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복음은 우리 혀를 은혜롭게 길들인다
험담, 그 일상의 언어
제프 로빈슨 | 권명지 역 | 구름이머무는동안 | 320쪽 | 19,000원
우리는 하루에 2만 번 이상의 말을 한다. 성경은 우리가 낸 모든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을 하나님께서 모두 아시고 심판하신다고 말씀한다.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럴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생각과 말을 낸 솔로몬은 잠언을 통해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람을 살리거나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찌르는 칼이 되기도 하고 상처 입은 곳을 치료하는 양약이 되기도 한다(잠 12:18).
말이 그만한 위력을 가진 죄와 의의 병기가 된다면, 그에 대한 심판이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심판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하나님 복음의 능력은 하루에도 수없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우리의 언어를 거룩하게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복음은 우리의 언어를 확실히 변화시킨다.
미국 켄터키에 있는 크라이스트 펠로십 교회 담임목사이자 복음연합(TGC) 선임 편집자인 제프 로빈슨은 그의 책 <험담, 그 일상의 언어>을 충격적인 자백으로 시작한다. 신실한 부목사로 동역한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말이 너무 많다’는 담대하고도 솔직한 권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말씀을 가르치는 선생된 자는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성도를 돌아보기 위해, 인도하고 보호하기 위해, 때로 권면하고 바로잡기 위해,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목사는 말하고 또 반드시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성경은 선생이 많이 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더 많은 말을 내는 이상 그 말에 실수가 늘어나고, 그러면 더 큰 심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약 3:1).
그래서 우리는 말들의 입에 재갈 물려 말이 자기 본성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고 주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길들이는 것처럼, 우리 입을 길들여야 한다(약 3:3). 이 책의 원제가 그래서 『Taming the Tongue: 혀 길들이기』이다.
사람은 별의별 것을 다 길들인다. 공중에 나는 새를 길들여 활용하고, 맹수를 훈련시켜 불을 뛰어넘고 재주를 부리게 한다. 심지어 깊은 바닷속에 사는 짐승도 조련하여 물 밖으로 뛰어오르게 만든다. 그런데도 이 작은 혀라는 지체는 길들이기가 무척 어렵다. 사실 불가능하다.
혀는 우리의 악한 본성을 가장 쉽고 빠르게 반영하는 지체다. 우리는 마음에 쌓은 악을 가장 먼저 혀로 낸다. 그러므로 혀를 길들이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마음, 새로운 본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교체하는 수술은 오직 영혼의 의사이신 주님만이 하실 수 있다.
저자 로빈슨이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주님이 십자가에서 이루신 복음에 나타난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 우리에게 새로운 마음, 그리고 그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언어를 주신다는 것이다.
언어생활을 다룬 서적은 적지 않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폴 데이비드 트립도 언어생활에 관한 책을 썼다. 하지만 로빈슨의 책이 특별히 더 유익했던 것은 말이 무기로 활용되는 경우인 험담, 모함, 비난, 비아냥, 자랑, 아부, 거짓말, 기만, 화내는 말, 불평, 욕설, 경솔한 말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다루었다는 점이다. 우리 혀로 이렇게 다양한 악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또 우리가 쉽게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고 있는 악이라는 사실에 또 놀랍다.
저자는 또 말의 내용뿐 아니라 방식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때로는 말투가 마음 속 깊은 악을 반영한다. 저자는 우리가 음성으로 내는 말뿐 아니라 글로 내는 말도 문제라고 참으로 알맞게 지적했다. 특히 SNS 등에서 활발하게 생각을 공유하는(때로는 생각 없이 공유하는)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글은 말보다 더 빠르게 멀리 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저자가 바르게 다룬 것처럼 복음이 우리 말을 은혜롭게, 또 은혜를 끼치게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로빈슨은 이 책에서 십계명처럼 몇 가지 우리 말을 지혜롭게 만들고 남의 말을 지혜롭게 듣게 하며 지뢰밭을 지나가는 것같이 위태로운 대화를 나눌 때도 그 상황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하는 대화의 방식을 제안한다.
독자는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대화의 원칙을 직접 적용하여 복음이 언어를 바꾸는 능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록에 실린 스터디가이드 질문을 가지고 몇몇 사람들과 이 책으로 공부한다면, 서로 언어 생활을 점검해 주고 기도해 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하루 2만 번의 기회로 우리는 죄를 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듣는 이에게 덕을 끼치는 선을 행할 수도 있다. 저자의 간절한 바람처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복음이 가져온 은혜롭고 놀라운 변화를 매일 쏟아내는 말에서 먼저 경험하기를, 그렇게 입술의 제사를 드리며 복음의 은혜를 선포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