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진의 묵상일상 30] 넓은 가슴 소유하게 해
흑과 백 머물던 생각이 폭 넓어져
읊조리고 긁적이는 힘, 사람 변화
마음 새겨지면, 나 지탱하는 반석
묵상하는 사람, 곧 질문하는 사람
말씀 통해 꽃피우는 인생 살아야
유연한 태도, 너른 마음, 성숙까지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는, 곧 읊조리고 생각하고 또 읊조리는 묵상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 포용력과 수용력이 넓어지는 일이다. 관대해진다고 할까.
흑과 백에 머물던 생각 너비가 좀 더 폭 넓어진다. 글이 지닌 힘 때문이다. 글을 읽는 일에도 힘이 있는데, 살아있는 하나님 말씀을 읊조리고 생각하며, 긁적이는 힘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우리 선조들이 읽고, 외우고, 쓰고 했던 이유는 높은 자리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만 보더라도, 읽고 쓰는 일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지 않는가(정약용의 아버지의 편지를 읽어보라). 읽고 쓰는 사람이 인생을 다르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말씀은 읽고, 또 읽어야 하는 글이다. 하나님 말씀은 읽고, 읽는 일을 품고 읊조리며, 되새겨 삶에 새겨야 하는 글이다. 하나님 말씀이 마음에 새겨지면 그 말씀은 나를 지탱하는 반석이 된다. 옹졸하게 사람을 마구잡이로 판단하며, 편 가르기에 앞장섰던 내가, 뒷담화를 생활화했던 내가, 입을 다물게 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가 무엇인가?”
“하나님 말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하나님 말씀이 내 삶 속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은 곧 질문하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답을 찾고, 얻기 위한 질문을 시작한다. 이미 정해진 답에 힘을 싣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만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길러진다. 하나님 말씀 묵상은 믿음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 참여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잘 살아야 한다. 하나님 말씀으로 꽃을 피우는 인생으로 살아야 한다. 하나님이 나를 택하시고 부르셔서 맡겨주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영부영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권을 지닌 존재가 아니다. 이미 하나님 구원의 은혜를 맛본 사람은, 내 삶의 주도권을 모두 하나님께 내어놓은 사람이다. 하나님 말씀을 씹고, 먹고, 입는 사람이다.
하나님 말씀으로 사는 사람은 넓은 안목으로 사는 사람이다. 나와 다른 생각에 ‘왜?’보다 나와 다름에 감사하게 된다. 하나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사람으로 보여지기에 품을 수 있다.
사도행전 15장에 복음이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안디옥으로 확장되어갈 때, 안디옥 공동체에 어떤 사람들이 유대로부터 안디옥으로 들어와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는 가르침을 전파한다. 바울과 바나바는 그들과 변론을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결국 이 문제는 예루살렘 공동체 주요한 회의 주제가 되어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 생각을 나누게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때 베드로가 일어나 자신이 이방인에게 복음이 열린 경험, 곧 고넬료와의 만남을 토대로 그들을 설득한다. 이방인 문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회의였다.
“성령과 우리는 이 요긴한 것들 외에는 아무 짐도 너희에게 지우지 아니하는 것이 옳은 줄 알았노니 우상의 제물과 피와 목매어 죽인 것과 음행을 멀리할지니라 이에 스스로 삼가면 잘되리라 평안함을 원하노라 하였도다(사도행전 15:28-29)”.
구원은 행위로 받는 것이 아니다. 유대인들에게 생명 같은 모세의 율법을 이방인에게 강요할 수 없다. 혼란한 상황이 지도자들의 넓은 안목으로 안디옥에 기쁨과 확신이 가득 찬다. 복음에 가장 중요한 일은 믿음으로 그 말씀을 믿고, 성령님 인도하심을 따라 순종하는 자세이다. 구원을 받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덧입을 필요가 없다.
이방인 문화에서 하나님 말씀을 비추어 보아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로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는 사람이 지녀야 하는 유연함이다. 이 유연함이 너른 마음으로 품고, 보고, 나아가게 한다. 우리끼리만 위한 공동체는 세상을 품을 수 없다. 우리만 좋은 공동체는 나와 다른 사람을 나뉘게 된다.
하나님 말씀 묵상은 내가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내고자 하는 몸부림이지만, 이 작은 몸짓은 나와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게 된다. 하나님 말씀이 그렇게 묵상하는 사람을 만져가신다. 하나님 말씀 묵상은 깊은 사람, 넓게 보는 사람으로 성숙케 하는 일이다.
특히 하나님 말씀을 읽고, 생각하고, 남기는 묵상은 여기까지 인도한다. 이 묵상의 맛을 보아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 없이 살 수 없다! 살아있는 하나님 말씀이 주는 그 놀라운 세계로 한 걸음 들어와 변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송은진 목사
의정부 세우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