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하시는 나사렛 예수(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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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 논구 시리즈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III. 성만찬 제정: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1. 성만찬의 구속사적 의미

성만찬 제정 기록은 공관복음(마 26: 26-29; 막 14:22-25; 눅 22:19-20)과 고린도전서 11장 23절-26절)에 있다. 사도 바울의 본문이 문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본문(고린도전서는 56년경 작성)이며, 마가복음의 본문도 이보다 후기이지만 성만찬 제정 본문은 매우 오랜 전승을 전해준다. 고린도전서에서 바울이 전하는 성만찬 제정 본문은 제자들의 공동체에 전해진 예수의 말씀을 바울이 원(原)전승자들로부터 받아 고린도교회에 전해준 것이다.(고린도전서 11장 23절-26절에 대한 해설, 『해설•관주 성경전서』, 독일성서공회판, 412.).

성만찬 말씀과 행위의 역사적 신빙성을 부정하는 학자들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과 대속적 죽음 사상과는 일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성경적 구속사를 부정하고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을 부인하는 루돌프 불트만(Rudolf Bultmann), 그의 제자 신약학자 에른스트 캐제만(Ernst Käsemann), 조직신학자 프리드리히 고가르텐(Friedrich Gogarten) 등이 제시하는 현대역사비판사고로써는 대속사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교의학자 발터 퀘네트(Walter Künneth), 칼 바르트(Karl Barth), 신약학자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n), 요아킴 예레미아스(Joachim Jeremias), 페터 스툴마허(Peter Stuhlmacher) 등에서 보는 바 같이 구약에서 내려오는 속죄 사상을 이해한다면 예수의 속죄 사역은 신화적 각색으로 거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예수 인격과 삶과 사역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 이해되어 질 수 있다.

하나님이 그의 백성에게 제공하신 율례의 준행이 거부된 후에는 이제 남은 것은 약속의 땅으로부터 이들의 추방과 대속의 길뿐이다. 이미 구약 예언자 이사야의 예언에 포로되어간 이스라엘에 관한 하나님의 구속 의도가 약속되어 있다:

“여호와께서 이를 살피시고 그 정의가 없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사람이 없음을 보시며 중재자가 없음을 이상히 여기셨으므로 자기 팔로 스스로 구원을 베푸시며 자기의 공의를 스스로 의지하사 공의를 갑옷으로 삼으시며 구원을 자기의 머리에 써서 투구로 삼으시며 보복을 속옷으로 삼으시며 열심을 입어 겉옷으로 삼으시고 그들의 행위대로 갚으시되 그 원수에게 분노하시며 그 원수에게 보응하시며 섬들에게 보복하실 것이라”(사 59:13b-18).

“에돔에서 오는 이는 누구며 붉은 옷을 입고 보스라에서 오는 이 누구냐 그의 화려한 의복, 큰 능력으로 걷는 이가 누구냐 그는 나이니 공의를 말하는 자요 구원하는 능력을 가진 이니라 어찌하여 네 의복이 붉으며 네 옷이 포도즙틀을 밟는 자 같으냐 만민 가운데 나와 함께 한 자가 없이 내가 홀로 포도즙틀을 밟았는데 내가 노함으로 말미암아 무리를 밟았고 분함으로 말미암아 짓밟았으므로 그들의 선혈이 내 옷에 튀어 내 의복을 다 더럽혔음이니 이는 내 원수 갚는 날이 내 마음에 있고 내가 구속할 해가 왔으나 내가 본즉 도와 주는 자도 없고 붙들어 주는 자도 없으므로 이상하게 여겨 내 팔이 나를 구원하며 내 분이 나를 붙들었음이라”(사 63:1-5).

수도가 보스라인 에돔은 하나님 백성의 적들을 대표한다. 에돔은 포도주로 유명했다. 이사야의 예언은 에돔이 포도즙틀이 되어 이 틀을 밟은 자, 하나님에 의하여 그 선혈(鮮血)이 낭자하게 될 것을 예시하고 있다.(이사야 63장 1절-6절 해설, 『해설•관주 성경전서』, 독일성서공회판, 1165.) 하나님이 스스로 그의 백성의 원수 에돔을 벌하시고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사야의 예언은 신약에서 하나님의 메시아 예수의 십자가 대속에 대한 예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십자가적 사유는 하나님으로부터 떠나고 패역한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프리즘이다. 예수의 고향 사람들은 예수의 복음을 받지 않고 오히려 그를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리려 하였다(눅 4:29).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로운 제공에 대한 거부와 불순종에 대하여 하나님은 인간의 구속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으로 주시고 당신의 백성들을 순종으로 이끌어 주신다: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니 그런즉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아멘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느니라”(고후 1:20).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의 복음이며, 이것에 대한 깊은 이해는 십자가적 사고 안에서 드러난다.

복음서 저자 마태(마 26:17-29)와 누가(눅 22:7-23)는 이 최후의 만찬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예수는 성 안에 있는 마가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지키신다. 유월절이란 이스라엘의 민족적인 해방일로서 이집트 바로 왕의 종 되었던 때에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의 집마다 죽음의 사자(使者)가 해(害)하지 않고 지나간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어린 양의 피는 죽음의 세력이 더 이상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속죄(贖罪)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유월절 어린 양은 오실 메시아 예수를 상징하는 예표(豫表)이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오심을 보면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 1:29, 36)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유월절을 지키시고 유월절 음식을 나누시는 것은 구속사적 의미를 함축한다.

2. 성례전은 물질이 하나님의 은혜를 매개하는 행동

제사(sacrifice)는 인간이 제물을 통하여 하나님에게 우리의 호의를 표시하는 인간편에서 위를 향하여 나아가는 종교적 행위이다. 이에 반하여 성례전(sacrament)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그분의 사랑을 표시하는 하나님 편에서 인간으로 내려오는 종교적 행위다. 성례전은 물질이 하나님의 은혜를 인간에게 매개하는 종교적 행동(세례, 성만찬)이다. 예수는 자신의 죽음이 가져다주는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들에게 매개하기 위하여 떡과 포도주를 사용하신다. 예수가 축사한 떡은 예수의 희생의 몸을 상징하며, 포도주는 예수가 흘리신 피를 상징한다.

이 마가의 다락방에서 예수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신다(마 26:17). 제자들과 식사를 하시는 가운데 예수는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신다. 마가와 마태는 떡과 관련한 예수의 말씀을 전한다: “받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막 14:22b).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마 26:26). 바울은 떡과 관련하여 주님의 말씀 전승을 전한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고전 11:19b). 마태는 잔과 관련하여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하시고 제자들에게 주시며 제정하시는 예수의 말씀을 전한다: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 26:27-28). 마가는 잔과 관련하여 예수의 말씀을 다음같이 전한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막 14:24). 마가와 마태는 떡과 피와 관련하여 전하는 예수의 제정의 말씀은 시내산의 언약: “모세가 그 피를 가지고 백성에게 뿌리며 이르되 이는 여호와께서 이 모든 말씀에 대하여 너희와 세우신 언약의 피니라”(출 24:8)을 연상시킨다.

이에 반하여 바울과 누가는 잔과 관련하여 “새 언약”을 강조하고 있다. 바울은 예수의 전승을 전한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고전 11:20b). 누가는 동일한 제정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눅 22:20). 바울과 누가는 새 계약을 말하는데 이는 예레미아의 새 언약을 상기하게 한다: “내가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에 새 언약을 맺으리라...그 날 후에 내가 이스라엘 집과 맺을 언약은 이러하니 곧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들의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렘 31:31-33).

옛 언약과 새 언약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이룬다. 새 언약은 옛 언약의 성취요, 옛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 언약을 지시하고 있다. 구약은 신약에 모순 되거나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신약 안에서 성취된다. 구약의 약속이 신약 안에서 성취된디.

3. 단지 종교적 제사 아닌 성례전으로서 독특한 구속 언약 의식

최후의 만찬은 예수께서 잡히시는 밤에 제자들과 공식적으로 나누는 이별의 만찬이다. 이 만찬은 단지 스승과 제자의 정(情)을 나누는 자리를 너머서서 예수의 죽음이 갖는 대속의 의미를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독일 튀빙엔 경건주의 신약학자 슐라터(Adolf Schlatter)는 최후의 만찬이 단지 고별하는 애찬이 아니라 구속사적 언약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성만찬 제정에서 예수가 사용하신 떡과 포도주는 종교사적 의식과는 다른 독특한 것이었다. 예수가 제시하는 떡과 포도주는 이교도들이 사용한 제사행위와는 다르다. 이러한 예수의 기념 행위는 종교사에서 두 친구 사이의 혈맹의 상징으로서 서로의 피를 마시는 행위나, 영지주의자들의 마술적인 성격이 있는 희생 제사 이론이나 동양종교에서 처럼 신과의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 신에게 받쳤던 제물을 제주(祭主)가 먹는 것으로 파악이 되지 못한다. 이교(異敎)에서는 제사 행위에 있어서 어떤 대용물들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교에서는 혈맹이 피를 마심으로 성립되고, 희생 동물의 고기를 먹음으로써 신과의 신비한 교통이 성립되었으나 희생 동물의 살을 대신하여 떡을 먹음으로 성립되지 않았다. 예수의 성례전적 행동에는 떡과 포도주라는 대용물들이 예수의 몸과 피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므로 물질주의와 정신주의 어느 하나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예수가 제자와 함께 기념한 최후의 만찬은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의 의미를 제자들에게 해석해주는 종말론적 만찬이며 메시아적 만찬이다. 예수는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을 수 없다고 하신 그의 말씀을 확증시켜 주셨다: “그러나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눅 13:33). 이러한 최후의 만찬에서 떡을 자신의 몸, 잔을 자신의 피로 세운 언약이라고 가르친 예수의 성만찬 행위는 그가 단지 예언자적 인물을 넘어서서 종말론적 선지자(the eschatological prophet)요, 하나님의 은혜의 새 시대를 개통하는 메시아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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