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하나님을 만나도록 이끄는 책
그리스도의 중재
토마스 F. 토렌스 | 김학봉 역 | 사자와어린양 | 240쪽 | 19,000원
과거와 달리 한국 기독교는 다양한 주제와 이슈를 다룬 깊이 있는 논문과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그 책들이 흥미롭고 필요한 부분을 일부 다루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지 않은 책들이 지엽적이거나 비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면도 꽤 있어 보이는 듯하다.
그것이 전혀 불필요하다거나 쓸모없는 일이라는 것은 아니고 신학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지만, 정작 힘써야 할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힘을 쏟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사역이 아니라 하나님을 빌미로 한 우리의 사역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과거 조직신학이나 교리사 등의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의 책들과 달리 상당히 전통적이고 고루하고 정통적이고 내용이 서로 각기 다른 분야와 주제를 다루는 것 같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 주제로 귀결되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결국 그리스도의 구속사역과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향한다. 물론 최근에 나오는 모든 신학서적과 논문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과 삼위일체 하나님을 당연히 언급하고 기술한다.
하지만 하나님에 대해 단지 기술하는 것과, 하나님을 높이고 하나님을 만나도록 이끄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듯싶다. 마르틴 부버가 <나와 너>에서 사람의 관계를 ‘나와 너’와 ‘나와 그것’으로 구분한 것처럼, 현대신학 서적의 상당수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나와 그것’의 관점에서 하나님을 3인칭으로 보게 한다.
그에 비해 기존 주목할 만한 신학서적들은 교리를 다루는 데 상당한 신중함을 견지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저 성경의 문자적 접근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교리를 다룸은 결국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고, 하나님 존전에서 공동체에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설명하는 경외감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책들은 읽는 행위 자체가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됨을 깨닫게 하고,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며, 우리 자신이 하나님께 어떤 존재인지 깨닫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얼마전 사자와 어린양이란 작지만 내실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토마스 E. 로렌스의 <그리스도의 중재>가 이런 류에 속하는 귀한 책이다. 사실 토마스. E. 로렌스라는 신학자는 이번에 처음 접했다. 게다가 ‘그리스도의 중재’라는 제목은 좀 낳설었다. 차라리 중보라든가 구속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치 않나 하는 것이 첫 대면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특히 책의 초반을 넘어가면서 저자가 ‘그리스도의 중재’라는 제목을 왜 택했는지, 또 중재가 그저 신학적 주제가 아닌 우리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 그리스도께서 어떤 역할과 노력을 했는지 설명하는데 온 공을 기울인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설명이나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행하셨는지를 알게 함으로써, 우리가 하나님 앞에 더 은혜에 감격하여 엎드리도록 이끈다. 신학이 빠지기 쉬운 헬레니즘적 이원론을 넘어서고 신학의 단순한 문자적이고 비인격적·이론적 접근에 하나님의 생기와 은혜를 불어넣어 머리와 심장, 그리고 영성으로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독자를 돕는다.
그렇다 해서 이것이 감성적이거나 ‘믿음으로만’이라는 신학적 이해가 아니라, ‘계시, 화해, 성육신에 관한 과학적·삼위일체적 탐구’라는 부제처럼 그리스도의 중재를 각각의 관점에서 고찰하게 한다.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위한 이스라엘 민족을 통한 계시를 설명하며, 이스라엘 민족과 하나님과의 관계와 연대를 보여주며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나타났고 그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인간의 중재자가 되셨음을 말한다.
화해는 왜 이 책의 제목이 그리스도의 중재가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데, 타락하여 실패한 인간이 하나님과 화해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화해를 위한 이스라엘의 역할과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사람만의 화해가 아니라 그 화해의 한 역할을 감당한 이스라엘과 그리스도인의 화해도 보여준다.
그 중재를 위해 중재자의 신성과 인성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필수적인지를 이야기한다, 또 그 중재를 위해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해와 그 의미가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설명해준다.
책은 앞서 이야기했듯 신학이 어떤 부분을 다루건 독립적이거나 일부분에 국한될 수 없고, 그 어떤 주제든 결국 그리스도의 구속과 삼위일체 하나님을 향하며, 그분을 만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주목할 신학자임에도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고 번역도 미비한 상황 중에, 사자와어린양에서 나온 이 책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