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주교회, 교회를 모스크로 전환한 터키 규탄

뉴욕=김유진 기자     |  

“기독교 역사 근간 약화시키고, 종교 간 신뢰 잃게 할 것”

▲터키 이스탄불의 카리예 박물관 내부 모자이크 장식. 원래는 동방정교회 수도원 부속 교회로 11세기에 지어졌다.   ⓒ카리예 박물관 웹사이트

▲터키 이스탄불의 카리예 박물관 내부 모자이크 장식. 원래는 동방정교회 수도원 부속 교회로 11세기에 지어졌다. ⓒ카리예 박물관 웹사이트

터키 당국이 최근 이스탄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성 구세주 교회’(Church of Saint Savior)를 모스크로 전환한 데 대해,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가 “터키 기독교의 역사적 뿌리를 희석시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 조치가 터키 기독교 역사의 근간을 약화시키고, 종교 간 대화의 신뢰를 잃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년 전에는 비잔틴 기독교 유적지인 아야 소피아 대성당(Hagia Sophia Basilica)도 모스크로 전환된 사건이 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5월 초 이슬람 집회를 위해 성 구세주 교회를 모스크로 정식 개관했다.

COMECE의 사무총장인 마누엘 바리오스 프리에토는 “이는 이 나라에서 기독교의 역사적 뿌리를 한 단계 더 희석시키는 조치이며, 종교 간 공존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이 조치로 인해 터키 당국이 추진하는 종교 간 대화에 관한 모든 계획은 필연적으로 신뢰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세기에 건축된 성 구세주 교회는 동방교회의 상징이자 터키 기독교의 중요한 역사적 상징이다. 이 교회는 16세기 오스만 제국 시대에 모스크로 전환됐으며, 1945년에 박물관으로 지정된 후 미국 미술사학자들의 대대적 복원 작업을 거쳐 1958년에 대중에게 공개됐다.

그리스 외무부도 이 교회를 모스크로 운영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이 결정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특성을 왜곡하고, 보편적인 문화적 의미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적지의 보편적 특성을 유지하고 종교 및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것은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할 명백한 국제 의무”라고 강조했다.

앙카라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원격으로 참석한 성 구세주 교회의 모스크 개관식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행사에서는 지역 무슬림들이 기도하고, 이스탄불의 무프티인 사피 아르파구스 등 저명한 종교 인사들이 연설했다. 이 행사는 터키의 재단청이 주관했으며, 지역사회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테네-마케도니아 통신사에 “미국은 터키 정부가 다양한 역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종교 공동체를 수용해 온 유적지와 건물들을 보존하고 접근을 보장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교회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조치는 터키 대통령이 경제난 속에서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분석된다.

2020년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수백 명의 이슬람 신자들이 아야 소피아 대성당에서 86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슬람 기도회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는 국제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성당이 모스크로 재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COMECE는 당시 아야 소피아의 용도 변경을 “종교 간 대화에 대한 타격”이라며, 터키에서 계속되는 종교 증오 발언과 국가적·민족적·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위협 문제를 지적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로잔 서울선언문

로잔 선언문과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의 ‘동성애’ 비교 분석

차별금지법 강력히 반대하는 분명한 신앙고백 표명한 의미 로잔 선언문은 ‘신학 선언’, 법안 명칭 없다고 문제 삼는 건 기우 불과… 신학적 타당성 갖고 다음세대 살리는 운동하길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 없어 본질적 인식 동…

로잔 서울선언문

로잔 서울선언문 56-70항 쉬운 원문 해설(핵심 요약본)

로잔 서울선언문 56-70항(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의 해석이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한 단어, 한 문장에 어떤 음모가 숨어 있다고 하면서, 문맥의 의미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의미의 왜곡을 가져옵니다. 참 아쉬운 부…

대한예수교장로회 분당중앙교회(담임 최종천 목사, 예장 합동)가 출연한 재산으로 설립(2023. 08. 25.)된 재단법인 <인류애실천 분중문화재단>은 국민일보(사장 김경호)와 공동 주최로 5일 오후 분당중앙교회 그레이스채플에서 ‘인류애실천 분중문화상’ 제2회 시상식을 가졌다.

기독문화예술계 최대 시상식 ‘분중문화상’, 제2회 대상에 박종호 장로

수상자, 가족 친지, 교인 등 축하객 5백여 명 참석 건국전쟁 감독 김덕영,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유예은, 광야아트센터, 상금 각 2천만 원 수상 우수인재상, 인재지원상, 취약계층 대상 어울림상 등도 최종천 이사장 “약속대로, 정한대로, 끝까지 인물 양성” 일…

조전혁 정근식

조전혁-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학생인권조례 관련 입장은

학생인권조례, 조 ‘폐지’ 정 ‘존치’ 조 후보 “동성애·페미 교육 금지” 정 후보 “젠더 감수성 교육 강화” 오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사실상 중도보수 진영의 조전혁(趙全赫) 후보와 진보좌파 진영 정근식(鄭根植) 후보의 2파전으로 굳어지…

지옥에서 온 판사

지옥에서 온 판사: 속은 추악하지만 겉은 아름다운 마귀·악마의 본질

저승 재판관과 최고신 수하 설정 기독교 가르침과 정면으로 상충 한국 저승 신화에는 잘 들어맞아 마귀와 악마에 대한 성경 가르침 반대로 비틀수록 작품 인기 높아 은연중에 악하지 않단 인식 확산 이번 주부터 박욱주 교수님의 칼럼은 SBS 금토 드라마 를 분…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해방 후 크리스천 미술가들의 작품 활동이 두드러졌던 이유

1. 일제 가혹한 탄압으로 활동 못해 2. 월남 미술인들 이주로 활기 생겨 3. 제헌 국회부터 신앙의 자유 공인 한국 크리스천 미술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해방을 전후로 해서이며, 더 자세히는 6.25 전쟁을 전후해 크리스천 작가들이 급증하고 작품 발표도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