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학의 화해’? 한가하니 발생하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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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신진화론 지지하는 자연주의 종교인들

▲서울신대 전경. ⓒ크투 DB
▲서울신대 전경. ⓒ크투 DB

최근 지OO이 쓴 ‘과학과 신학의 화해(<기독교 사상> 2024년 6월호 권두언)’라는 글을 보면, 그가 신학자인지 사회학자인지 또는 과학자인지 알 수 없다는 인상을 준다. 그가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보면, 정말 성경을 바로 알고 말씀을 전하는 사람인가 의구심을 품게 된다.

첫째,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하나님의 자유성과 동일시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인간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마저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존재라고 말하며, 그런 의미의 인간의 자유를 말한다. 자유 또는 하나님의 자유란 무엇인가? 기독교 신학에서의 자유는 하나님의 자유성을 말한다. 즉 ‘자유케 하는 이(하나님)의 자유성’이 자유다.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은혜로 자유를 받아 행사한다. 하지만 글쓴이는 인간 스스로 자연적으로 가질 수 있는 당위적 차원에서 자유를 말하고 있다. 이는 신학적 자유론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인간은 자유성을 가진 존재인가? 신학이나 철학적 관찰은 지면상 그만두고, 단 한마디만 해보겠다. 인간 목숨이 다하는 순간 죽음을 면하고픈 자유를 가졌다 해서, 죽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 거부하는 자유를 주장하다, 오히려 자유를 상실한 것이 인간임을 성경은 말하고 있다. 이는 “인간은 하나님의 것이라도 부인하고 거부할 수 있다”는 그의 논리상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둘째, “이성이나 과학은 하나님으로 부터 나온다”는 문구다.

바르게 말하자면 “이성이나 과학은 하나님의 은혜로 인간에게 주어졌다”고 해야 한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한 결과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부터 주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에디슨의 전구 발명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찾아낸 것일 뿐, 전구 빛을 그가 만든 것이 아님과 같다. 이성조차 자연법적으로 인간이 소유하게 된 것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도 “이성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나 이성은 일정 부분 신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학문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셋째, “신학과 과학의 화해”에 관한 것이다.

성경에서 화해(Reconciliation)는 ‘거룩한 하나님이 인간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형상’을 뜻한다. 그런데 지 목사의 화해는 신과 인간의 대등한 관계 속에서의 화해를 말한다는 인상을 준다.

19세기 독일 자유주의 신학의 특징은 신과 인간을 동등한 관계 또는 성품을 섞어 놓은 것이다. “신이 인간이고 인간이 신이다”는 포이에르바하(Feuerbach)가 대표적이다.

이런 모습을 칼 바르트(Karl Barth) 가 신학적 변증론으로 막아섰다. “신은 신이고, 인간은 인간은 인간이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인간은 땅에 있는 존재다. 신은 거룩하시되 인간은 죄인이고, 신은 무한한 존재(Infinite Being)이지만 인간은 한계(Finite Being)를 가진 존재다”는 등, 화해는 오로지 하나님의 의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 인간 의지로 요구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유한한 과학이 어찌 무한한 하나님과 화해하여 동등성을 갖게 되는가? 신학자 샤딘(Pierre Teilhard de Chardin)은 진화론에 심취해 어떻게 인간이 진화라는 역사를 갖게 됐는지 탐구하기 위해 수차례 중국 만주와 몽골의 고분을 파헤쳐 인간 두개골들을 살펴보다 교단으로부터 파면당했다.

쫒겨나다시피 미국으로 간 후 타계 할 즈음, 생애 최후 “내가 아무리 진화론을 증명하려 해 보았으나, 증명하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 무엇인가 말로 할 수 없는 신비하고 존엄하고 거룩한 현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체험했다”는 고백 했다.

지금은 한계를 가진 인간 철학적 주장이지만, 유한성을 가진 인간은 언젠가 자신의 유약성을 고백할 때가 있음을 알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신앙 아니겠는가?

화해하자는 것은 대화의 의미를 갖는 것이고, 화해하려면 실제로 대화해야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고 이루어지는지 세계적 신학자의 예를 들어 보자.

안병무 박사가 유럽 신학 및 철학계 거물들이 모이는 학회에 참석했다. 거기서 그는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Heidegger)에게 물었다고 한다.

안병무 “신학이 철학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화할 수 있는 접촉점이 무엇인가?”

Heidegger “신학은 철학에 무의미하다. 그러나 이론적인 것에는 대화가 가능하다.”

이 말은 신학은 철학이나 과학과의 대화에서 의미있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철학과 과학은 신학의 계시나 섭리를 섭렵할 수 없으므로, 철학 입장에서 무한성의 신학과 대화 시도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철학의 이론으로, 논리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OO의 글에는 신학과 과학이 동등한 수준임을 근간으로 대화·화해해 보자는 인상이 강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지OO은 철학사조 사유로 신학과 대화하자, 화해하자고 한다. 그는 철학· 과학으로 하나님과 대화해 보자고 겁없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는 그의 인간학적 사유의 오만함을 보게 한다.

“근자에 유신진화론이란 주장들이 몇 년 전 갑작스레 코로나가 발생한 것 같이, 느닷없이 나타나 신학계, 소위 보수 계열 학교에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튀어야 눈에 띄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보겠다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이미 지난 수백년 동안 논쟁하고 싸워 정립된 신학사상계에 느닷없는 주장을 하고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나타난 것이다. 학문의 자유를 말하지만, 한계성을 가진 인간들의 자유이기에 윤리·도덕 또는 성서적 차원에서 믿고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지OO의 글은 유신진화론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준다. 신학자라기보다 자연주의 종교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주장은 교단 정체성과도 연관돼 있다. 교단이 주장하고 강조하는 헌법과 강령을 준수하기로 서약한 후 반대한다거나, 성경적 내용을 변질되게 가르치면 그것은 자기자신을 속이고, 영적으로는 성령을 속이는 일이 된다. 교단 정책을 따르겠다더니 그렇게 하지 않고 반대되거나 금지된 것을 가르치면, 천직으로서의 봉사·헌신으로 보기 힘들다.

사실 이런 논쟁들은 한가한 가운데 발생한다.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일회성으로 던지고, 더 이상 주장하진 말아야 한다. 아무리 권고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까마귀 보고 까치 소리를 내라고 하면 되겠는가?

▲양기성 박사. ⓒ한국웨슬리언지도자협의회
▲양기성 박사. ⓒ한국웨슬리언지도자협의회

양기성 목사
한국웨슬리언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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