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정교회 사역하다 구금된 미국인 목회자, 18년 만에 석방

뉴욕=김유진 기자  nydaily@gmail.com   |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린 목사.  ⓒFreePastorLin.com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린 목사. ⓒFreePastorLin.com

미국 국무부가 중국계 미국인 목사 데이비드 린(68)이 20여 년 만에 중국 감옥에서 석방돼 본국으로 돌아왔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국무부는 성명에서 “데이비드 린이 중화인민공화국 감옥에서 출소한 것을 환영한다. 그는 거의 20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다”고 밝혔다.

린 목사의 딸 앨리스 린은 “국무부가 지난 14일 아버지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석방돼 15일에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도착할 것이라고 알려 줬다”고 전했다. 그녀는 폴리티코에 “이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동안 못다 한 시간을 많이 채워야 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던 린은 2006년 베이징에 기독교 훈련 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는 불확실한 이유로 구금됐고,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9년 12월에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여러 차례 감형을 받은 그는 2029년에 석방될 예정이었다.

린 목사는 중국의 지하 가정교회 운동에 활발히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교회는 주로 개인 가정에서 이뤄지는 기독교 모임으로, 중국 당국은 이를 불법 사회 단체로 규정해 단속하고 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이 운동이 오랫동안 중국 당국에게 적대를 받아왔으며, 참석자들은 협박, 괴롭힘, 체포, 가혹한 형벌에 직면한다”고 밝혔다.

린 목사는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대외적으로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 그의 딸 앨리스는 2019년 라디오 프로그램 ‘워싱턴 워치(Washington Watch)’에 출연해 “아버지가 감옥을 하나님께서 정하신 선교지로 받아들여,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아버지가 가족에게 “관리들이 문서를 위조하고 심지어 내게 자백서에 서명하라고 했지만, 나는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분명한 사실은 아버지가 중국에 있었던 이유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큰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아버지는 교회와 기독교 훈련 센터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앙 때문에 투옥됐다”고 말했다.

엘리스는 “아버지가 자유의 몸이었을 때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걱정하지 말아라.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무엇을 하시는지 알고 계신다. 내가 여기 있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 이곳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많다. 부디 걱정하지 말고, 나를 위해 기도만 해 달라. 나는 곧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였다. 이것은 자그마치 10년 전의 일이다”고 회상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린 목사를 지지하며 해외에 구금된 다른 미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텍사스 하원의원 마이클 맥콜은 15일 엑스(X, 구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데이비드 린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게 돼 매우 기쁘다. 그의 억류는 전 세계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인질 외교의 증가 추세를 보여 준다”고 밝혔다.

중국 억류자들을 지원하는 캘리포니아 소재 비영리 기관 ‘두이화 재단’(Dui Hua Foundation)은 린 목사의 석방을 환영하며, 중국 내 2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강압적 조치’를 받고 있으며, 그 중 30명은 출국이 금지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오픈도어(Open Doors USA)가 발표한 월드워치리스트(WWL)에 따르면, 중국은 심각한 기독교 박해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비인가 교회를 집중 단속·폐쇄하고 수많은 신자들을 체포했으며, 특히 가정교회를 대상으로 엄격한 규제와 디지털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독교인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Aid) 설립자인 밥 푸 목사는 과거 크리스천포스트(C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는 기독교 신앙의 급속한 성장과 대중의 존재감,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기독교인 수가 당원 수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 공산당이 ‘중국화(Sinicize)된 기독교’를 장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불법 국경 통과 조직’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존 카오 목사를 지난 3월 석방했다. 당국은 2017년 3월 카오 목사와 그의 동료인 징 루샤를 체포한 뒤, 미얀마와 중국 사이의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었다며 기소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중국계 미국인 카오는 국경을 넘기 전 미얀마 북부 와주에서 2,000명의 가난한 소수민족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16개 세웠다.

8월에는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의 구이양 법원이 가정교회 장로 장춘레이에게 ‘국가 권력 전복’과 ‘사기’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대중의 참석이 엄격히 제한된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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