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복음주의 교계, ‘자살 캡슐’ 등장 비판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자신의 죽음 통제하는 것이 인권? 생명은 선물이다”

▲니츠케 박사가 자신이 개발 중인 사르코 포드와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르코 웹사이트

▲니츠케 박사가 자신이 개발 중인 사르코 포드와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르코 웹사이트

스위스 복음주의 단체가 소위 ’자살 캡슐’로 불리는 사르코 포드(Sarco Pod)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비판은 정신건강 우려가 제기된 ‘자살 캡슐 최초 신청자’가 실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나왔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는 최근 “취리히주 경찰은 지난 7월 17일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를 방문한 미국인 여성 A씨(55세)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확인했다. 그녀는 자살 캡슐을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안락사 인권단체인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에 따르면, ‘죽음의 박사’로 알려진 필립 니츠케(Philip Nitschke·76)는 “계획된 자살이 A씨의 ‘정신건강 악화’로 영구적으로 연기됐다”며 “그녀의 상황을 볼 때 조력 자살이 아닌 정신건강 관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스위스 형법은 이타적인 동기에 따른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당 캡슐과 관련해 스위스 내부에서도 수많은 법적·윤리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니츠케 박사는 스위스 샤프하우젠주 검찰로부터 자살을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세상에 처음 알려진 사르코 포드는 버튼만 누르면 캡슐 내부 산소를 질소로 바꿔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캡슐에 들어간 사람은 의무적으로 정신 능력 평가를 먼저 거쳐야 한다. 캡슐 뚜껑이 닫히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지’ 등의 질문이 나오고,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르고 싶다면 이 버튼을 누르시오’라는 안내가 나온다.

그는 “버튼을 누르면 30초도 안 돼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격히 떨어진다. 또 사망 전까지 약 5분 동안 무의식 상태에 머물게 된다”며 “버튼을 누르면 되돌릴 방법이 없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니츠케 박사는 “영국의 토니 닉클린슨(Tony Nicklinson)을 통해 자살 캡슐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는 당시 락트인 증후근(locked-in syndrome)을 앓고 있었는데, 그의 변호사가 내게 그가 죽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연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닉클린슨은 2005년 심각한 뇌졸중으로 사지가 마비됐고, 음식을 거부하다가 2012년 8월 아내와 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렴으로 사망했다.

자살 캡슐을 디자인한 ‘알렉산더 배닝크 산업 디자인’(Alexander Bannink Industrial Design)의 배닝크는 CDI와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참여하지 않은 사망 캡슐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내가 알기로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니츠케가 서명한 동의서를 받지 않는 한,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에서 완전히 거리를 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살 캡슐이 과거 유럽에서 유대인 학살에 사용된 가스 사형실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니츠케는 “사르코 포드는 실제로 독가스가 아닌 저산소 환경을 포함하고 있기에, 가스실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위스복음주의자연합(SEA)은 “선택한 방법과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조력 자살을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니엘라 바우만 SEA 대변인은 “자살 캡슐과 그 배후에 있는 단체가 특히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통제하는 것이 기본적 인권이라는 태도이다. 인간은 생명의 소유자가 아닌 관리자다.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며, 인간은 그것을 처분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또한 자살 방법이 상업화되는 듯한 흐름에 우려를 표했다. 그녀는 “우리는 자살이 사소하게 여겨지고 진부하게 여겨지고 그 결정이 충분히 심각하게 검토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을 본다. 예를 들어 자살 캡슐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의사를 포함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것은 의사가 항상 참여해야 하는 스위스의 조력 자살법과 대조된다”고 했다.

그녀는 자살 캡슐이 스위스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자국 영토에서 자살 캡슐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으며, 다른 안락사 단체들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사르코 포드 사용에 반대할 뿐 아니라 우리가 생명을 지지한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당신의 형상인 ‘잃어버릴 수 없고 침해할 수 없는’ 존엄성을 주시고, 질병·장애 또는 기타 고통과 상관없이 그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하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불치병의 경우 완화 치료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심리적, 목회적 지원과 상담, 이해와 긍휼은 많은 이들이 고통에 더욱 잘 대처하고 이상적으로 삶의 목적과 기쁨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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