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찬란했던 에베소 ‘켈수스 도서관’, 바울은 보았을까

|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18] 제3차 전도여행(5) 에베소(4)

고대부터 항구 준설 나섰지만
결국 실패, 도시 자체 폐허로
유적 보면, 뛰어난 수준 짐작
지혜·지식·지능·덕 상징 기둥

▲고대 에베소 항구부두 인근에 있던 온천.
▲고대 에베소 항구부두 인근에 있던 온천.

로마인들이 에베소에 만들어 놓은 야외극장이 세워진 언덕에 올라가 내려다 보면, 항구 부두가 있던 위치가 한눈에 보인다. 사도 바울은 이 부두를 통해 에베소에 도착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 언덕에서 에베소 항구에 들어오고 나가는 배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에베소 인근을 흐르는 카이스트로스(Kaystros) 강이 상류에서 토사를 운반해 와서 항구를 충적토로 채워 버리자 항구는 늪지대가 되어 버렸고, 에베소 시내는 바다와 연결이 끊어져 오늘날 에베소 유적지는 육지 속에 있다.

에베소 유적지 인근 옛 항구가 있었던 곳에는 오늘날 해안에서 4.5km 내륙에 조그만 호수가 있고 부두가 있었던 곳에는 창고터가 남아 있는데, 이것이 고대 항구의 흔적이다.

고대 에베소 주민들도 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가 점차 항구 안에 쌓이면 항구가 기능을 잃게 돼 교역 활동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토사로부터 항구를 보호할 조치를 시도하였다.

▲켈수스(셀수스) 도서관.
▲켈수스(셀수스) 도서관.

한때 에베소를 통치하였던 버가모 왕국 아타로스(Attalos) 2세 왕은 항구 안을 깊게 준설하고 벽을 쌓아 큰 선박이 정박할 수 있도록 시도하였으나, 토사가 흘러와서 퇴적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준설 계획은 실패하였다.

이어 서기 61년에는 에베소의 로마 총독이 항구 안에서 준설 작업을 하여, 서기 123년과 129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배를 타고 에베소를 방문하였다. 그 후에도 준설 시도는 계속되었으나 앞서 이야기한 대로 결국 실패로 끝나 에베소 항구는 없어져 버렸고, 해상 교역의 방편이 없어진 에베소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 폐허가 된 것이다.

오늘날 에베소는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되어 유적 상태로만 남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을 보면 당시 에베소의 뛰어난 학문과 과학, 그리고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에베소 유적의 입구에 들어가 크레타스 거리를 따라 내려가다 하드리아누스 신전과 당시 공중화장실 유적을 지나, 왼편에 있는 미트리다테스문(門) 옆에 두란노서원의 후신이라 할 수 있는 켈수스(Celsus) 도서관의 2층 건물 유적이 남아 있다.

▲에베소 야외극장 언덕 위에서 본 에베소 유적. 오른쪽 해안도로 끝이 고대에 항구가 있던 지역이다.
▲에베소 야외극장 언덕 위에서 본 에베소 유적. 오른쪽 해안도로 끝이 고대에 항구가 있던 지역이다.

켈수스 도서관은 셀수스 도서관이라고도 부른다. 서기 92년 로마 원로원 의원이었고 서기 105-106년 또는 106-107년 소아시아 속주 총독이었던 켈수스 폴레마이아누스(Tiberius Julius Celsus Polemaeanus)가 이 도서관을 건축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에베소는 소아시아 속주의 수도였으므로, 켈수스는 에베소에 주재하였다. 책을 좋아하는 그는 사재(私財)를 들여 도서관을 건축하던 중 완성을 보지 못하고 70세이던 서기 114년 사망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아들 아퀼리아(Tibelius Julius Aquila)가 공사를 계속하였으나 아들 역시 사망하는 바람에, 그 후계자에 의해 서기 117년경 완공되었다.

그러나 아들 아퀼리아는 죽기 전 대리석으로 부친의 무덤을 건물 1층에 만들어 놓았다. 건물 외부와 달리 대리석으로 장식된 도서관 내부는 길이 16.72m, 폭 10.92m로 그다지 크지 않으나, 약 1만 2천 권의 두루마리 책들이 소장돼 있어 외국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에베소에 몰려들어 이 도서관을 이용하였다.

▲켈수스 도서관 1·2층 천정에는 모자이크 타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켈수스 도서관 1·2층 천정에는 모자이크 타일 그림이 그려져 있다.

1·2층 건물 앞면에는 각각 8개의 기둥들이 있고, 1층 기둥 사이 벽에는 움푹 파진 곳이 4개 있는데, 여기에 4개의 동상이 들어가 있다. 이것들은 켈수스가 가졌던 지혜, 지식, 지능, 덕을 상징한다. 도서관 하나만 보더라도 고대 에베소인들의 높은 학문 수준을 상상할 수 있다.

바울은 이 도서관이 세워지기 전 에베소를 방문하였으므로, 이 역사적 도서관을 볼 수 없었다, 도서관 건물은 서기 262년 고트(Goth)족이 침입하였을 때 내부가 불에 탔고, 10세기에는 지진으로 건물 정면이 무너져 내렸으나, 1970년대 건물 앞면이 복구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블루 예배당 빛 파랑 저녁 겨울 눈 교회 거룩 신비

말씀 묵상으로 이뤄가는 ‘거룩의 3단계’

곱씹고 생각하고 쓰는 묵상 하나님 섭리하심 배우게 돼 중심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분주하지 않은 시간에 해야 하나님 말씀을 곱씹고 생각하고 쓰는 묵상은 나와 관계된 인간관계 속에…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청문회 질의응답 중인 안창호 후보와 김성회 의원.

[사설] 누가 탈레반인가

보수 기독교인은 탈레반주의자이고 도박중독자? 어떻게 폭력·살인 일삼는 이들과 비교할 수 있나 北 독재와 그 추종세력, 폭력시위, 민간인 고문치사 반성 않고 ‘민주화’ 포장… 그게 탈레반주의 가까워 눈과 귀를 의심했다. 대한민국 국회의 압도적 과반…

애즈베리 대학교

“애즈베리 부흥, 美 1·2차 대각성 운동과 얼마나 닮았나”

에드워즈의 1차 대각성 운동 1. 하나님 절대 주권·영광 강조 2. 특별한 기도의 준비 3. 성경 중심적 부흥 찰스 피니의 2차 대각성 운동 1. 하나님과 사람의 협력 2. 청중들이 받아들이는 설교 3. 진리만큼 필수적인 기도 애즈베리 대학교 부흥 운동 1. 기도모임…

샤먼 귀신전

교회, <샤먼: 귀신전> 등 대중문화 속 무속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교회, 한민족 정신 뿌리내린 무속 처음으로 부정한 집단 선교사들, 의술로 무속 이겨 미신으로만 치부한 건 아쉬워 무속 대응 가능 성경적 지혜 회복해야 할 시대적인 소명 무속에 대한 의존성: 양반들과 왕실조차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무속 고려조 때도 조…

홍종명 과수원집 딸

신앙의 자유 찾아 월남했던 그 시절 기독교 미술가들

해방 후 北 살던 기독 미술인들 종교 탄압, 표현의 자유도 위협 홍종명·김학수·박수근 등 월남 전재민과 경계인 고충 있었지만 근면성과 탁월성으로 성공 거둬 한국 미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 6.25 전쟁을 전후해 한반도에서 대규모 민족 이동이 발생했다. 남의…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한교총 장종현 대표회장

한교총 방문한 국힘 한동훈 대표 “한국교회 나라 중심 잡아줘”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6일(금) 취임 인사차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을 예방해 장종현 대표회장과 환담했다. 장종현 대표회장은 당대표 취임 축하의 말과 함께 “의료대란으로 국민의 목숨이 위태롭다.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위해서 의대 증원은 꼭 필…

CGI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도대성회

10월 23-26일 제30회 CGI… “세계교회와 교류 통해, 부흥·성장 논의”

23일 개회예배 후 이틀간 세미나 25일 파주와 여의도 오가며 기도 26일 연세대 노천극장 기도대성회 30회째를 맞이한 세계교회성장대회(CGI Conference) 및 세계 평화와 교회 부흥을 위한 기도대성회가 오는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

이 기사는 논쟁중

청문회 질의응답 중인 안창호 후보와 김성회 의원.

[사설] 누가 탈레반인가

보수 기독교인은 탈레반주의자이고 도박중독자? 어떻게 폭력·살인 일삼는 이들과 비교할 수 있나 北 독재와 그 추종세력, 폭력시위, 민간인 고문치사 반성 않고 ‘민주화’ 포장… 그…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