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센터·요양원·발달장애 등으로 섬김 확장
멀리서 볼 때는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폐교인 줄만 알았다. 가까이 다가서자 노인들의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고, 따뜻한 인테리어의 최신식 카페도 갖춰져 있었다. 한쪽에선 발달장애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전남 영암 우리교회(담임 정병인 목사)가 폐교를 활용해 지역 섬김의 장으로 재탄생시킨 사역 현장이다.
교인 수 300명. 시골에선 나름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대형이라 할 수도 없는 규모의 이 교회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역 밀착형 복지 사역’의 롤모델로 불린다. 사단법인 ‘우리재가복지’ 아래에서 영암 시내 2개의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노인복지센터,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요양원, 통합재가센터를 직접 운영한다. 유급 직원만 160여 명. 이쯤 되면 중견기업 수준이다.
5곳의 사역지를 돌아보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복지센터에서는 신나는 난타공연에 한창인 아이들이 구슬땀을 흘렸고, 아동센터에서는 이제 막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정병인 목사는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닌데, 주민들의 필요를 하나씩 채워 주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웃었다.
30여 년 전, 그가 처음 영암에 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아주 작은 규모의 교회였다. 바닷바람에 지붕이 날리고, 비가 오면 천장에선 물이 샜다. 교회 문이 해어져 세 번을 바꾸다가 큰맘 먹고 교회를 건축하기로 했다. 턱없이 부족했던 예산 문제로 기도하며 작정금식을 했는데, 이후 빠졌던 몸무게가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대장암 3기였다.
정 목사는 “그게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불과 6개월 전 암보험을 들어놨었기에 적지 않은 보험금을 타게 됐는데, 이를 모두 교회 건축을 위해 헌금했다. 그리고 수술을 앞두고 복도에서 추위에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고 폭포수 같은 눈물이 쏟아지면서 찬양이 흘러나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죽을 병에 걸렸던 목사가 살아나니 교인들까지 큰 은혜를 받았고, 성전 건축에 앞장서 동참했다. 그렇게 교회가 세워졌다.
복지사역의 첫걸음은 도시락 배달이었다. 그는 “이 지역 어르신들은 대부분 여름이면 반찬도 없이 물에 밥을 말아 드셨다”고 했다. 이에 도시락 500개를 만들어 한 주에 두 차례 500개씩 배달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이 돌보고 있는 손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 어르신들의 자녀들이 도시에서 실패하거나 살기 힘드니 맡긴 아이들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지역아동센터를 계획하고 나섰다.
인근 지역을 꼼꼼히 살폈더니, LH가 지은 아파트 1층 한 곳이 창고로 방치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위치였다. 그는 “LH에서도 내심 이런 사업을 원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니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인테리어부터 홍보까지 LH에서 직접 앞장섰다.
그렇게 문을 연 LH행복꿈터 우리마을지역아동센터 정문에는 성경구절을 내걸었다. 센터를 소개하면서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나누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한다”며 운영 주체가 교회임을 숨기지 않았다.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지성·인성·영성의 균형 있는 교육이 오히려 만족도를 높였다.
아동센터의 주된 역할은 돌봄이지만, 정 목사는 교육에 대한 열의를 갖고 서울 강남에서 활용되는 하브루타·메타인지·복습노트를 도입했고,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자연스레 올라 학부모들에게 신망을 받았다. 이후 삼호중공업 직원들의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1곳을 추가로 개소해 총 70명이 넘는 아이들을 ‘우리재가복지’를 통해 돌보고 있다.
도시락 배달 사역으로 굶주리던 노인들이 큰 도움을 받았지만, 자녀를 도시로 보내고 남겨진 이들에겐 더 많은 손길이 필요했다. 주간보호시설을 구상하고 마땅한 장소를 고민할 때 떠오른 것이 바로 폐교 시설이었다. 지자체 역시 늘어나는 폐교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마침 비어 있는 농어촌 시설 활용 방안을 찾는 공모사업이 진행됐고, 우리교회가 기획서를 넣어 선정됐다.
그렇게 옛 장천초등학교에 들어선 ‘우리마을 주간보호센터’는 80여 명의 노인을 돌봐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뼈대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했다. 방문 당시에도 레크리에이션이 한창이었고, 전문 기구들을 구비해 어르신들의 신체 활동을 도우며 국악·미술·노래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정서적·사회적 능력 함양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발달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사명감도 생겼다. 장천초를 리모델링한 한쪽 만 19~65세 발달장애인 30여 명을 위한 시설을 마련했다. 댄스·난타활동, 미술교실, 창의활동, 물놀이, 요리활동 등으로 사회참여를 증진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우리마을 요양원’은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생활이 불편한 지역의 노인들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심사를 받아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이들이 입소해 생활하는 시설이다. 가족적 분위기에서 존엄한 가치와 생동력 있는 삶의 실현, 전문적인 휴머니튜드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데 힘쓰고 있다.
우리재가복지재단의 사역은 전문성에 있어서도 지역사회에 신뢰를 얻었다. 2010년 재가장기요양기관 평가 방문요양 최우수기관에, 2012년 노인요양시설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 2017년과 2020년 재가장기요양평가 주간보호, 방문요양 최우수기관, 현대 1% 나눔재단 진지방 공모사업(5천만 원), 2023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행복한끼 공모사업, 노인장기요양시설평가 우리마을 요양원 최우수기관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웃 사랑과 존중, 고객 중심과 전문성, 공동체를 핵심가치로 하는 재단은, 다양한 사회복지 평가 능력, 조직 내 팀워크 및 다양한 직원복지, 현장 대응력, 신규 사업 및 제도에 대한 적응 및 선점 능력, 맞춤형 케어시스템에 대한 검증된 역량으로 지역사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교회의 이미지도 매우 좋아지고 전도의 열매도 따라오고 있다.
정 목사는 “지금은 1년 예산이 100억이 넘는 사역들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오병이어처럼 한걸음부터였다. 돈을 갖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부딪히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점점 은퇴 세대가 많아지는 시대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유휴시설들을 잘 활용하면, 어떤 교회라도 충분히 이 같은 사역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