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70] 살인하지 말라
인명 경시와 사회적 불안 경고
개별 사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안전 못 느끼면 유대감 약화돼
사회적 관계 단절 고립 악순환
인명 경시 바로잡고 신뢰 회복
불필요한 상처 안 주도록 노력
최근 우리 사회는 ‘묻지마 살인’과 같은 충격적인 범죄들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대낮 거리에서조차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상대로 극악한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개인 일탈로 치부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이러한 사건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인명 경시 풍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인간 생명 존중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성경의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이 계명은 단순히 물리적 살인 금지를 넘어,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 생명은 고유한 가치가 있으며, 누구도 타인의 생명을 함부로 빼앗을 권리가 없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는 ‘묻지마 살인’과 같은 범죄가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무시하고, 사회적 질서를 파괴하는 심각한 행위임을 상기시켜 준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단지 물리적 살인뿐 아니라, 마음 속에서 타인을 미워하고 해치려는 모든 행위도 금지하는 의미로 확대될 수 있다. 이 계명을 현대 사회에 적용하면, 타인의 생명뿐 아니라 그 인격과 존엄성도 존중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원칙은 우리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최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 준다. 20대 남성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여성을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한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묻지마 살인’을 예고한 40대 남성, 일본도를 이용해 살인사건을 저지른 30대 남성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범죄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범죄들은 개별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경고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범죄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라는 점이다. 범인은 이유 없이 선택된 사람을 목표로 삼아, 일상적인 공간에서 예고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이는 시민들에게 강한 불안감을 주고, 누구나 이러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준다.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과 불신이 조성되며, 사람들은 더 이상 일상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공포는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유대감을 약화시킨다.
이 같은 사회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개인들은 신경증적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경증적 불안은 무의식적인 갈등에서 비롯되며,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욕구 간의 충돌로 발생한다.
이러한 불안은 실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고립, 대인기피, 극심한 스트레스와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 결국 이러한 불안은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이어져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폭력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보도되면, 사람들은 자신도 언제든지 이러한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는 외출을 꺼리거나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회피 행동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
이러한 고립이 심화되면 사람들은 점점 더 대인관계를 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기능을 상실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 문제로 확대된다.
더 나아가 사회적 불안과 고립은 ‘인격적인 살인’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격적인 살인’은 물리적 폭력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 자존감, 정신적 안정 등을 파괴하는 행위로 지속적 모욕, 비난, 무시, 정신적 학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동은 피해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켜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격적인 살인’은 특히 학교, 교회, 가정 등 대인관계 속에서 자주 발생하며, 피해자에게 깊은 심리적 상처를 남긴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나 은둔, 나아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불만과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종교 공동체에서는 목회자의 한 마디가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권위를 내세워 분노를 표출한다면, 이는 ‘인격적인 살인’의 또 다른 형태로 작용할 수 있으며, 종교적 권위가 피해자의 마음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인명 경시 풍조를 바로잡고,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과 교육을 강화해 신경증적 불안을 예방하고, 사람들이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적극 앞장서서 정신 건강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 학교와 가정, 교회 등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숙고하고,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함께할 때 우리는 사회적 불안을 줄이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원호 목사
최원호 목사는 심리학 박사로 서울 한영신대와 고려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열등감을 도구로 쓰신 예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나는 열등한 나를 사랑한다>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에서 사역하며 웨이크신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칼럼은 신앙과 심리학의 결합된 통찰력을 통해 사회, 심리, 그리고 신앙의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로 독자 여러분들의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