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보조생식술이 남긴 잔여배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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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생명윤리 35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1978년 7월 25일 영국에서 체외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켜 자궁에 착상시킨 아이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10월 20일 처음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켰다. 의과학이 발달로 난임의 문제를 해결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대량 생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급속하게 쌓여가는 잔여배아 누적 문제, 잔여배아 파괴 연구 문제, 잔여배아의 법적 지위 문제, 잔여배아 소유권 문제, 비혼 출산 문제, 생식세포 판매 문제, 우생학 문제, 맞춤형 배아 생성 등 굵직한 윤리적 문제를 낳고 있다.

잔여배아의 증가 문제

보조생식술로 알려진 시험관 시술은 현재 성공률이 15% 이하이기에 그동안 경제적 비용과 난임 치료에 참여하는 여성의 건강을 고려하여 한 번에 많은 배아를 생산해 왔다. 현재 35세 미만에서는 한 번에 2개, 35세 이상의 부부는 3개까지 배아를 사용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202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생성된 배아는 33만 4,687개였는데, 2020년에는 49만 7,133개로 약 50% 가까이 증가했다. 생성 배아 대비 이용률은 점점 떨어져 2016년에는 32.6%였지만 매년 감소해 2022년에는 27.7%로 떨어졌다. 생성된 배아 대비 폐기되는 배아 역시 증가하여 2016년에는 15만 6,713개로 전체 배아 생성량의 46.8%였지만, 2022년에는 25만 2,930개가 폐기돼 전체 대비 50.9%로 절반 이상 폐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2021년 9월 17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폐기 기한을 30일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기관위원회가 승인하면 배아 보존 기간을 5년 이상으로 할 수 있도록 했으나 누적된 잔여배아와 새로 증가하는 잔여배아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체외 수정술을 보조생식술로 이용하는 모든 나라에서 가장 큰 윤리적 이슈가 잔여배아의 누적과 폐기 문제다. 잔여배아의 처리에 대해 종교계와 생명운동 시민단체, 의학계, 배아를 이용한 임상 연구단체 등의 입장과 해결 방안이 각기 다르다. 가능한 생성 배아의 수를 줄이고, 잔여배아의 윤리적 처리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잔여배아 누적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1. 배아 생산 수를 줄여야 한다.


잔여배아의 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을 가능한 적게 해야 한다. 의학 기술의 수준에 맞게 배아 생산을 해야 한다. 성공률에 집착한 경제 논리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 현재 인공수정의 성공률은 대략 10~1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성공률은 여성의 젊을수록 성공률이 높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낮아진다. 30대 초반 여성은 한 번의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대략 40~45% 정도이고, 30대 중반에는 30~35% 정도를 기대한다. 38~40세는 20~30%, 43세는 10% 미만이다. 45세 이상이라면 거의 어렵다고 한다. 생명을 죽이는 잔여배아의 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사용할 수정란만 생성해야 한다.

2. 누적된 잔여배아의 처리

2002년 이동익 신부(가톨릭대)는 지난해 5월 26일에 있었던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세미나에서 1) 배아 입양 2) 냉동 해제를 통한 자연 폐기 3) 영구 보존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프로라이프의 입장에서 볼 때 배아 입양과 영구 보존의 두 가지 방법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냉동 해제를 통한 배아의 자연 폐기는 생명 연장을 위한 예외적 수단 사용의 철회라는 맥락에서 냉동을 해제함으로써 잔여배아의 폐기를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배아의 자기 결정권을 담보할 수 없는 방법이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① 배아 입양

미국은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잔여배아를 불임부부에게 기증하는 배아 입양(Embryo- adoption)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후 2000년 334건에서 2016년 1,940건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폐기되는 냉동 배아 입양을 허락해 주세요’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1) 잔여배아를 파괴하여 연구하는 배아 파괴 연구를 막고, 2) 누적되는 잔여배아를 줄이고, 3) 난임 부부에게 입양을 통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아 입양 역시 다양한 윤리적, 법적, 도덕적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최근 전통적 가정을 위협하고 있는 동성 커플과 폴리아모리의 배아 입양과 비혼 출산, 잔여배아 판매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 질서와 가정을 위협하는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금지할 법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입양한 배아가 출산하여 성장한 후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해 알려줄 것인지, 알려준다면 어느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알려줄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배아 입양이 살아있는 생명인 잔여배아에게 출생의 기회를 주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입양된 배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② 잔여배아 영구 보존

잔여배아를 인위적으로 파괴하여 죽이는 일이 아니기에 윤리적으로 맞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인간으로 출생하지 못한 상태로 지속적으로 머물게 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의 대가를 잔여배아가 치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생물학적 친모의 출산 가능성이 없고, 배아 입양의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기한의 냉동을 통한 과도한 기계적 개입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 시키는 것이 일종의 무의미한 연명이 아닌지도 검토해보아야 하는 의견도 있다. 영구 보존이 실효를 거두려면 배아 생성을 가능한 1회 이용분만큼만 생성하는 방법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의학 기술의 불완전한 발달로 인해 발생 되는 잔여배아의 누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손 놓고 방치하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까지 다가왔다. 인간의 생명이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기준이 지켜지면서, 무고한 배아 파괴 연구와 폐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된 상태에서 배아 입양과 잔여배아 영구 보존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본다.

크리스천이 할 수 있는 일

① 시험관 아기 시술을 피하기배아가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시험관 아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배아의 수를 줄여야 한다. 현재까지는 시험관 아기는 배아의 손실을 막기 어려운 부분이 남아 있기에 시험과 아기는 가능한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

② 시험관 아기를 시술을 선택한 경우에는 시술에 이용할 배아의 수를 3개 이상 만들지 말고, 1회 시술에 1개의 배아를 시술한다. 다태아 임신의 경우 아이가 출생 후 1년 안(신생아)에 중환자 치료를 받을 확률과 사망률이 높고, 임신부에게도 임신중독증 등의 합병증 발생율이 높다.

③ 배아 입양을 고려한다. 우리 모두 주님께 양자 된 자들이기에 배아 입양 역시 성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지이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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