 위해 제출된 한 개인의 의견일 뿐, 로잔은 공식 입장으로 채택한 적이 없다. 참고로 로잔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서는 로잔 언약(1974), 마닐라 선언(1989), 케이프타운 서약(2010) 등 대회 공식문서들과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Great commission), 그리고 Lausanne Occasional Paper가 있다.

세 성명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로잔 서울선언문 69항에서 “동성에게 끌리는 기독교인들에 대해 사랑이 부족했음을 회개한다”는 문장은 친동성애적이며, 그러므로 동성애를 명백한 죄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인정한 선언이라고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인정하지 않는 선언이라고 비판을 하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물론 모든 반동성애 보수 진영의 입장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당연히 로잔 서울선언문을 지지하고 칭찬하는 입장을 가진 분이 더 많다.

사실 로잔 서울선언문 내용을 정당하게 평가하려면, 어떤 비교할 수 있는 유사한 신학 자료가 있어야 한다. 특히 인간의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비슷한 복음주의 신학 선언문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국내 복음주의 신학회의 선언문이 이미 6년 전 발표된 자료가 있었다. 간단히 그 내용을 로잔 서울선언문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이는 1,000여 명의 회원과 45개 대학과 신학전문대학원, 대학교가 소속된 한국 최대의 신학관련 학술단체인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지난 2017년 ‘성, 가정, 사회’라는 주제로 열린 69차 정기 논문발표회에서 결의한 선언문이다. 여러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신중한 검토를 통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선언문이 채택됐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을 기준으로, 로잔 서울선언문에서 연결되는 부분을 아래와 같이 비교해 보았다.

▲로잔 서울선언문과 한국복음주의신학화의 동성애 관련 항목 비교 분석표. ⓒ행크연구소

▲로잔 서울선언문과 한국복음주의신학화의 동성애 관련 항목 비교 분석표. ⓒ행크연구소

이상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관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2017)과 로잔 서울선언문(2024)을 비교분석한 결과였다.

​두 선언문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성애는 성경 말씀 기준에 따라 창조질서를 위반한 죄악이다.

둘째, 동성애 성향이 있는 기독교인 자체를 인정한다. 그들에게 성화를 위해 예배 참여, 목회적 돌봄, 그리고 제자양육 훈련 등 받을 자격이 있음을 인정한다.

셋째, 교회는 동성애자들을 진심의 이해와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두 선언문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동성애 기독교인에게 교회의 성찬과 직분 등의 회원권을 제한한다고 하는 구체적 목회 지침이 기술된 반면, 로잔은 동성애 기독교인에 대한 어떤 제한은 언급하지 않는다.

둘째, 한국복음주의신학회와 로잔은 동성애자를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전자는 동성애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확한 반대와 교정의 표현이 쓰였고, 후자는 직접적으로 정죄하는 표현을 회피해 간접적이고 자기 고백적 표현으로 보다 완곡하게 기술됐다.

셋째, 그러므로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교회가 동성애자에 관해 다소 공격적 입장으로 그들이 먼저 변화돼야 함을 강조하며, 로잔은 동성애자에 대해 다소 방어적 입장을 취하며 교회가 먼저 변화해야 함을 강조한다.

정리하면, 로잔 서울선언문의 인간의 섹슈얼리티 관련 항목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관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과 비교하면, 동성애에 대한 인식과 목회적 돌봄에 관한 입장은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표현 방식에 있어 교회가 먼저 동성애자를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동성애자가 먼저 교회를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 차이로 귀결된다.

이는 다시 처음의 진영 논리로 돌아와, 일부 반동성애 보수 진영 지도자들이 로잔 서울선언문이 동성애를 ‘죄’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사랑의 방향성 차이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말한다. “당신은 동성애를 추구하는 죄인입니다. 당신이 성화되기 위해 당신은 분명히 이렇게 해야 합니다!” 한편 로잔 서울선언문은 “당신은 동성애를 추구하는 죄인입니다. 당신이 성화되기 위해 우리(교회)가 이렇게 하겠습니다.”

사실상 둘의 목적지는 같으나 접근 방식만 다른 것이다. 일부 반동성애 보수 진영의 로잔 서울선언문에 관한 비판적 입장은 동성애자를 돌보는 접근 방식(caring approach)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또 생각할 점은,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에도 로잔 서울선언문과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이 선언문이 발표된 2017년 당시 상황은 국회에서 4년 동안이나 중단됐던 ‘차별금지법 입법 논의’를 재개한 시점이었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정말 아찔하다.

2013년 2월,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과 ‘차별금지법’을 발의해 국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것이다. 그러나 2주간의 짧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기독교계의 신속한 대응으로 10만 명 이상의 반대의견이 등록돼, 이를 의식한 국회가 결국 입법을 철회했다. 이렇게 차별금지법 이슈가 끝난 줄 알고 긴장을 풀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입법 논의가 시작됐기에, 한국복음주의신학회에서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신학적 선언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여 민감한 주제의 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그 자체로 시대에 필요한 ‘선지자적 목소리’를 훌륭하게 감당한 것으로 본다. 당연히 그 누구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에 대해 ‘차별금지법에 관한 언급이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다.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의 역할은 ‘차별금지법’을 강력히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분명한 신앙고백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차별금지법’이라는 법률용어는 국회의원의 입법의도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2020-2024)만 하더라도, 성혁명적 요소를 담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평등법안, 군형법 개정안,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발의된 바 있다. 더욱이 기독교계가 절대적인 반대를 표명해야 하는 반기독교적 요소를 포함하는 법안은 이보다 훨씬 많다.

가족 해체와 관련된 법안은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모자보건법 개정안, 동성커플의 공동입양을 허용하는 민법 개정안’ 등도 있다. 낙태 등 생명을 인간의 결정으로 파괴할 수 있는 법도 ‘모자보건법 개정안,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보장 기본법안’ 등이 있다. 표현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반기독교적 법안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의 이름으로 기존에 있던 법률의 세칙을 개정함으로 실질적인 차별금지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친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법안으로 ‘교원지위법 개정안,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특별법안, 아동기본법안,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등의 이름으로 실제로 입법이 시도됐다.

대부분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상, 법안 이름만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반기독교적 요소가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자평 법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에만 총 70개의 반기독교적 악법의 입법이 시도됐다.

이처럼 법안 이름은 수십 가지로 변형돼 발의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시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되는 신학 문서에 법안 명칭이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추후 전혀 다른 법률 이름으로 반기독교적 악법 제정을 시도할 때 오히려 용도 폐기된 법의 명칭을 포함한 신학 문서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일부 반동성애 진영 인사들이 로잔 서울선언문에 ‘차별금지법’ 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문제를 삼는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한국복음주의신학회의가 ‘차별금지법 반대’ 같은 법률용어를 넣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신학 선언문의 한계를 지킨 것이다. 로잔 서울선언문도 동일한 선을 지킨 것일 뿐, 차별금지법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다. 이제 복음주의 연합의 선언문이 나왔으니, 이를 토대로 더욱 신학적 타당성을 가지고 다음 세대를 살리는 반동성애 운동을 해 나가면 될 것이다.

비록 각자의 사역 방식과 부르심의 영역이 다를지라도, 어떤 한쪽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자칫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연합을 깨뜨리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에게 밀려오는 동성애 젠더 사상의 흐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권력과 자본의 힘을 가지고 자녀 세대의 영혼을 파괴시킨다.

이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누구도 혼자서 이 거대한 글로벌 영적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역시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내가 싸우는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거룩한 연합은 이뤄질 수 없고, 그로 인해 어둠의 역사는 더욱 기승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동성애를 죄로 바라보는 본질적 인식이 같다면, 그 외의 부수적 차이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고유의 은사가 잘 발휘되도록 서로 간에 중보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더욱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함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한 아름다운 동역을 이루어 가길 소망해 본다. 우리는 주 안에 한 부르심을 받은 동역자이니 말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 교회의 영적 리더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번 제4차 로잔 서울대회는 200여개 국 5천여 명의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인 역사적 행사였다. 전 세계를 비추는 놀라운 성령의 불빛이 밝혀진 것이다.

로잔 서울선언문은 한국만을 위한 신학 선언이 아니라, 오히려 전 세계 교회를 향한 중보기도적 선언이다. 세계교회의 현실은 한국교회가 느끼는 현실보다 10배, 100배는 더 열악하다. 우리는 세계교회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 겸손히 헌신하며, 이제 그들을 위한 영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줄 믿는다.

장선범 목사(행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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