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하시는 나사렛 예수(II)

기자   |  

역사적 예수 논구 시리즈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2. 요한복음의 의도: 예수는 참된 유월절 어린 양 - 금요일(유월절 전 날) 심문과 처형

공관복음의 연대기의 어려움은 요한복음의 연대기에 의하면 해결된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유월절 축제는 금요일 저녁에서 시작되어 토요일 저녁에 마치기 때문에 마가의 보도와도 모순되지 않는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유월절 축제 전에 이미 집행되었기 때문이다. 예수의 심문과 십자가 처형은 유월절 축제 전인 금요일 저녁 이전에 집행된 것으로 되어서 유대인 축제일에 심문과 십자가 처형이 허용될 수 있었는가 의문에 대한 해답이 된다.

요한은 목요일 이루어진 최후 만찬을 유월절 식사로로 묘사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이 예수를 가야바에게서 관정으로 끌고 가니 새벽이라 그들은 더럽힘을 받지 아니하고 유월절 잔치를 먹고자 하여 관정에 들어가지 아니하더라”(요 18:28). 관정(官廷)이란 빌라도의 총독 관저(官邸)를 말한다. 예수에 대한 심문과 처형이 실행된 금요일은 유월절 축제 전날이지 유월절 축제일이 아니었다.

요한이 언급하는 유월절과 관련한 빌라도의 다음 말도 예수 심문과 처형이 유월절 전날 일어났음을 보여 준다: “유월절이면 내가 너희에게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으니 그러면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하니”(요 18:39). 요한은 이어서 예수를 석방하려는 빌라도(요 19:4a, 요 19:6b)와 그의 처형 요청하는 대제사장과 그의 하속 유대인들 사이에 있었던 심문과정((요 18:39-40)을 제시해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유대인들의 강경한 요청(요 19:15)에 굴복하여(요 19:16)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혀서 숨을 거두시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요한의 연대기에 의하면 예수는 유월절 전 날 십자가에 못박혀 “모든 일이 이미 이룬 줄을 아시고”(요 19:28a) “내가 목마르다” 하시고, 신포도주를 받으신 후 “다 이루었다”(요 19:30a) 하시고 영혼이 돌아가셨다(요 19:30b). 요한은 이 날이 유월절 예비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날은 유월절의 준비일이요 때는 제육시라”(요 19:14a). “이 날은 준비일이라 유대인들은 그 안식일이 큰 날이므로”(요 19:31a). 요한복음에 따르면 안식일이 유월절 절기일이다(요 18:28; 요 19:14).

요한의 기록에 의하면 빌라도는 유월절 전 날(준비일)에 예수의 심문과 판결, 처형을 하였다(요 19:30). 유월절 축제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에 거행되었다. 심문과 판결, 처형이 실시된 금요일은 축제 전날이지 축제일이 아니라는 것이다(요 19:31). 예수는 금요일에 무덤에 묻히셨고(요 19:42) 일요일에 부활하셨다. 요한복음의 연대기에 의하면 예수는 참된 양: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 1:29, 36)으로서 유월절 양들이 성전에서 도살되는 시간에 처형되셨다(요 19:31). 요한복음의 연대기는 신학적 연대기라고 하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요한복음의 연대기가 공관복음서의 연대기보다 역사적으로 더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축제일에는 심문과 처형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 조베르의 해결책: 희브리 『희년서』 달력 - 화요일 저녁 유월절 식사, 화요일로 넘어가는 밤 체포, 금요일 십자가 처형

프랑스여성 신학자 아니 조베르(Annie Jaubert)는 1953년 이래로 그의 논문 “최후만찬의 날짜”(La date de la dernière Cène)와 저서 『최후 만찬의 날짜』(La date de la Cène)에서 두 연대기를 화해시키려는 논제를 발전시켰다. 그녀는 새로운 연대기로서 기원전 2세기 후반에 제사장들이 사용한 희브리 『희년서』(Buch der Jubiläen) 달력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달력에 의하면 해마다 예전적 축제는 늘 같은 요일에 거행하게 되는데 유월절의 경우 니산 달 15일은 늘 수요일이다, 이는 일몰 후 유월절 식사는 화요일 저녁에 이루어진다. 조베르에 의하면 예수는 유월절을 화요일 저녁에 지내셨으며 수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체포되었다고 말한다. 이 달력에 따르면 그녀는 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본다. 공관복음이 전하는대로 예수는 실제로 유월절 식사를 하셨다. 또한 요한복음이 전하는대로 자신들의 달력을 준수한 유대 당국자들은 예수 심문 이후에 유월절을 지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축제 당일이 아닌 축제 전야에 처형되셨다. 조베르의 해결책은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의 날자 계산이 서로 다른 것은 각기 다른 달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베르 해결책은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에 전승된 연대기가 일연의 사건들(예수의 심문, 빌라도에 넘겨짐, 빌라도 부인의 꿈, 빌라도에게 되돌아 옴, 채찍질, 십자가형 선고, 형 집행 등)을 몇 시간 안에 모두 수행되도록 하는 어려움을 주목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 어려움에 대하여 조베르는 수요일로 넘어가는 밤에서 금요일 아침에 이르는 시간 범위를 제시한다. 빌라도가 주저하는 가운데 십자가 형은 금요일까지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주로 쿰란 공동체에서 유포되었던 달력을 예수께서 실제로 사용하셨을까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에 조베르는 희년서 달력이 쿰란과 에세네파에만 언격히 제한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예수의 유월절 축제 연대를 주장하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예수는 축제가 있을 때 성전에 가셨는데 요한복음이 전해 주듯이 주로 유대교의 축제 달력에 따랐다.

4. 존 마이어의 제안: 특별한 종류의 최후만찬, 예수 자신이 유월절 양

존 마이어(John P. Meier)는 「변두리 유대인」(A Marginal Jew) 제1권 끝에 예수의 생애 연대기에 관하여 방대한 연구를 제시했다. 그는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의 연대기 사이에 전체 상황에 근거해서 요한연대기를 지지한다. 유대 당국자들은 빌라도 앞에서 예수를 심문할 때 아직도 유월절 음식을 들지 않았다. 이들은 예전적으로 깨끗함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십자가 형이 축제일이 아니라 축제 하루 전에 시행되었다고 주장한 요한의 기록에도 동의한다. 이 사실은 예수가 성전에서 유월절 양들이 도살된 시간에 별세했다는 것을 요한의 기록이 올바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존 마이어도 공관복음이 유월절 식사에 관해 말한 근거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주지 못한다. 마가는 최후 만찬에 대한 본래 보고에서 유월절에 관하여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어는 요한복음과 마찬가지로 공관복음도 유월절 식사에 관하여 조금씩 이지만 다루고 있다고 다음 같이 피력한다: “전체 요한의 전통은.. 식사의 비유월절 성격에 대한 공관복음의 전통과 온전히 일치한다.” 누가복음도 유월절 식사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유월절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루기까지 다시 먹지 아니하리라”(눅 22:15-16). 마이어는 이에 대하여 다음같이 해석한다. 예수는 닥쳐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계셨다. 그는 더 이상 유월절 음식을 드실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셨다. 그리하여 그는 제자들을 특별한 종류의 최후 만찬으로 초대하셨다. 이 만찬은 그분의 작별인사로 구성되었다. 이것이 예수가 제자들과 가진 유월절 식사였다. 그는 식사 동안에 자신을 참된 양으로서 제자들에게 선사하셨다. 예수께서 유월절 축제 하루 전 성전에서 유월절 양들이 도살되는 시각에 돌아가셨다. 나중에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실을 통해서 예수를 참된 유월절 어린양으로 알게 되었고 유월절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존 마이어는 유월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울의 성찬론에서 발견한다: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고전 5:7). 마이어에 의하면 예수가 바로 유월절 양이며, 예수의 최후만찬이란 바로 유월절이다. 이러한 마이어의 최후만찬 해석은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의 최후만찬 이해를 연결시키고자 하는 좋은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로잔 서울선언문

로잔 선언문과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의 ‘동성애’ 비교 분석

차별금지법 강력히 반대하는 분명한 신앙고백 표명한 의미 로잔 선언문은 ‘신학 선언’, 법안 명칭 없다고 문제 삼는 건 기우 불과… 신학적 타당성 갖고 다음세대 살리는 운동하길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 없어 본질적 인식 동…

로잔 서울선언문

로잔 서울선언문 56-70항 쉬운 원문 해설(핵심 요약본)

로잔 서울선언문 56-70항(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의 해석이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한 단어, 한 문장에 어떤 음모가 숨어 있다고 하면서, 문맥의 의미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의미의 왜곡을 가져옵니다. 참 아쉬운 부…

대한예수교장로회 분당중앙교회(담임 최종천 목사, 예장 합동)가 출연한 재산으로 설립(2023. 08. 25.)된 재단법인 <인류애실천 분중문화재단>은 국민일보(사장 김경호)와 공동 주최로 5일 오후 분당중앙교회 그레이스채플에서 ‘인류애실천 분중문화상’ 제2회 시상식을 가졌다.

기독문화예술계 최대 시상식 ‘분중문화상’, 제2회 대상에 박종호 장로

수상자, 가족 친지, 교인 등 축하객 5백여 명 참석 건국전쟁 감독 김덕영,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유예은, 광야아트센터, 상금 각 2천만 원 수상 우수인재상, 인재지원상, 취약계층 대상 어울림상 등도 최종천 이사장 “약속대로, 정한대로, 끝까지 인물 양성” 일…

조전혁 정근식

조전혁-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학생인권조례 관련 입장은

학생인권조례, 조 ‘폐지’ 정 ‘존치’ 조 후보 “동성애·페미 교육 금지” 정 후보 “젠더 감수성 교육 강화” 오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사실상 중도보수 진영의 조전혁(趙全赫) 후보와 진보좌파 진영 정근식(鄭根植) 후보의 2파전으로 굳어지…

지옥에서 온 판사

지옥에서 온 판사: 속은 추악하지만 겉은 아름다운 마귀·악마의 본질

저승 재판관과 최고신 수하 설정 기독교 가르침과 정면으로 상충 한국 저승 신화에는 잘 들어맞아 마귀와 악마에 대한 성경 가르침 반대로 비틀수록 작품 인기 높아 은연중에 악하지 않단 인식 확산 이번 주부터 박욱주 교수님의 칼럼은 SBS 금토 드라마 를 분…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해방 후 크리스천 미술가들의 작품 활동이 두드러졌던 이유

1. 일제 가혹한 탄압으로 활동 못해 2. 월남 미술인들 이주로 활기 생겨 3. 제헌 국회부터 신앙의 자유 공인 한국 크리스천 미술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해방을 전후로 해서이며, 더 자세히는 6.25 전쟁을 전후해 크리스천 작가들이 급증하고 작품 발표도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