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생명윤리 무너뜨린 독일 신학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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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생명윤리 26 - 세속주의 성경관과 생명윤리 (1)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세속화된 신학과 독일의 인종 학살

고대부터 생명 존중 문화가 있어 왔지만, 생명윤리에 대한 전 인류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뉘렌베르그 전범재판을 통해 독일의 인체실험과 아우스비츠의 대량학살의 전모가 알려지면서 생명윤리에 대한 소중함을 지키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온 인류는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뉘렌베르그 조약을 맺게 된다.

독일이 인체실험과 인종 학살로 생명윤리를 무너뜨린 저변에는 여러 가지 철학 사상이 역할을 하고 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계몽주의 철학 사조가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성과 과학적 방법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사회적 개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계몽주의는 과학의 발달과 여러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이성 우월주의에 빠지면서 종교의 영역까지 분석하고 재단하려는 사조가 고개 들기 시작했다. 토마스 아퀴나스부터 싹을 틔운 위험한 이성 중심의 신학 사조가 세상 철학 사조의 흐름에 편승한 것이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철학 사조가 독일 신학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신학 사조로 계몽주의 신학, 낭만주의 신학, 자유주의 신학, 고등비평과 신정통주의 등이다. 이들 19세기 독일 신학 사조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성경의 무오성을 의심하는 세속주의 성경관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속화된 성경관은 절대 진리를 부인하고 상황윤리를 받아들임으로써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생명을 유물론적 사고로 바라보게 했다.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켜주던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미끄러운 경사길로 내몰았다.

철학 사조와 궤를 같이한 독일의 신학 사조

계몽주의 신학은 18세기 후반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초까지 지속된 신학 사조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주장한 이성과 도덕성을 강조한다. 초자연적인 요소를 부인하고 인간의 합리적 사고와 도덕적 삶을 중시했다. 결국 신학은 도덕적 교훈을 제공하는 역할로 축소되었다. 전통적 교리와 신앙을 부인하고 재해석하면서, 이후 자유주의 신학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낭만주의 신학은 계몽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걸쳐 발전했다.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가 주요 인물이다. 감정과 개인적 신앙 경험을 강조하며, 신앙은 이성보다 직관과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신앙 체험과 종교적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유주의 신학의 물꼬를 활짝 트게 된다.

자유주의 신학은 18세기 계몽주의와 과학적 발전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중반부터 본격화된 다. 알브레히트 리츨(Albrecht Ritschl), 아돌프 폰 하르낙(Adolf von Harnack)이 주요 인물이다. 성경을 역사적, 비평적으로 분석하며, 종교와 이성을 자의적으로 조화시키려 했다. 성경의 구원관보다는 윤리적 가르침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교리와 신앙 해석에 도전하고 있다.

고등비평(Higher Criticism)은 문학에 적용하던 비평 양식을 성경에 적용하여 성경을 문학적·역사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성경 텍스트의 기원과 발전을 연구하며, 성경의 저자와 역사적 배경을 분석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기적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성경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해석을 제시하며, 자유주의 신학과 맞물려 기존의 보수적인 신학에 도전했다.

대표적으로 모세오경의 저자가 모세가 아니고 여러 문서를 합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문서설). 그리스어로 “함께 보다”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공관복음(마태, 마가, 누가복음) 저자들이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신적 영감보다는 저자들의 관점과 목적에 맞게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편집비평). 또한 성경의 출애굽 사건이나 예수의 부활과 같은 사건들의 역사적 증거를 부인하고, 고고학적 발견과 비교하여 성경의 역사성을 평가하면서, 성경의 서술이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설을 주장한다(역사비평).

고등비평은 성경을 보다 인간적이고 역사적인 문서로 이해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전통적인 신학적 주장을 부정한다. 성경을 절대적인 진리로 보기보다는 비판적이고 학문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게 한다. 현대 교회의 세속화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신정통주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했다. 칼 바르트(Karl Barth)가 주요 인물이다. 자유주의 신학의 인간 중심적 경향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경의 역사성을 부인하고 상징적인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경을 단지 문학적 문서로 취급하고, 신화나 교훈적인 비유로 해석하고 있다. 기독교 신앙과 전통적인 해석을 부인하고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이게 된다.

독일의 이러한 신학 사조는 당시 독일로 유학을 온 여러 나라 신학자에 의해 퍼져간다. 미국 유니온 신학교의 찰스 브릭스가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미국 보수주의 신학 사조를 자유주의 신학으로 변질시키는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멜서스와 헤겔

멜서스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이로인해 인구 과잉과 식량 부족이 발생하여 기근, 질병, 전쟁 등으로 인구가 조절된다고 보았다. 멜서스의 이론은 이후 특정 집단의 출산을 제한하거나 장려하는 산아정책, 이민정책, 우생학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독일의 세속화된 신학 사조의 결정적인 획을 그은 사람이 변증법을 주장한 헤겔이다. 절대 진리를 부인하는 헤겔의 철학 사조는 유물론에 기초한 마르크스주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다원의 진화론을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헤겔은 다윈의 진화론을 읽은 후 자연에서의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가 사회에서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회 다윈주의(Social Darwinism)를 이끌었다. 19세기에 진화론을 받아들인 독일은 집단적인 국가 지배 이념으로 사회 진화론을 더욱 발전시킨다.

멜서스의 이론과 함께 사회 다윈주의는 독일의 우생학의 근거로 견고하게 자리잡게 된다. 독일의 인종청소와 집단학살, 인체실험 등을 정당화는 광기의 역사 근저에는 철학과 신학의 타락이 있었다. 신학의 타락은 생명윤리를 위협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우생학이다.

헤겔과 독일 인종위생

생물학 교수였던 헤겔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난 뒤 곧바로 진화론의 지지자가 된다. 헤겔은 인간 의지의 자유를 제외한 모든 논제가 진화론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독교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프란시스 쉐퍼는 헤겔이 절대적인 진리와 절대자에 대한 개념을 무너뜨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헤겔은 열등한 유전적 혈통이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되면 민족의 생물학적 질이 퇴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인종 위생은 원래 생의학적 차원에서 건강보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됐지만,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 다윈주의로 발전시킨 헤겔에 의해 발전 확대돼 국가 이념으로 수용되면서 강제 불임 수술, 안락사, 집단학살로 변해갔다.

헤겔은 모든 인종을 10단계로 분류하고 최상위에 코카서스 인종을 배치했다. 독일은 헤겔의 인종 분류와 생물학적 결정론을 가지고 인종 간의 차별을 당연시했다. 결국 헤겔의 주장은 반유대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심지어 헤겔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유아 살해도 가능하며, 인위적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는 치료 불능의 정신병자나 암 환자들을 제거하는 것도 이들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아 살해와 안락사를 정당화했으며, 교화가 불가능한 범죄자를 사형하는 것 역시 공동체의 질적 진보를 위해 필수적이며, 이는 생물학적 질이 유전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끝없는 독일의 추락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저지른 반인륜적인 인종학살과 인체실험에 대한 혹독한 재판과 반성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번 타락한 신학 사조와 세속주의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고 생명윤리의 타락에 이어 성윤리의 타락 현상을 보이게 된다. 독일은 1961년 피임약을 허용하고, 1969년에는 동성애를 부분적으로 합법화와 이혼을 합법화하고, 학교에서 포괄적인 성교육을 의무화한다. 그 결과 유치원 아이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거울에 비춰 보라고 하며 자위행위를 가르치고 있다. 1973년 포르노를 합법화하고 1976년 낙태를 합법화했다. 1977년에는 무책주의 이혼을 허용했으며, 1994년에는 동성애를 완전합법화했다. 2001년에는 매춘업 종사자들에게 사회보험 혜택을 주는 직업으로 인정하고, 동성애자들에게 시민결합법을 제정했다. 2017년 세계에서 23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2019년에는 제3의 성을 법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성경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독일의 끝없는 추락을 보고있다. 독일 신학이 철학 사조를 옷 입고 자유주의 신학에 몸을 맡긴 결과다. 성경을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작은 틈이 큰 둑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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