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너를 안아주는 문장들
나를 사로잡은 문장들
윤작가(윤한나) | 부크크 | 154쪽 |12,500원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 다양한 층위가 있겠지만요. 먼저는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함께 슬퍼해 주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고난의 순간에 다져지고 넓혀집니다. 너른 품이 되어, 힘겨워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어줍니다.
또 다른 반응은 오히려 차가워지는 겁니다. 냉소적 반응이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힘겨움은 자신이 경험한 고통에 비해 작다고 느낍니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그거 별거 아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책 『나를 사로잡은 문장들』의 윤한나 작가는 너른 품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계속된 고통이 때로는 그녀를 좌절시켰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비합리적 사건들도 작가를 뒤흔들지 못했습니다. 더 너른 품으로, 울고 있는 사람들 곁에 가서 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하여 작가의 문장은 힘이 있습니다. 먼저는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작가가 말하듯 “좋은 글이란 자신의 이야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스토리여야만(13쪽)”합니다. 그 어떤 삶도 똑같을 수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고요. 우리가 써 내려가는 문장은 우리의 이야기여야만 합니다.
작가의 문장이 힘 있는 이유는, 타인의 문장을 자신의 문장으로 끌어안는 힘 때문입니다. 책이나 영화에서 빛나는 문장은 그 자체로도 영롱합니다. 하지만 그 문장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그 문장을 보듬어 안고 살아내 본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이겠죠. 작가의 문장은 흩날리지 않고 고스란히, 아니 오히려 더 풍부하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타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뿐 아니라, 주위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바라보는 너른 품이 있기에 작가의 문장은 힘이 있습니다. 아픔을 겪은 사람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작가는 주위를 둘러봅니다.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줍니다.
‘나’의 약함과 악함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사람만이, ‘너’를 바라보며 안아줄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한 끊임없는 성찰과 자신과의 대면은 작가를 단단하게 하고 품이 넓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문장이 필요합니다. 나를 살리는 문장, 나를 지적하는 문장 말이죠. 그리하여 조금씩 더 ‘너’를 감싸고 보듬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