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차별금지법 위반한 것”… 약 900만 원 배상 명령
호주 법원이 트랜스젠더 여성 회원 자격을 박탈해 소송에 휘말린 여성 전용 앱에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전날 호주 연방법원은 “여성 전용 앱 ‘기글 포 걸스’(이하 기글)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록산느 티클(Roxanne Tickle)의 회원 자격을 불공정하게 박탈했다. 이는 성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글은 티클에게 1만 호주달러(약 9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로버트 브롬위치(Robert Bromwich) 판사는 “성별은 생물학적 개념이나,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성별로 제한된 이분법적 개념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현대 통상적인 의미에서 성별은 변경이 가능하다”며 “성별은 출생 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기글의 변호를 맡은 국제 자유수호연맹(국제 ADF)은 “여성은 단일 성별의 공간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 원칙은 물리적 영역과 디지털 영역 모두로 확장된다”고 주장했다.
국제 ADF의 캐더린 데베스(Katherine Deves)는 “이 사건이 가져다 줄 위험은 매우 크다. ‘여성’에 남성을 포함하도록 규정한다면, 여성의 국제적 인권은 상실될 것이다. 이번 결정은 호주뿐 아니라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세계에도 중요하다”고 했다.
국제 ADF의 홍보 책임자인 로버트 클락(Robert Clark)은 이번 판결을 여성의 권리에 대한 심각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클락은 “티클이라는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앱에 가입하는 것이 막혔을 때 차별의 희생자가 됐다는 판결을 내린 법원은, 여성에 대한 보호를 없애는 터무니없고 결함이 있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판사가 내린 판결과 달리, 성별은 결코 바뀔 수 없다. 이 판결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심각한 좌절이며, 남성과 여성이 될 수 없다는 생물학적 현실의 기본 진실을 지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기글의 대표인 살 크로버(Sall Crover)는 “여성 운동은 수십년 동안 사회에서 여성들이 공간을 가질 권리를 위해 싸워 왔다. 그러나 오늘날 시계는 뒤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여성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앱을 디자인한 것이다. 티클이 여성이라는 것은 법적인 허구다. 그의 출생증명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경됐으나, 그는 생물학적 남성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성 전용 앱은 차별에 관한 게 아니다. 표현, 신앙, 연합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티클은 지난 2021년 2월 여성들이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여성 전용 앱 기글을 다운받았다. 그는 회원가입을 위해 본인의 사진을 올렸고, 인공지능(AI)은 그의 외모를 여성으로 인식해 가입을 승인했다.
그해 9월 기글은 여장남자를 적발하겠다며 가입자들을 일일이 점검했다. 그 과정에서 티클의 사진을 보고 그를 남성으로 판단해 회원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이에 티클은 기글 측에 총 20만 호주달러(약 1억 8,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 성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였다.
이에 기글 측은 “가입 시 약관에 16세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고 적어 놨다”며 “우리가 정의한 여성은 법적 개념이 아닌 생물학적 개념이다. 티클을 여성으로 볼 수 없어 탈퇴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해당 사건은 호주 전역에서 진행 중인, 여성 보호에 대한 여러 소송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