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사학들, 교원임용권·고교학점제 파행 공동 대처해야”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2024 사학미션 포럼 개최… 현장 교육자들 실제 대응사례도 발표

사학법 개정 후, 기간제 교사 수 정교사의 6배
학교 선택 막으면서 왜 과목 선택만 집착하나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급변하는 시대, 기독교학교가 가야 할 길’을 주제로 2024 사학미션 포럼을 개최했다. ⓒ송경호 기자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급변하는 시대, 기독교학교가 가야 할 길’을 주제로 2024 사학미션 포럼을 개최했다. ⓒ송경호 기자

사립학교들의 건학이념 구현이 도전받는 상황에서 기독교 사학들의 공동 대응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교원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의무 위탁하는 사립학교법’의 개정과 ‘고교학점제로 인한 종교교육의 파행’ 문제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국 468여개 초·중·고·대학 기독교 사학의 구심점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이하 사학미션)가 6월 27일(목) 서울 용산 노보텔 앰버서더호텔에서 ‘급변하는 시대, 기독교학교가 가야 할 길’을 주제로 2024 사학미션 포럼을 개최했다.

사무총장 함승수 교수(숭실대)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한 이사장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는 “기독교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여러 가지 정책들로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은 물론 자주적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50년 전 시행된 고교평준화 정책은 여전히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2025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기독교 수업을 그 어느 때보다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학미션은 평준화 2.0 정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2025년 고교학점제를 대비해 ‘기독교 세계관 교과목 및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교육 선택권과 자주성을 통해 보장할 수 있는 ‘교육바우처’ 연구를 통해 기독 대안학교의 발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정향시키는 화수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고교평준화 정책 5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이야말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을 준비해, 기독사학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에 앞장서 달라”며 “저를 비롯한 경기도 교육청도 교육의 자율성을 지키며 기독사학의 건학이념 구현에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조발제한 박상진 교수는 ‘필기 시험 시·도 교육감 위탁’을 골자로 2021년 9월 24일 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 이후, 사학미션이 파악한 결과 기독교적 건학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비기독교인이 교원으로 임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3년 3월 36개 기독교 사학법인 소속 82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원 임용 현황에 대해 조사해 보니 교육청이 교원 임용 정원 대비 평균 4.1배의 교원 대상자를 개별학교에 보냈으며, 이들 중 건학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교원만 있는 경우가 72.5%로 나타났다. 또 정교사 임용이 259명인 것에 비해, 기간제 교사 임용은 1,534명으로 6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 이상 시행령 개정을 미룰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다.

현재 교사의 신규 채용 시 필기시험을 다른 방법의 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경우는 ▲교원 인건비에 대해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경우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1조에 따른 필기시험 외 과목을 담당하는 교원 채용 경우다. 박 교수는 여기에 ▲다수의 학교법인과 함께 구성한 협의체로 공개전형을 공동으로 실시하는 경우 ▲정관에 종교적 건학이념을 명시한 학교법인의 경우를 신설해 줄 것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2025년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해선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우리나라 교육 현실 속에서 과연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 학업수준에 맞는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철저하게 막으면서 과목 선택에만 집중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가 종교계 사립학교에 미칠 우려로 △전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고 △종교교육과 학원선교의 역할을 감당한 교목실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종교과목 개설의 어려움으로 종교과목 교사 정원의 축소 및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입시에 유리한 과목이 선택받을 수밖에 없어 창의적 종교교육이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사실상 제도 시행 자체를 정책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고교학점제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다양한 종교관련 과목을 개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고시과목으로서 종교 교과 개설 ▲고시 외 과목으로서 종교 관련 과목 개설 ▲고시 외 과목으로서 기독교 세계관 과목 개설 ▲국공립 및 일반사립학교에서의 종교 관련 과목 및 기독교 세계관 과목 개설 ▲최소한의 종교교육 실천 방안을 각각 제안했다.

박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임을 인식하고, 언젠가 후대 역사가들이 이 시기를 기록할 때 ‘기독교계가 힘을 모아 왜곡된 법과 제도를 바로잡아 한국기독교학교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광주숭일고등학교 정은주 교감, 목포덕인고등학교 전현철 부장, 온양한울고등학교 박준호 교장, 인천숭덕여자고등학교 유민섭 교장이 실제 고교학점제 준비 사례를 발표했다. 이어 2부에선 기독사학 대표단 환영만찬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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