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설교에 활용할 부분과 활용해선 안 되는 영역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컨퍼런스

▲(오른쪽부터) 이춘성 사무국장, 장영하 교수, 김대혁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선 모습. ⓒ한기윤

▲(오른쪽부터) 이춘성 사무국장, 장영하 교수, 김대혁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선 모습. ⓒ한기윤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박사, 이하 한기윤) 하계 컨퍼런스가 ‘인공지능(AI)이 만들 교회의 풍경’이라는 주제로 8월 26일 오후 안양 일심교회(담임 김홍석 목사)에서 개최됐다.

한기윤 신원하 원장(전 고려신학대학원 원장, 기독교윤리학 교수)은 환영사에서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혁신적 과학 기술의 도전 앞에 서 있는 한국교회와 사역자들이 이를 신학적으로 잘 검토하고 기독교 윤리적으로 잘 대응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인공지능은 사역자들로 하여금 효율적 설교 준비와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설교와 목회 사역에 비윤리적이고 몰인격적인 위험성을 가져다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컨퍼런스 취지를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김대혁 교수(총신대 신대원 설교학)가 ‘인공지능과 설교의 미래’, 한기윤 사무국장 이춘성 목사가 ‘인공지능 시대의 복음과 윤리’, 장영하 교수(영국 석세스대)가 ‘인공지능과 크리스천’을 각각 발표했으며, 토론과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챗GPT 활용 시대 속 설교의 방향
협업 통한 시너지 효과 추구 경향
설교자 정체성 기준 비판적 검증
블랙박스화, 편향성, 저작권 문제
청중과의 인격적 소통 도움 못 줘
설교다움 지향 점검, 올바른 활용
위해 설교 과정 설교자 품새 점검
본문 앞 오래 머물러 깊이 이해
공감 ‘딥 리딩’, 성찰 ‘딥 프리칭’

김대혁 교수는 “챗GPT 열풍은 목회자들 사이에도 이미 일어난 미래이다. 예배·설교·상담·교육 영역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활용이나 저항 측면에서 목회자들은 많은 과제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설교는 목회자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 왔으나, 현재 비판보다 우려와 기대의 혼재 속에서도 챗GPT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교회 강단을 지켜야 할 설교자에게는 챗GPT 사용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와 진단,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 가이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불변의 복음을 가변의 시대에 전하는 설교자가 시대 변화의 민감성 없이 복음을 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시도다. 동시에 아무리 기술 발전을 선용한다 해도, 설교가 지닌 본질과 그에 기반한 방법, 설교자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비판적 검증 역시 필수적”이라며 챗GPT의 한계와 잠재적 위험성을 살폈다.

먼저 챗GPT가 지닌 일반적 한계에 대해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는 알고리즘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이상 ‘환각 현상(Hallucination)’을 완벽하게 막긴 어려운 신뢰성 문제가 있다”며 “수많은 출처 미상 정보를 정확히 어떻게 취합하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화’ 문제, 정보 ‘편향성’ 문제, 저작권과 프라이버시 문제, 문화적·사회적 맥락과 정황에 대한 이해가 능숙하지 않고 최근 이슈에 둔감한 문제 등이 있다. 결국 주어진 데이터의 활용일 뿐, 사람이 지닌 영혼, 감정, 직관과 더불어 사람과 문화 간 관계적·정황적·경험적 지식을 제공하는 데 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기윤

▲김대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기윤

챗GPT의 무분별한 활용이 설교에 가져다 줄 잠재적 위험성으로는 △무분별한 챗GPT 활용(환각 현상)은 설교에 잘못된 내용이 포함될 위험성 △편향적 지식으로 신학적 일관성 미제공, 신학적 뼈대 없는 설교 △비의도적 설교 표절 이슈 야기 △공동체와 개인의 감정, 정서적 연결, 공감 능력, 공동체적 참여 반영에 분명한 한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챗GPT는 설교자와 청중 사이 인격적 소통을 도울 순 없다. 설교는 성경 진리를 설교자와 청중이 모두 특정 문화적 내러티브 가운데 살아가며 ‘맛보아’ 아는 진리의 험증적 차원과 구체적 삶의 정황에서 그 진리를 살아내는 실천을 지향한다”며 “즉 설교에 반드시 포함되는 설교자와 청중의 정서와 경험, 공동체의 역동적 참여, 설교자와 청중의 교감과 동감, 설교자의 목회적 마음에 녹아드는 영역 등을 올바로 다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위의 위험성은 결국 설교의 본질과 설교자의 역할에 대한 환각 현상, 설교자의 기능화로 점철된다. 설교는 정의와 목적상 진리 정보 전달이 아니”라며 “설교의 주체는 언제나 하나님이시고, 그 하나님 말씀인 본문이 우리 기준이어야 한다. 설교는 단순한 진리 정보가 아니라, 당시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살아계신 하나님의 소통 행위”라고 설명했다.

설교 작성 과정에서 챗GPT 활용의 범위와 효율성으로는 △준비 과정에서 설교 주제에 대한 빠른 검색을 통한 브레인스토밍 △주해 과정에서 정보의 빠른 검색 등 연구 지원 △설교의 신학화 과정에서 다양한 신학적 관점 연구에 도움 △피드백 및 설교 후 자료 데이터화 등을 열거하면서, “설교 작성 과정에서는 가급적 챗GPT 활용을 지양해야 한다. 설교 내용 작성은 설교자 자신이 섬기는 청중을 향한 인격적인 소통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챗GPT 시대 속에서 설교가 나아갈 방향으로는 먼저 ‘인식론적 관점’에서 △설교다움 우선 △시대적 변화 자각 △실용·소비주의 촉진 우려 이해 △한국교회 ‘신상증후군’ 자각 △본문 충실하고 신학 건전한 설교와 자료 축적 시대적 사명 △사회적·윤리적 가치와 공공 이익 고려 등을, ‘실천적 관점’에서는 △설교 준비 및 설교 후 챗GPT 활용 권장 △다양한 정보에 함몰되지 않고 본문 앞에 살아가는 정황과 청중 읽기 △원리화와 맥락화 등 신학적 사고 과정 반영 △청중에 대한 공감과 공유, 저항과 도전 등 적용이 살아 있는 설교 등을 각각 도전했다.

끝으로 “챗GPT 활용이 설교다움을 지향하는지 점검하고, 올바른 활용을 위해 설교 과정과 설교자의 품새를 먼저 가다듬어야 한다”며 “설교자는 본문 앞에 오래 머물러 본문을 깊이 이해하고, 청중 경험과 정서에 깊이 공감하는 ‘딥 리딩(Deep Reading)’이 필요하다. 챗GPT 시대 속에도 유효한 하나님 나라와 세상을 더 깊이 품고, 현대 청중의 삶을 복음으로 관통하는 신학적 성찰이 있는 ‘딥 프리칭(Deep Preaching)’을 실천할 시대적 과제가 있다”고 정리했다.

▲신원하 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한기윤

▲신원하 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한기윤

◈인공지능 시대 복음과 윤리
바벨탑, 벽돌과 역청 기술 혁신
강력한 건축물, 자력 구원 시도
인간의 마음 속 교만의 높은 탑
심각하게 보시고 땅 내려오셔
교만과 거짓 신앙 무너뜨리려
바벨탑이 저주? 축복이며 은혜
하나님 없는 안락한 도시 아닌,
광야 속 하나님 다시 만날 기회

이춘성 목사는 ‘바벨탑 사건을 통해 본 인공지능 기술 혁신과 기독교 윤리적 전망’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과학기술 혁신은 삶을 편리하게 하고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나, 그것이 우리 마음을 교만하게 만들어 하나님을 잊게 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하나님 없는 삶, 하나님을 배제한 기술 발전은 결국 교만을 키우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인공지능이든, 어떤 혁신이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 없는 기술 발전은 결국 허무와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리 마음이 높아지고 교만해질 때 하나님께서 언어를 혼잡하게 하고 흩으신 이유는 단순히 우리를 벌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을 다시 찾고 하나님께 의지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기술 혁신과 발전 속에서도 항상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께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벨탑 건축에 대한 기록을 보면, 진흙을 구워 벽돌을 만들고 역청(아스팔트)이라는 신소재를 이용하는 등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과 같은 혁신이 있었다. 이들은 하나님이 건축하라고 명령하신 방주 건설이 홍수에서 인간을 보호하고 구원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며 “대신 스스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건축물을 설계하고 지어 스스로를 구원하려 했다. 그것을 실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벽돌과 역청이라는 혁신적 기술과 신소재”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인간은 결코 하나님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전제임에도 하나님께서 인간의 기술을 막으신 중대한 이유는, 하나님은 보이는 기술 혁신과 거대하고 높은 탑보다 인간의 마음 속에 짓는 바벨탑 즉 교만의 높은 탑을 더 심각하게 보시기 때문”이라며 “하나님께서 이들이 지은 도시와 탑을 보기 위해 내려오신 이유(창 11:5)는 이러한 인간의 보이지 않는 교만의 고층 빌딩과 기술 혁신이 인간을 구원하리라는 거짓 신앙을 무너뜨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춘성 목사는 “하나님은 이 바벨탑 사건을 통해 안전하고 튼튼한 건축물과 현대 기술이 없어 사람들이 혼돈과 공허, 혼란 속에 고통받는 것이 아님을 가르치신다. 인간의 혼돈과 혼란, 공허, 고통과 불안은 모두 하나님의 부재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며 “결국 노아 자손들의 언어를 혼돈에 빠뜨리고 이들을 흩으신 것은 저주가 아닌 축복이며 은혜다. 하나님 없는 안락한 도시가 아닌, 혼란스러운 광야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다시 만날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영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기윤

▲장영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기윤

◈인공지능 시대의 크리스천
경청: 대화형 AI가 주님 음성?
묵상: 잠자코 아는 분별 필요
교제: 사랑 주고받는 것 중요

끝으로 ‘AI 시대의 크리스천’에 대해 장영하 교수는 “지난 한 달 동안 영국과 한국의 AI 전문가와 목회자, 기술경영 및 과학기술정책 전문가와 교수, 크리스천과 넌크리스천 등 총 20명 이상과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은 것은, AI 시대에 ‘오히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묻게 됐다는 점”이라며 “인간이 고도화될수록 하나님을 덜 의지하는 세상 속, 각 개인은 무엇이건 선택할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신이 되어 하나님을 떠나려는 가운데, AI 시대 크리스천의 질문은 ‘(자신과) 주님의 관계’로 수렴돼야 한다(It all comes back to our relationship with God)”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3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경청(listening)’에 대해 “AI 시대, 주님 음성을 듣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로 작동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와 음성 자체를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채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며 “AI가 생성하는 지식에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와 창의성이 결여돼 있다. 나아가 AI가 생성해낸 지식의 이면에는 창조물(creation)인 인간을 사랑하시는 창조자(Creator)의 사랑과 영혼이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둘째로 ‘묵상(contemplation)’에 관해 “주님의 음성을 듣고자 하는 크리스천은 보고, 듣고, 느끼는 가운데 ‘분별’해 깨닫고자 한다. 바쁜 일상 중 멈춰서서 잠자코 알고자 하는 것이 바로 ‘묵상’의 힘”이라며 “AI를 통해 자동화되고(automated), 증강된(augmented) 개인과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지식을 뿌려대고 ‘최선의, 합리적, 전략적’ 의사 결정을 돕지만, 우리가 잠자코 있어 알 때(Be still, and know) 주님의 뜻을 구하며 깨닫는 가운데,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선택마저 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 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교제(interaction)’로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사랑이고, 그 사랑을 온전히 느끼려면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 사이 관계와 주고받음이 필요하다. 신이신 예수는 이를 위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신 것(incarnation; 성육신)”이라며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은 사랑할 누군가와 사랑하는 누군가 없이는 의미가 없다. 사랑은 그것을 육화시키기 위해 몸을 필요로 하고, 사랑이 되기 위해 육화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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