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벽화 ‘복원 실패’가 낳은 뜻밖의 결과

LA=남윤식 기자     |  

▲(왼쪽부터 순서대로) 원래 그림, 세월이 지나면서 손상된 그림, 그리고 덧칠해서 훼손된 그림.    ⓒwiki

▲(왼쪽부터 순서대로) 원래 그림, 세월이 지나면서 손상된 그림, 그리고 덧칠해서 훼손된 그림. ⓒwiki

2012년 스페인에서 일어난 예수 벽화 복원 실패 사건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복원을 시도했던 세실리아 히메네스(93) 씨는 이후 관광국장에 취임하고 관련 상품 판매로 수익을 얻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인터넷 매체 데일리신쵸에 따르면, 2012년 스페인 사라고사주 캄포 데 보르하 마을의 미제리코르디아 성당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당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00년이 넘은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라는 제목의 예수 벽화 복원 작업이 전문가가 아닌 독실한 신도였던 세실리아에게 맡겨졌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세실리아는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는 예수의 모습을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마치 원숭이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 놓았다. 이에 원작 화가의 후손들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스페인 언론은 물론 영국 BBC, 미국 CNN 등 전 세계 언론들도 ‘역사상 최악의 복원‘, ‘망친 작업’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스페인 문화 당국자는 “이 여성은 최상의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림이 적절하게 복원되길 기대했다”며 세실리아의 선의를 인정했다. 실제로 세실리아는 평소 지인들에게 “인생의 즐거움은 성당 미사와 그림 그리기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정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복원 소식 이후 찾아왔다. 해당 벽화를 직접 보려는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교회는 벽화 관람을 위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세실리아는 벽화 이미지를 활용한 티셔츠, 머그잔 등 관련 상품 판매 수익의 49%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실리아가 이 사건 이후 현지 관광국장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녀는 복원 직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했지만, 관광객 증가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의 의견도 시간이 지나며 변화했다. 2012년 당시에는 “재복원도 불가능”이라고 판단했으나, 2022년 재평가에서는 ‘복원 가능’으로 바뀌었다. 다만 원래 모습으로 복원될 경우 현재와 같은 관광객의 관심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93세인 세실리아는 약간의 치매 증상이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사례는 실패로 여겨졌던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게 됐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반 고흐 성경이 있는 정물

성경이 너무 낯설거나, 너무 익숙해져버린 이들에게

초신자나 비기독교인 등 ‘성경’이 아직 낯선 이들을 위한 ‘입문용’ 도서가 잇따라 발간됐다. 두 권의 책 모두 혼자 또는 같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으며, 각자의 스타일이 뚜렷하다. 기독교 세계관 24 키워드로 읽을 때 맥락 놓치지 않도록 성경 이야기 …

에스더 10 27 특별철야 기도회

손현보 목사 “10월 27일 전과 후, 완전히 달라질 것”

믿음, 행동 옮길 때 하나님 역사 일어나 동성 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판결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력한 감동 주셔 바알에 무릎 안 꿇은 성도들 모두 참여 댐 무너지는데, 내 집만 지킨다고 되나 이제 물러설 곳 없어, 결단해야 할 이유 못 막아내면 바벨…

대통령실 추석 선물 2024

집배원이 교회에 대통령 추석 선물 전달하며, “술인데 받을 건가”?

종교계엔 술 대신 청 포함 이미 발표 집배원, 선물 보여주니 말 없이 나가 교회 목사 “정부·기독교계 이간질?” 우체국 집배원이 대통령실 명절 선물을 전달하면서 “교회에 ‘술’을 보냈으니 반송하라”는 가짜뉴스를 전하고 다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조용기 3주기

영산 조용기 목사 3주기 추모예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수님 지상명령 완수 위해 고인 뜻 본받아 충성 헌신 다짐 영산 조용기 목사 3주기 추모예배가 14일 오전 개최됐다. 이날 추모예배는 생전 조용기 목사가 직접 작사하고 김성혜 사모가 작곡한 찬송가 614장 ‘얼마나 아프셨나’를 부르면서 유가족을 비롯해 목…

사단법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서울교육감 선거, 교육 미래 가를 것… 신앙교육권 보장하라”

기독교 교육계가 사립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과 2025 고교학점제 수정, 헌법소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특히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궐위로 공석이 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10월 16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사단법…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무부 본부 건물.

美,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 지정만 하면 뭐하나… 제재율 1.8% 불과

미국에서 의회가 설립한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국무부가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CPC)을 지정한 이후 25년 동안 단 세 번만 해당 위반과 관련된 제재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IRFA)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