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들려주는 ‘위대한 시작’ 창세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정통 유대인은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성경을 바라볼까?

모세오경 첫 경전, 하나님 첫 말씀
정통 유대인 관점의 풍부한 해석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진리 가득
가족과 인간, 모든 약점과 결점도
창세기에 담긴 위대한 낙관주의
박해와 홀로코스트 견뎌낸 원천
지극히 인간적, 자비·관대함 가득
진리에의 확신과 깊은 동정 요구

창세기, 위대한 시작의 이야기
아키바 토르 | 나오미 토르 그림 | 윤희기 역 | 미래사 | 288쪽 | 20,000원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들려주는 ‘창세기 이야기’가 발간됐다.

이 책은 아키바 토르 이스라엘 대사가 지난 2년 6개월 동안 극동방송에서 전한 창세기 메시지를 기반으로 총 50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토르 대사는 모세오경의 첫 번째 경전이자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들려주는 영적 메시지의 시작인 창세기를 텍스트로 삼아, 약 120개의 에피소드와 그와 관련된 나름의 시각을 청취자인 기독교인들에게 전했다.

창세기는 ‘태초에’라는 뜻의 ‘브레쉬트(בראששׁית)’라 부르는, 모세의 토라 다섯 권 가운데 첫 번째 책이다. 창세기는 위대한 시작의 이야기이고, 우주와 창조된 질서의 시작, 인류의 시작,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 최초의 이해, 온갖 다양한 인간 사회의 시작, 하나님을 찾아가는 아브라함의 여정의 시작, 인간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사이의 깊은 관계의 시작,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의 시작 등 이 모든 ‘시작’이 담겨 있는 책이다.

창세기의 시작이 있기에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민족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보게 되고, 이스라엘 민족이 어떻게 온갖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로 애굽의 굴레에서 벗어나며, 어떻게 홍해를 건너고, 어떻게 시내산에 머물며 광야에서 토라를 받게 되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토르 대사의 이번 책에서는 머릿글자를 따서 라시(Rashi, 1040-1105)라 불리는, 성경 주해로 가장 유명한 유대인 주석가 랍비 슐로모 이츠하키(Rabbi Shlomo Yitzhaki)를 비롯해 오랜 기간 구약을 연구해 온 정통 유대인이 바라보는 유서 깊은 창세기(토라) 해석이 담겨 있다. 책을 통해 유대인들이 어떤 관점과 시각에서 성경을 바라보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가 파악하는 창세기는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진리가 가득 담겨 있는 책이며, 가족과 인간의 모든 약점과 결점이 속속들이 들어 있다. 동시에 창세기에 담긴 위대한 낙관주의는 2천 년 간의 각종 박해와 홀로코스트를 견뎌낸 유대인의 저력의 원천이다. 또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자비와 관대함으로 가득하며, 진리에의 확신과 깊은 동정의 요구가 본질로 들어 있다.

책에서는 천지 창조부터 노아와 바벨탑, 약속의 땅으로 간 아브라함, 이스라엘에 대한 축복과 네게브의 약속, 소돔의 파괴, 이삭의 탄생, 이삭 번제와 유월절, 야곱과 요셉까지 총 50장에 걸쳐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오늘날 현실, 그리고 우리 생활에 직접 적용 가능하고 생각해 볼 만한 다양한 이야기들로 흥미를 더한다. 떠나는 이스마엘과 이삭을 통해 보는 ‘아브라함 협정’, 반유대주의, 현실주의와 현실 초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과 현충일, 에서와 야곱을 통해 보는 차별 없는 양육의 중요성, 성경과 일부다처제, 이스라엘 성지 여행, 디나와 정당한 복수 등이다.

▲아키바 토르 대사. ⓒ극동방송
▲아키바 토르 대사. ⓒ극동방송

전쟁과 재난, 질병과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전염병까지 휩쓰는 이 시대, 창조 후 “심히 좋았더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관점은 여전히 유효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하나님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모든 끔찍한 질병들도 ‘심히 좋은’ 창조된 질서의 일부라고 믿는다”며 “바이러스나 위험한 질병을 발생시키는 물리학적·생물학적 법칙 역시, 생명을 잉태하는 법칙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경에는 창조된 질서가 ‘완벽하다’고 기록돼 있지 않다. 현대 히브리어로 완벽하다는 의미의 ‘무쉴람(mushlam)’ 대신, ‘흠이 없다, 결함이 없다’는 뜻의 ‘타밈(tamim)’만 나온다. 이는 토라가 어떤 완벽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내보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항상 개선할 수 있고 더 나음을 원하고 추구하는, 심히 좋은 세상에 대한 믿음을 내보이고 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이어지는 노아에 대한 설명에서 ‘당대에 완전한 자’라는 표현 역시 ‘당대에’라는 수식어에 주목하면서, ‘노아가 처한 주변 환경에 비해서는 의로운 사람이지만, 더 나은 시대에는 그렇게 특별한, 예외적인 사람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토르 대사는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성경을 공부하면서 하나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는 것은 정말 멋진 기회이고,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이스라엘의 자녀들을 그들의 땅에 모으겠다’고 한 성경의 약속이 실현된 현대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저자는 특히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여러 교회를 방문해 기도를 요청하는 등으로 기독교인들이 한 번쯤 만나본 이스라엘인이 됐다.

저자는 말한다. “토라를 학습하는 모든 행위는 하나의 시작이지, 결코 끝이 아닙니다. 토라는 그 내용의 깊이도 깊이지만 무궁무진한 지혜가 담겨 있기에, 그 학습에 끝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키바 토르 대사의 아내 나오미 토르가 그린 삽화. 왼쪽부터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바벨탑. ⓒ나오미 토르
▲아키바 토르 대사의 아내 나오미 토르가 그린 삽화. 왼쪽부터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바벨탑. ⓒ나오미 토르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도 인상적이다. 삽화들뿐 아니라 첫 삽화로 사용한 표지 그림 ‘빛이 있으라’까지, 토르 대사의 아내이자 화가인 나오미 토르 박사의 작품이다.

추천사에서 김하나 목사(명성교회)는 “이 책에는 창세기에 대한 해석과 함께 이스라엘의 역사와 지리, 오늘의 현실 세계를 연결해주는 생명력 가득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창세기 각 장면에 담긴 심층의 의미를 대사님의 관점으로 풍부하게 풀어내 독자들이 다양한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하나 목사는 “목회자로서 구약성경을 읽으며 유대인의 관점과 해석이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탁월하고 특별한 지혜를 만나는 것은 기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며 “성경 이야기를 사랑하는 한국 그리스도인들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그들의 끈질긴 회복성(resilience)에 관심 있는 분들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고 권했다.

이 외에 아키바 토르 대사에게 강연의 장을 제공했던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와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등이 추천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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