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의 결정판’ 다섯 아이 엄마 김보빈의 이야기 담아
김일성 사진 붙은 투표소 부쉈다 체포돼
공개 처형 선고 후 탈북, 2001년 한국행
영국독립영화제·퀸즈세계영화제 등 수상
주인공 김 씨, 탈북 과정서 인권 유린당해
“아픔이 아닌 미래와 희망 말하고 싶어”
“북한 땅에 지하교회가 있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하나님께서 그 땅을 사랑하시고, 그 땅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 달라. 이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엄청난 역사와 기적을 함께 누리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란다.”
탈북민 1호 영화감독 김규민 씨가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여성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통일오라’가 최근 개봉했다.
김 감독은 1999년 북한 지방선거 당시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붙은 투표소를 부순 사건으로 체포돼 공개 처형을 선고받고, 공포심에 탈북을 결심했다. 중국을 통해 목숨 건 탈출을 감행, 2001년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이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배우의 꿈을 키우다 연출·제작자로 거듭났다. 북한 참상과 탈북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퍼스트 스텝(2018)’, ‘사랑의 선물(2019)’ 등을 제작·개봉했으며, 특히 ‘사랑의 선물’은 영국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퀸즈 세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통일오라’는 탈북 후 다섯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김보빈 씨의 삶을 조명한다. 김 씨는 1990년대 대기근 시기에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인신매매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했지만,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됐다.
교화소에서 온갖 가혹행위를 겪으며 3년을 보낸 김 씨는 다시 탈북을 감행했고, 2012년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김 감독은 “지구상 최악의 부조리한 북한의 현실 앞에서 금수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연약한 여성으로서 폭력에 짓밟히며 겪어야 했던 고난과 아픔, 수치를 처절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했다. 이 영화마저도 그녀가 실제 당한 참상 중 일부에 불과하다.
주인공 김 씨는 탈북 후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에 정착해 다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성공한 기업가가 됐다. 하지만 모든 탈북민이 그와 같지는 않다. 상당수 여성 탈북민들은 남한에 온 뒤에도 여전히 인권사각지대에서 고초를 당하고 살아간다고 김 감독은 밝혔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진 대기근으로 60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인구 3~5%에 달하는 수치다. 김 감독은 “잊혀져 가는 북한 인권 유린의 참혹한 실태를 재조명해 고발하며, 그 가운데서도 김 씨와 같은 삶을 통해 희망을 다시 이야기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보빈 씨는 “20대에 탈북과 옥살이를 시작해 30세에 감옥에서 나왔다. 20대를 생각하면 아픔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아픔을 넘어 우리에게 항상 미래와 희망이 있고, 과거의 아픔이 오늘의 희망과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 ‘통일오라’를 한국교회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는 GVCS 글로벌선진학교 남진석 이사장은 “GVCS는 개교 당시부터 매주 월요일 북한을 위해 기도하며 통일 인재를 양성해 왔다. 통일이 될 때 강대국에 기득권을 넘기지 말고 통일을 주도할 인재를 키워 왔다”며 “탈북민들 스스로 북한 재건을 주도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7월 4일 개봉한 ‘통일오라’는 매월 1회 롯데시네마에서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에서 상영하고 있으며, 개교회에서도 상영이 가능하다.
한편 탈북민 주경배 목사를 중심으로 북한 이탈민들에게 정착과 재기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 통일오라 협동조합 ‘통일뜨락’이 결성됐다. 탈북민 스스로 다양한 굿즈와 농산품을 생산하며 남·북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고, 나아가 분단과 현실의 아픔을 치유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일뜨락이 위치한 곳은 경기도 양평군. 아이러니하게도 양평을 거꾸로 하면 ‘평양’이 된다. 영화 ‘통일오라’의 주인공 김보빈 씨 역시 협동조합원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교회의 많은 기대와 관심을 요청했다.
문의 031-771-1069(통일오라 협동조합), 010-5637-8377(김보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