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이별은 아쉽지만 소망이 더 크죠”.
지난 주 목요일 저희 교회를 섬기던 최해규 장로님이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목요일 오후에는 위로예배를 드렸고, 금요일 오후에는 입관예배를 드렸으며, 토요일 점심에는 하관예배까지 인도했습니다.
제가 미국 가기 전에 최진경 장로님이 기도를 받으러 오셨습니다. 아버지가 너무 위중하시기 때문에, 기도를 해달라고 오신 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약간 겁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미국에 가 있을 때 최해규 장로님이 천국 가시면 누가 장례식을 인도해 줄 것인가…. 물론 부목사님들이 있지만, 어찌 제가 마음으로 스승처럼 존경했던 최해규 장로님의 마지막 길을 그들에게 맡기겠습니까?
그분은 평생 중고등학교 교사를 하시면서 올곧은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각종 민방위훈련이나 군부대를 다니면서 효와 충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언어생활도 자제를 하시며 사신 분입니다. 그런데 그분도 세월이 흘러서 노환으로 고생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장남인 최진경 장로님이 저에게 기도를 받으러 오셨습니다. “목사님, 제발 우리 아버님이 90세까지만 살면 좋겠습니다. 85세의 연세도 단명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욕심으로는 90세까지 붙들고 싶습니다. 이것이 아버지에게는너무나 잔혹한 고통이 될지 모르지만, 저로서는 그렇게 붙들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제 곁에 모시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가 아버님께서 90세까지 산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지금 아무리 위중하다 하더라도 제 마음에 기도의 감동의 확신이 오는데 제가 미국 가는 일정 중에는 하나님이 불러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제 확신을 믿으십시오. 만약에 제 감동이 틀려서 미국 가기 전 최 장로님이 돌아가신다면 제가 미국 일정을 포기하겠습니다.”
그 정도로 제가 자신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도 혹시나 해서 최 장로님께 전화도 드리고 또 교구 전도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정말 건강 상태가 호전이 됐다는 것입니다.
저는 무사히 미국 일정을 마치고 왔습니다. 그런데 최진경 장로님이 그날따라 보고 싶어서 아버지를 면회했는데, 면회하고 바로 그 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아들임을 인지하고 눈인사를 하고 나서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으셨으니 임종을 하신 것이죠. 제가 그 사연을 듣고 원주에서 달려와 위로 예배를 드려주었습니다.
예배 후에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목사님, 장례예배가 천차만별인데 아쉬움이 있거나 껄껄껄 잘했으면 좋았을 걸 등 마음 아픈 장례식도 있는데요. 오늘 장례예배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이별의 아픔은 있으나 감사가 있고 고인이 되신 최해규 장로님이 잘 사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나 세상에나 특히 자녀들에게나 성도들에게 모범된 삶을 사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진경 장로님의 인사도 감동이었어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하나님께도 교회에도 더 잘하겠다는 인사가 너무 은혜스러웠습니다. 이별의 아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 며느리와 손자의 모습도 인상이 깊더라고요. 이건 불효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시아버님이 너무나 인생을 잘 살아내신 것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느껴지는 눈물이었어요.”
저도 위로예배 때 이런 말씀을 전했죠. “저도 언젠가 죽을 것입니다. 누가 제 장례를 치러야 될지 모르지만, 우리 소 목사님이야말로 정말 후회함이 없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눈물과 아픔과 슬픔과 고통과 질병이 없는 저 영원한 천국에서 위로를 받고 안식을 얻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하는 설교 그대로 누군가가 제 장례식에서 그런 설교를 하기를 원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장례식에서도 저를 아는 성도들이 이별에 대한 아쉬움뿐만 아니라 삶을 위대하게 살고 하나님의 사역을 잘 일구신 존경에 대한 감사의 눈물을 흘리기를 원합니다. 저도 그런 모습으로 이 세상을 떠나 천국 가기를 원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별의 아픔보다 더 큰 소망이 있습니다. 그 소망은 바로 천국 소망입니다. 그 소망이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저는 정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1도 없어요. 어떻게 남은 삶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께 누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은 있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국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해규 장로님의 천국환송예배를 하면서 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천국 소망이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내가 목사 되기를 너무나 잘했지. 내가 목사 안 되고 돈을 많이 벌어 방탕하게 살았으면, 내 영혼이 지옥에 가지 않을까. 앞으로도 하나님의 영광과 천국의 상급을 위해서 달리고 또 달리며 살아야지.”
그렇습니다. 이별의 아픔보다 더 큰 것은 천국 소망이죠.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