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여, 당신의 심장에 무엇을 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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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왜 설교하는가

마이클 리브스의 설교자의 심장
마이클 리브스 | 황재찬 역 | 두란노 | 148쪽 | 12,000원

설교는 목사의 가장 큰 책무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된다. 목회를 막 시작하려는 자에게 선배 목사가 자주 하는 조언이자 경고 중 하나는 “성도들은 목회나 목양을 못하는 목사는 참고 인내하지만, 설교를 못하는 목사는 절대 참지 않는다”는 말이다.

주일 예전을 생각해 보라. 예배로의 초대를 알리는 성경 낭독과 기도, 점점 더 분위기를 고취시켜 하나님 말씀을 들을 준비가 된 예배자로 한껏 달아오른 청중이 모두 주목하는 강단으로 저벅저벅 걸어올라가는 한 사람에게 얼마나 과중한 부담이 고스란히 주어지는가?

한 편의 설교를 마치고 나면, 항상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평가가 시작된다. 설교자 자신도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서 한없이 연약한 상태가 되고, 종종 성도들은 설교가 ‘길다, 지루하다, 장황하다, 어렵다, 너무 단순하다’ 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초보 설교자만 겪는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설교자로 명성이 자자한 목사도 매주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설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설교하는가?’ 이제 더는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국내에 잘 알려진 영국 유니언신학교 총장이자 올소울즈 교회 목사였던(현재는 지역교회 목사) 마이클 리브스는 148쪽 분량에 B6 사이즈보다 작은 소책자로(112x180mm) 설교자가 어떤 심장을 가지고 강단에 올라야 하는지 설명했다.

<설교자의 심장>으로 번역된 이 책의 원제는 ‘Preaching: A God-Centered Vision’이다(설교: 하나님 중심적 비전). 이 책은 설교자를 위해 쓴 것으로, 부록에는 각 장의 내용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질문들과 조엘 비키, 데이비드 존스턴, 스티븐 로슨 등의 추천사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도 나온다(추천사를 가지고 질문을 만들었다니. 정말 흥미롭다).

책의 추천사를 쓴 싱크레어 퍼거슨은 이 책 원제에 찬사를 보내며, 이 짧은 책이 삶의 영원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14쪽). 설교의 기술이나 전달을 다룬 책도 많지만, 설교의 기초, 그러니까 설교가 무엇이며 하나님 주권 아래 설교가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설교자에게 반드시 요구되기 때문에 이 책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15쪽).

퍼거슨의 말처럼 이 책은 설교의 기초 혹은 중심을 다룬다. 그래서 ‘설교의 심장’이라 번역된 것 같다. 설교는 일반 강연이 아니다. 세상에 강연을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강연가는 그것을 주업으로 삼아 전국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설교는 단지 청중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모여든 사람이 몰랐던 지식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전달해 주고 가르쳐 주는 강의시간도 아니다. 설교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시간이다. 하나님께서 죽은 영혼을 깨워 생명을 나눠주시는 시간이고, 자기 백성을 영생의 말씀으로 먹이시는 시간이다.

▲저자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

▲저자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

저자 리브스는 그래서 이렇게 설교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생명을 나누는 것이다. 하나님이 먼저 우리에게 설교하셨기에 우리는 설교한다(28-29쪽)”.

설교자가 갖는 부담은 ‘내가 빛이 되어 비추려는 부담’에서 온다. 모든 청중이 나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부담감. 내가 어떻게 말하고 몸짓과 표정으로 어필하는지에 따라 그들이 은혜를 많이 받거나 전혀 받지 못한다는 부담감.

그러나 설교 현장의 주인공은 설교자가 아니다. 그 현장에서 온 회중을 만나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그 부담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만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도구도 좋은 도구와 나쁜 도구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좋은 도구는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그분의 말씀을 경외하고 감격하며 대하는 설교자다. 먼저 자신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다. 말씀에 나타난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아는 것이다.

그러면 지식뿐 아니라 합당한 정서와 함께 성도에게 그 하나님을 더욱 잘 나타내고 그리스도를 선포할 수 있다. 마치 맑고 깨끗한 유리가 빛을 더욱 잘 투영시키는 것처럼.

마이클 리브스의 <설교의 심장>을 읽으면, 독자는 설교가 절대로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라는 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거룩하고 거룩하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엄중한 말씀을 누가 그 입에 담아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두려워 떠는 이사야의 입에 숯을 댄 하나님은 그를 설교자로 세우셨고, 입이 둔하고 뻣뻣하다고 핑계한 모세도 하나님은 누가 벙어리를 지었느냐고 꾸짖으시며 설교자로 세우셨다.

하나님은 설교자를 세워 말씀을 전하게 하신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전달 기술의 향상이나 전달할 내용, 즉 지식과 지혜의 함양이 아니다. 물론 그것이 정말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설교자가 심장에 담아야 할 것은 그들이 누구의 말씀을 대언하고 있는지, 질그릇 같은 그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행하고 계시는지 분명히 아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 고귀한 책무를 다하고 있는 모든 설교자가 그리스도를 닮은 심장을 가지고,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힘 있게 선포하는 일에 충성하게 되기를 간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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