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 근간 약화시키고, 종교 간 신뢰 잃게 할 것”
터키 당국이 최근 이스탄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성 구세주 교회’(Church of Saint Savior)를 모스크로 전환한 데 대해,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가 “터키 기독교의 역사적 뿌리를 희석시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 조치가 터키 기독교 역사의 근간을 약화시키고, 종교 간 대화의 신뢰를 잃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년 전에는 비잔틴 기독교 유적지인 아야 소피아 대성당(Hagia Sophia Basilica)도 모스크로 전환된 사건이 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5월 초 이슬람 집회를 위해 성 구세주 교회를 모스크로 정식 개관했다.
COMECE의 사무총장인 마누엘 바리오스 프리에토는 “이는 이 나라에서 기독교의 역사적 뿌리를 한 단계 더 희석시키는 조치이며, 종교 간 공존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이 조치로 인해 터키 당국이 추진하는 종교 간 대화에 관한 모든 계획은 필연적으로 신뢰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세기에 건축된 성 구세주 교회는 동방교회의 상징이자 터키 기독교의 중요한 역사적 상징이다. 이 교회는 16세기 오스만 제국 시대에 모스크로 전환됐으며, 1945년에 박물관으로 지정된 후 미국 미술사학자들의 대대적 복원 작업을 거쳐 1958년에 대중에게 공개됐다.
그리스 외무부도 이 교회를 모스크로 운영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이 결정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특성을 왜곡하고, 보편적인 문화적 의미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적지의 보편적 특성을 유지하고 종교 및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것은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할 명백한 국제 의무”라고 강조했다.
앙카라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원격으로 참석한 성 구세주 교회의 모스크 개관식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행사에서는 지역 무슬림들이 기도하고, 이스탄불의 무프티인 사피 아르파구스 등 저명한 종교 인사들이 연설했다. 이 행사는 터키의 재단청이 주관했으며, 지역사회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테네-마케도니아 통신사에 “미국은 터키 정부가 다양한 역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종교 공동체를 수용해 온 유적지와 건물들을 보존하고 접근을 보장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교회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조치는 터키 대통령이 경제난 속에서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분석된다. 2020년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수백 명의 이슬람 신자들이 아야 소피아 대성당에서 86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슬람 기도회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는 국제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성당이 모스크로 재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COMECE는 당시 아야 소피아의 용도 변경을 “종교 간 대화에 대한 타격”이라며, 터키에서 계속되는 종교 증오 발언과 국가적·민족적·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위협 문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