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이 간과해선 안 되는 지점, ‘교회’

|  

[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세상과 소통하며 교회 세워가는 평신도

평신도 신학
헨드릭 크래머 | 홍병룡 역 | 아바서원 | 224쪽 | 12,000원

고단하고도 복잡한 세상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믿음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때로는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교회와 세상의 간극으로 인해 깊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잠깐의 주일예배로는 한 주의 영적 전투가 버겁습니다.​

교회의 대다수는 평신도들입니다. 이전에 비해 논의가 늘어났긴 했지만, 여전히 평신도의 신학적 지위는 중심부에 있지 않습니다. 1958년 출간된 『평신도 신학』 이후로도 충분하게 후속 연구가 영글지 않은 듯 보입니다. 교회 안에서 경험하는 평신도의 위치 또한 획기적인 개선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네덜란드 선교학자인 헨드릭 크래머(Hendrik Kramer)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평신도에 대한 신학’을 과감하게 선보입니다. 그의 저술 5년 전 가톨릭 신학자인 이브스 콩가르(Yves M.J. Congar)가 『교회 안의 평신도』라는 책을 냈지만, 가톨릭 신학 안에서 저술된 책이 개신교의 교회론과는 다른 지점이 존재했습니다.​

크래머는 콩가르의 저술에 대한 가치와 의의를 인정하며, 이 책 『평신도 신학』에서도 그 책을 많이 소개하고 인용합니다. 더하여 개신교의 교회론에서 평신도의 신분과 사명에 대해 새롭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교회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평신도들에 대한 신학적 조명과 성찰을 개신교 내에서 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미 역사 속에 존재했던 평신도들의 발자취를 훑어갑니다. 우리가 성직자라고 오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에 속합니다.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 키프리아누스(Cyprianus),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모두 유능한 평신도였습니다. ​

교부들뿐 아니라 중세의 수도원 운동을 이끌었던 많은 사람들은 평신도 활동의 실례입니다. 종교개혁 또한 평신도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특히 위대한 종교개혁자 칼뱅(Jean Calvin)은 평신도 때 『기독교 강요』를 집필했습니다. 이를 통해 개혁교회의 기본적이고 중추적인 틀을 마련합니다.

▲왼쪽부터 테르툴리아누스, 아우구스티누스, 칼뱅. 이들은 모두 평신도였다고 한다.

▲왼쪽부터 테르툴리아누스, 아우구스티누스, 칼뱅. 이들은 모두 평신도였다고 한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차대했지만, 교회에서의 지위는 매우 약했습니다. ‘왕 같은 제사장직’이라는 명제를 들고나온 종교개혁으로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이 사라진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설교하는 직분의 탁월성을 강조함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졌습니다.​

평신도 신학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것이 하나의 동떨어진 논의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평신도 신학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교회의 소명과 함께 가야 합니다. 평신도 신학이 교회론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평신도가 책임 있는 동반자 관계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평신도와 동반자 관계를 맺는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교회는 종교 기관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고대하는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신뢰하며 의존합니다. 이것이 세상의 다른 공동체와 구별되는 독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 자신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부름받았다는 인식을 항상 가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선교적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선교하며 사역해야 합니다. 이러한 본질을 중심에 둔다면 평신도의 책임 있는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세상의 최전선에서 교회를 대표해 있는 그들이야말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위 이전에 존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존재가 되어, 우리는 세상 속에 침투해야 합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따라서 교회는 교회의 본질과 소명에 입각하여, 증언과 섬김을 위해 세상에 보내진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성도들의 정체성을 근거 삼아 동역을 요청해야 합니다. 세상 가운데 살아가면서도 세상에 속할 수 없는 그들이야말로 교회의 주체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역자는 그들을 돕고, 또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외항선교회

국내외 거점 항구마다 지회 설립하고 선교사 파송 앞장

입항한 해외 선원들 복음 전해 로고스호 등 승선 선교활동도 남아공 등 해외에도 지회 설치 현재는 디아스포라 선교 관심 1974년 창립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한국 최초 자생적 선교단체 ‘한국외항선교회(Korea Habor Evangelism, Inc., 이사장 김삼환 목사, 총재 이…

원크라이

2025 원크라이, 1월 3일… “기도, 국가적 위기 돌파하는 힘”

어수선한 시국, 깨어 기도해야 합력해 선 이루시는 통로 돼야 나라 향한 하나님 계획 이뤄야 한국교회, 선교적 교회 전환을 천만 선교사 시대 여는 새해로 게토화 아닌 국가·시대 섬겨야 매년 새해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원크라이(One Cry)’ 기도…

황덕영 미래목회포럼 대표회장 “소망을 주는 통로 되길”

황덕영 미래목회포럼 대표 “소망의 통로 되길”

AI위 등 신설해 위원회 중심으로 개편 ‘정답’ 제시하고 ‘싱크탱크’ 역할 충실 정성진 목사 “자기 확증의 갈등 계속… 내 생각 내려놓고 성경에서 길 찾길” 미래목회포럼(이하 미목포) 신임 대표회장에 황덕영 목사(새중앙교회 담임)가 취임했다. 미목포는…

한교총 제8대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취임 감사예배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 “연합‧회복‧부흥에 최선”

원로들, 엄중한 시국에서 역할 당부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 제8대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취임 감사예배가 12일(목) 오전 11시 서대문교회(예장 합동)에서 열렸다. 박병선 목사의(공동대표회장, 합신 총회장)의 인도로 드려진 예배는 류…

국회 성탄트리 점등식

“여야 정쟁 치열하지만, 그럴수록 성탄의 빛 필요”

인카네이션, 듣기만 해도 설레 성탄, 수수께끼 같은 하나님의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어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랑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예수와 믿음 안에서 하나 됨을 불과 1주일 전 전쟁터 같았던 국회의사당 한복판에서, 여야 의원들이 손…

시리아

박해감시단체, 시리아 기독교인 대상 ‘인종 청소’ 경고

시리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끄는 반군이 수만 명의 시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인도적 물품을 압류한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인종청소에 해당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리아에서 현장 지원 네트워크를 유지해 온 미국 박해 감시단체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