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소지해서”… 이란 관광객, ‘개종 혐의’로 징역 10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아르메니아 국적의 기독교인 남성

▲이란 국기. ⓒSina Drakhshani/ Unsplash.com

▲이란 국기. ⓒSina Drakhshani/ Unsplash.com

이란에서 한 관광객이 개종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란의 엄격한 종교법에 따라 개종은 불법이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아르메니아 국적의 하코프 고추미안(Hakop Gochumyan)이 명확한 증거 없이 6월 초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며 아시아뉴스(Asia News)를 인용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그의 유죄 판결은 증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범죄 행위에 대한 추정으로도 사법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란 이슬람 형법에 따른 판사의 ‘개인적 직관’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코프 고추미안. ⓒICC 제공

▲하코프 고추미안. ⓒICC 제공

기독교 단체 ‘바나바스에이드’(Barnabas Aid)는 “고추미안은 아내 엘리사 샤바르디안(Elisa Shahvardian)과 함께 2023년 8월 이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체포됐다”고 밝혔다. 

당시 이 부부는 테헤란 근처 파디스에 있는 친구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는데, 정보 요원들이 급습해 모든 성인들을 구금하고 여러 페르시아어 신약성경과 기타 기독교 서적을 압수했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CC)는 “이들 부부가 체포된 후 7살과 10살 된 두 자녀는 샤바르디안의 이모와 함께 떠났다”며 “부부는 가혹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에빈교도소로 이송됐고, 독방에 갇혀 심한 정신적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란에 가족을 둔 이란계 샤바르디안은 2개월 후인 2023년 10월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하코프는 “복음주의 기독교 네트워크에 연루돼, 이슬람의 신성한 법을 위반하는 변칙적인 선교 활동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현재까지 구금 상태에 있다. 그는 해당 혐의에 대해 꾸준히 무죄를 주장해 왔다.

이란-아르메니아 목사인 라피 샤베르디안(Rafi Shahverdian)의 딸인 샤바르디안은 지난해 12월 박해감시단체인 ‘아티클 18’(Article 18)과의 인터뷰에서 “정보 요원들은 우리가 불법적인 기독교 활동에 가담했다고 비난했다”고 했다.

2024년 2월 선고를 받은 하코프의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그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 변호인은 해당 결정이 이란의 이슬람 형법 160조에 의해 부적절하게 영향을 받았고, 판사들이 사실적인 증거보다 직관에 의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콥의 항소는 6월에 패소했고, 그의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이란에서 아르메니아인·아시리아인과 같은 역사적 기독교 소수민족은 합법적으로 기독교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은 특히 무슬림 다수와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모든 공동체 내에서 전도를 엄격히 금지한다. 또 페르시아어로 된 성경과 같은 기독교 자료의 배포와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는 시도로 간주되는 활동도 금지한다.

ICC는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극심한 제한과 노골적인 박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이란 내에서 상당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ICC 대표는 “이란 정권은 40년 이상 페르시아어 성경을 금지하고, 교회 지도자들을 투옥하고,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거짓 고발함으로써 이란 기독교인들을 박해해 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기적을 행하고 계시며, 이란의 지하교회는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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