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만큼은 왔다 생각됩니다.
이 교회 설립예배 드린 지 삼십삼 년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요.
그때의 설레이는 마음도,
그냥 눈 뜨니 가고 또 가서 여기까지 온 것도.
옳았다 생각되었던 것도, 부끄럽다 미흡하다 생각되었던 것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였고, 하나님 뜻에 이르는 과정이었을 뿐입니다.
다행히 일관성 유지할 수 있었고,
“약속대로 정한대로, 끝까지”라는 말이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음이 감사합니다.
어쨌든 발음한 것은, 모양이라도 이루었으니 그것도 감사합니다.
어느 만큼 왔다라는 것은, 더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를 당연히 묻습니다.
믿음은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 가능성이라 늘 말씀드렸으니,
열려진 길을 가는 것이 피곤이 아니라, 새 은혜일 수밖에 없어 가고 또 갈 뿐입니다.
피곤이 아니라 그 피곤이 풀리는 은혜의 쉼.
삶은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아끼고 애틋해 함, 그냥 주고, 기뻐서 감사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믿으며, 바라며, 견디는 사랑을 이루는 여정.
품어 나눈 시의 구절처럼,
길 끝에 길이 되고, 사랑 끝에 사랑으로 남아 삶의 지경을 넓혀주는 것.
어느새,
오리 가자는 자에게 넉넉히 십리 가주고,
겉 옷 달라는 자에게, 여벌 옷 몇 개 챙겨주는 것.
받고자 하는 대로 주고 싶어, 주고 나니 기쁘고 감사한 것.
그것이 희한하게, 되고 또 돼 그냥 일상이 되는 것.
사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 힘든 것이 힘들지 않게 느껴지고,
쉬고 싶을 때 누울 수도 있고, 그대로 주님 앞에 가도 참 편하겠다 생각되는 것.
2024년 부활절 아침을 기대하고, 오늘 저녁 고난일 기도를 생각하며, 몇 자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