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백 선교사가 간첩? 러시아 보복의 희생양”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대북인권단체들, ‘간첩혐의’에 강한 비판

백 선교사 사역, 北 노동자 인도적 지원
구금 사실 공개한 러, 한국 압박하는 것
부당 인권 침해 없도록 정부 계속 살펴야

▲백모 선교사가 수감된 러시아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 ⓒ위키피디아

▲백모 선교사가 수감된 러시아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 ⓒ위키피디아

러시아가 지난 1월 백모 선교사를 ‘간첩혐의’로 체포한 것에 대해, 러-우 전쟁을 계기로 악화된 한-러 관계 속에서 백 선교사가 보복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 혹은 중국과 달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을 뿐더러, 백 선교사가 최근 현장에서 펼쳐온 활동 역시 그간 현지 선교사들이나 NGO단체들의 사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의 체포 혐의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DB)은 지난 1월 중순 백 선교사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체포한 뒤 2월 말 모스크바로 이송해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구금했다. 러시아는 이 사실을 3월 11일에야 뒤늦게 공개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백 선교사는 국내 한 교단 신학대를 졸업한 후 2009년부터 중국에서 사역하다 2020년 러시아로 넘어와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을 맡아 왔다.

백 선교사는 주로 러시아 내에 있는 북한 벌목공들과 탈북민들에게 쌀, 의약품, 의류 품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인도적 활동을 펼쳤다. 러시아가 선교사를 간첩혐의로 체포한 건 이번이 처음. 탈북민을 도왔다 하더라도 경고하거나 추방하는 수준이었었기에, 이번 사건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극동러시아에 보낸 노동자들은 벌목공, 건설공, 광산일꾼 등을 비롯해 5만여 명 규모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한국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도움은 절대적이다. 악화된 한-러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간첩’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김권능 전 대표회장은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과 달리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었다. 탈북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경우 합법적으로 보호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9명이 모스크바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제3국을 거쳐 11월 한국에 입국하기도 했다.

올바른북한인권법을위한시민모임(올인모) 김일주 대표는 “북한과 달리 러시아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다른 나라의 선교사들을 감옥에 보냈다는 외신은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외화벌이로 러시아에 간 북한 노동자들을 도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백 선교사의 활동이 간첩혐의가 된다면, 러시아에 머무는 한인들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시점에서 선교사를 구금한 것은 러시아가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러시아가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긴밀해진 북-러 관계를 보여주며, 한국에 주는 경고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우크라에 대해 향후 무기 지원이나 우호적인 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압박이라고 본다. 문제 해결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로 러시아 내 선교사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는 “인도적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도운 선교사를 확실한 물증 없이 간첩혐의를 씌웠다”며 “우리 선교사들이 안전한 게 최우선이고, 정부도 외교력을 발휘해 백 선교사에게 불법적인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한국교회도 이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외항선교회

국내외 거점 항구마다 지회 설립하고 선교사 파송 앞장

입항한 해외 선원들 복음 전해 로고스호 등 승선 선교활동도 남아공 등 해외에도 지회 설치 현재는 디아스포라 선교 관심 1974년 창립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한국 최초 자생적 선교단체 ‘한국외항선교회(Korea Habor Evangelism, Inc., 이사장 김삼환 목사, 총재 이…

원크라이

2025 원크라이, 1월 3일… “기도, 국가적 위기 돌파하는 힘”

어수선한 시국, 깨어 기도해야 합력해 선 이루시는 통로 돼야 나라 향한 하나님 계획 이뤄야 한국교회, 선교적 교회 전환을 천만 선교사 시대 여는 새해로 게토화 아닌 국가·시대 섬겨야 매년 새해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원크라이(One Cry)’ 기도…

황덕영 미래목회포럼 대표회장 “소망을 주는 통로 되길”

황덕영 미래목회포럼 대표 “소망의 통로 되길”

AI위 등 신설해 위원회 중심으로 개편 ‘정답’ 제시하고 ‘싱크탱크’ 역할 충실 정성진 목사 “자기 확증의 갈등 계속… 내 생각 내려놓고 성경에서 길 찾길” 미래목회포럼(이하 미목포) 신임 대표회장에 황덕영 목사(새중앙교회 담임)가 취임했다. 미목포는…

한교총 제8대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취임 감사예배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 “연합‧회복‧부흥에 최선”

원로들, 엄중한 시국에서 역할 당부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 제8대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취임 감사예배가 12일(목) 오전 11시 서대문교회(예장 합동)에서 열렸다. 박병선 목사의(공동대표회장, 합신 총회장)의 인도로 드려진 예배는 류…

국회 성탄트리 점등식

“여야 정쟁 치열하지만, 그럴수록 성탄의 빛 필요”

인카네이션, 듣기만 해도 설레 성탄, 수수께끼 같은 하나님의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어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랑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예수와 믿음 안에서 하나 됨을 불과 1주일 전 전쟁터 같았던 국회의사당 한복판에서, 여야 의원들이 손…

시리아

박해감시단체, 시리아 기독교인 대상 ‘인종 청소’ 경고

시리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끄는 반군이 수만 명의 시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인도적 물품을 압류한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인종청소에 해당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리아에서 현장 지원 네트워크를 유지해 온 미국 박해 감시단체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