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종교개혁, 진정한 영적 대각성 운동”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마스터스 세미너리 12차 오픈강좌

가톨릭주의에 대한 하나님 심판
잘못된 교회 교리 바로 정립해
예배와 교육, 정치의 개혁 역할
참된 교회 설립, 전승 의무 부여

▲최더함 목사가 과거 강연하던 모습. ⓒ크투 DB
▲최더함 목사가 과거 강연하던 모습. ⓒ크투 DB

2천 년 교회사를 매달 공부하고 있는 마스터스 세미너리 12차 오픈강좌가 ‘우리는 종교개혁의 후손입니다’라는 주제로 6월 1일 오전 서울 은평구 바로선교회에서 개최됐다.

최더함 목사(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연구원)는 이날 강좌에서 종교개혁 직전의 교회적·사회적 상황을 전하고, 종교개혁이 확산되고 정립되는 과정을 짚었다.

먼저 그는 종교개혁 전야인 14세기 후반부터 15세기 중반까지 ‘나쁜 교황들의 시대’에 대해 언급했다. 이노센트 8세(재위 1483-1492)는 사제 결혼이 금지됐음에도 여러 명의 자녀를 뒀고, 알렉산더 6세(1492-1503)는 스페인 건달 출신이었지만 삼촌 칼릭스투스 덕에 추기경에 임명된 후 교황에까지 올랐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등 예술가를 후원하고 성 베드로 성당 재건축을 시작하는 등 돈을 많이 쓴 율리우스 2세(1503-1513)는 최초로 군대를 이끌고 출정한 교황으로 이름을 남겼다.

마르틴 루터를 파문한 장본인인 레오 10세(1513-1521)는 교황에 오를 때 이미 사생아가 16명이었다. 메디치 가문 사생아였던 클레멘스 7세(1523-1534)는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 왕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로마를 함락당하고 6개월 간 유폐당했다. 비오로 3세(1534-1549)는 세속적 사교활동으로 유명했고, 정부에게서 3남 1녀를 낳았다.

이 무렵 시골 하위 성직자들은 십계명과 주기도문도 모를 정도로 자질이 부족했고, 성직자들은 탐욕적으로 뇌물을 수령했으며, 공로주의 등 잘못된 교리에 의한 피해도 심각했다. 이단들의 소요와 수도원 종단들의 횡포, 평신도들의 과도한 경건주의와 형식적 헌신, 순례주의 횡행, 새로운 교회와 부속 예배당 난립 등으로 유럽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종교개혁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유럽에서 교황의 권위가 가장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었으나, 교육받은 평신도들은 불만으로 격분해 있었고, 종교적 각성에 대한 기대가 고조돼 있었다. 여기에 교황 레오 10세가 1513년 면벌부 판매를 시작하고 각 지역 대주교에게 판매를 독촉하면서, 독일 북부 지역 알브레히트 대주교는 도미니칸 수도회 수도사 테첼을 책임자로 임명하고 판매를 독려했다. 그러나 이를 구입한 이들은 미사나 고해성사 등 신자의 의무를 게을리하기 시작했다.

성자들의 유물과 면벌부 판매가 함께 이뤄지는 중세 가장 큰 축제일로서 ‘모든 성인들의 날’인 만성절(All Hallows Day) 하루 전인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Anschlag der 95 Thesen)’을 발표한 배경이다.

최더함 목사는 “중세 말기 로마 교회는 교황중심주의와 성직자들의 타락이 극심했다. 성경 대신 교황과 성직자들의 말에 최고 권위를 부여해 교황은 하나님의 대리자요 전권대사로 높였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경의 독점화’였다. 라틴어 성경 ‘불가타(Vulgate)’ 역본만 존재해 일반 성도들이 성경을 접할 기회가 완전히 차단됐고, 성경 해석은 인간 공로와 행위를 강조하는 중세 스콜라주의 신학에 입각해 있었다”고 비판했다.

최 목사는 “유일한 중보자로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갖는 지위를 특수 직분으로 구별된 사제 계급들이 나눠 가지면서, 로마 교회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이중 계급으로 나뉘었다”며 “이런 이원론적 사고는 타락한 사제들의 평신도 억압과 오도를 부추기고, 평신도들의 신앙의 자유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히 고해성사(the Penance)와 성체성사(the Eucharist) 등 7성례의 패악이 극심했다. 고해성사를 통해 하나님만이 가지신 죄 용서 권한을 사제들이 행사하면서 성도들의 사생활과 공적 생활을 철저히 통제했고, 성체설은 성찬의 떡이 성도들의 입으로 들어갈 때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한다는 화체설(transsubstantiation)이 시행됐다”며 “이로 인해 구원론에 있어 하나님의 주권적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충족성, 성령의 구원 적용 등의 기초 교리가 무너졌고, 인간론에서는 인간의 전적 타락과 영적 무능력을 강조하는 대신 자유의지와 선행 능력 등이 강조되면서 어거스틴주의를 버리고 펠라기우스주의의 길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종교개혁가들의 공헌과 가르침에 대해선 “라틴어를 모르는 일반 성도들을 위해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하는 일에 매진하는 등 성경 번역과 보급, 가르침에 나섰다”며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한다’는 성경 유비(analogy)의 법칙, ‘구약은 신약의 모형이자 예표이고, 신약은 구약의 실체요 원형’이라는 성경 모형론(typical interpretation), ‘신구약 전체를 여는 열쇠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예수 중심주의, ‘구약 여러 은혜 언약의 실체가 신약의 새 언약이고 이 모든 언약은 예수 안에서 완전한 통일을 이룬다’는 언약사적 해석 원리 등 성경 해석 원칙을 정립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죄인은 의로운 행동 때문이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되어 구원에 이른다는 이신칭의(justification from Faith)와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가 믿음이라는 통로를 통해 소망 없는 죄인에게 주입된다는 전가(imputation) 등 바른 교리들이 확립됐다”고 전했다.

바른 신앙을 위한 구체적인 새 가르침으로는 예수만이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시라는 ‘오직 예수(Solus Christus)’, 교황이나 성직자가 아닌 모든 그리스도인이 자유롭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는 ‘만인 제사장설’,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사명을 받았고 만유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지고 거룩해졌다는 ‘직업 소명론과 만유 거룩론’, ①복음의 바른 전파 ②성례전의 정당한 시행 ③치리와 권징의 올바른 집행 등 ‘교회의 3가지 참된 표지’ 등 이 나왔다.

최더함 목사는 “종교개혁은 ‘하나님이 아닌 교황 중심, 만인 제사장이 아닌 성직자 중심, 성경 권위보다 교황 권위 우월’ 등의 가톨릭주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며 “그리고 잘못된 교리를 바로 정립한 교리 개혁이었다. 가톨릭의 행위 구원은 모든 사람을 잘못된 구원의 길로 오도했는데, 존 칼빈은 이중예정론을 통해 신자들이 사치와 방종을 끝내고 겸손과 청빈, 절제의 삶으로 인도했다. 그의 <기독교 강요>는 개신교의 교리 교과서로 역사적 사명을 완수했다”고 평가했다.

최 목사는 “종교개혁은 예배의 개혁이었다. 칼빈에 의한 강해설교 등 설교 중심의 예배가 됐고, 듣기만 하던 회중이 함께 찬송하도록 음악도 변화했다. 그리고 자국어로 예배드리기 시작했다”며 “의무교육을 시작하는 등 교육 개혁 역할도 했다. 칼빈은 제네바 아카데미를 개원하는 등 기독교 학교들이 설립됐다. 칼빈의 후예들은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아이비리그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 “칼빈과 존 낙스는 장로정치제를 유일한 성경적 교회정치 제도로 선언했고, 이 대의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정치제의 기초가 됐다”며 “무엇보다 종교개혁은 참된 교회를 세우고 보존하고 전승할 의무를 모든 성도들에게 부여해, 교회의 본질과 표지와 사명과 역할에 대한 분명한 지침이 마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16세기 종교개혁은 진정한 의미에서 영적 부흥 운동이자 대각성 운동이었다. 그 결과 17세기 청교도 운동이나 18세기 영적 대각성 운동, 19-20세기 복음주의 및 선교 운동 등 이후 모든 세기에 걸쳐 일어난 영적 부흥 운동의 준거와 이정표가 됐다”며 △늘 종교개혁의 가치와 정신을 품고 살겠다 △이 땅에 개혁교회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겠다 △한국교회의 질적 성장과 성숙을 위해 헌신하겠다 등을 수강생들과 함께 다짐하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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