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피임약 판매 거부한 獨 기독교인 약사 승소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독일 기독교인 약사 안드레아스 케르스텐. ⓒ국제 ADF

▲독일 기독교인 약사 안드레아스 케르스텐. ⓒ국제 ADF

독일에서 종교적 신념 때문에 사후피임약 판매를 거부하다 고소당한 한 약사가 장기간의 법정 싸움 끝에 승소했다. 그러나 독일의 양심 보호 실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국제 자유수호연맹(국제 ADF)은 3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고등행정법원은 지난 6월 26일 구두 판결을 통해 약사 안드레아스 케르스텐(Andreas Kersten)에 대한 직업적 의무 위반 혐의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케르스텐에 대한 혐의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자신이 소유하고 일했던 언다인 약국(Undine Pharmacy)에서 사후피임약을 비축하고 판매하는 것을 거부한 후 고소당했다.

이번 판결로 케르스텐을 상대로 고소장을 낸 베를린약사회(Berlin Chamber of Pharmacists)는 소송과 관련된 변호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19년 하급 법원도 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으나 베를린약사회가 항소했다.

법원은 “케르스텐이 연방 보건부의 서한을 인용해 그러한 상황에서 약사가 양심적 병역 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결했으나, 국제 ADF와 케르스텐은 판결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제 ADF에 따르면, “법원은 케르스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며 베를린 약사의 양심의 자유를 옹호하지 못했다”며 “법원이 약사협회가 그에게 요구한 제재를 기각한 것에 안도를 느낀다”고 했다.

케르스텐은 판결에 대해 “저는 건강을 증진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약사가 됐다. 인간의 생명을 일찍 죽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위 ‘사후 피임약’을 판매하는 것을 양심과 조화시킬 수 없다”고 했다.

케르스텐은 “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우리의 양심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거부하는 논리에 실망했다고 주장했다”며 “이제 약사들은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직업을 포기하도록 강요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ADF 이사인 펠릭스 볼만(Felix Bollmann)은 판결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며 “5년이 넘는 법적 불확실성 끝에 안드레아스 케르스텐이 자신의 직업적 의무를 과실로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는 이 판결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판결 뒤에 숨겨진 이유가 터무니없다. 법원은 구두 판결에서 ‘약사들이 미래에, 적어도 베를린에서는 신념과 직업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며 “이는 국제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근본적인 자유는 단순히 서류상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만은 “법원의 추론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법원이 누군가가 양심의 자유를 행사하기로 선택했다는 이유로 직업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하다. 이는 유럽인권재판소가 수년 전에 정당하게 기각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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