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정신 유래, 근대 서구사회 기독교 문명”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복협 ‘3.1운동과 기독교, 오늘의 대한민국’ 주제로 월례회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태화관에 모였던 모습. ⓒ독립기념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태화관에 모였던 모습. ⓒ독립기념관

‘3.1운동과 기독교, 그리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3월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경동교회(담임 임영섭 목사)에서 개최됐다.

신학부위원장 이관표 교수(한세대) 사회로 열린 발표회에서는 김동춘 목사(서울제일교회)가 ‘북간도를 중심으로 한 3.1운동’, 박명수 박사(서울신대 명예교수)가 ‘3.1운동의 현대적 의미와 세계화’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북간도 3.1운동, 기독교 주도
북간도, 3.1 및 독립운동 진원지
임시정부, 독립군 설립 촉매로
한국교회, 민족과 사회 주도를

먼저 김동춘 목사는 “북간도 지역은 만세운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꾸준하게 항일운동이 있었고, 3.1운동 이후 지속적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며 “주도층에 있어서도 한국 3.1운동은 종교인 연합(기독교 16명, 천도교 15명, 불교 2명)에서 시작됐지만, 만주 3.1운동은 시작도 끝도 기독교가 주도했다”고 밝혔다.

3.1운동 전후 북간도 지역 독립운동에 대해 그는 3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3.1운동과 독립운동의 진원지는 북간도였다”고 주장했다.

김동춘 목사는 “북간도 지역 3.1운동은 한국과 비교할 때 여러 가지 독특성이 드러난다. 동경 2.8 독립선언 이전, 시발점이 됐던 만주 무오 독립선언서가 있었다”며 “2월 1일 만주 길림에서 무오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됐는데, 국내와 달리 무장투쟁을 선포했다. 국내 3.1운동은 종교 지도자들이 주도했지만, 무오 선언은 해외 한인 지도자들이 총망라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소앙을 포함하여 김교헌, 김규식, 김동삼, 김약연, 김좌진, 김학만, 문창범, 박찬익, 박용만, 박은식, 신규식, 신채호, 유동열, 이광, 이대위, 이동녕, 이동휘, 이범윤, 이상룡, 이승만, 이시영, 이세영, 정재관 등 해외로 망명했던 39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서명했고, 이들 대부분은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에서 지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훗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김동춘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김동춘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둘째로 “북간도 3.1운동은 국내와 다른 특이성이 있다. 국내 3.1운동이 만세시위 운동으로 그쳤다면, 북간도에서는 민정·군정 통합, 지방자치단체와 자치군이 설립돼 지속적 투쟁을 이끌었고, 중국인들과 연대 및 러시아 연해주와의 연합이 있었다”며 “이 모든 과정의 기조에는 북간도 기독교와 교회가 있었다. 기독교와 교회가 이 모든 일에 주도성을 가졌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연해주와 훈춘 독립선언서는 기독교 정신을 드러낸다. 1919년 3.1운동 당시 나왔던 연해주와 북간도 훈춘 독립선언서는 당시 기독교가 독립운동에 얼만큼 관여됐는지, 당시 연해주와 북간도에서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며 “북간도 3.1운동은 교회를 위시해 기독교계 학교, 기독교 단체(국민회의 전신 간민회)가 주도하는 등 기독교가 주도했다”고 했다.

또 “북간도 독립선언서는 독립축하식이었다. 망명정부 설립과 함께 조선이 자주 독립국임을 선포하면서, 상해 임시정부 설립을 촉매했다”며 “상해 임시정부 결성과 독립군 연합,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승리의 근원이 됐다. 3.1운동 후 설립된 기독교계 독립운동 단체인 국민회는 여타 독립운동 단체들과 연합해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승리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셋째로 “북간도 3.1운동의 한국교회 적용점이 있다. 북간도 기독교인들은 만주 망명 후 ‘조국을 회복하자, 조국의 모델이 되자’는 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북간도를 조선 팔도로 나눠 마을을 만들고, 기독교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교회를 중심으로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 단체를 만들었다”며 “이에 3.1운동은 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났고, 기독교가 바탕인 독립운동 단체가 북간도 지역 항일운동을 견인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민족과 사회를 주도해야 함을 보여 준다. 정치 세력을 갖자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선도적 역할 즉 선도성, 선구자 역할을 감당하자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끝으로 “현재 한국교회가 이 시대를 선도하고, 선구자로서 보여 줘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한다. 북한의 문을 여는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 75년 분단이 긴 것은 아니다. 에스라·느헤미야는 100년이 넘었음에도, 잊지않고 기도하면서 예루살렘을 재건했다”며 “둘째로 결혼 출산 장려운동을 벌여야 한다. 셋째로 분열과 혐오 속에 조국 및 민족사랑 운동을 벌여야 한다. 넷째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는 연합운동, 하나 됨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권면했다.

◈3.1 정신과 오늘의 대한민국
민족자결주의, 아시아 평화 추구
기독교 문명 배경 근대 서구 유래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수함 입증

박명수 교수는 “우리는 3.1운동 하면 일본과의 싸움만 생각하지만, 이는 1차원적인 것이다. 3.1운동은 보다 고차원적 운동으로, 우리 한민족이 과거 봉건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 사건”이라며 “3.1 운동은 우리 민족 스스로가 과거 봉건 시대를 청산하고, 서구 근대 사회에 편입할 것을 스스로 결단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3.1 운동에서 나타난 새로운 정신은 기미 독립선언서와 대한민국 임시헌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립선언서가 일종의 선언이라면, 임시헌장은 이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며 “독립선언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로 우리가 독립국임과 자주민(자유민)이라는 것이다. 이 두 단어는 모두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서구 기독교에서 나왔다. 독립국은 중화질서나 대동아공영권과 다른, 서구 근대국가 개념이다. 자주민은 하나님에게서 천부적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의미로, 성경에 기초한 서구 기독교 문명에서 나온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박명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박명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그는 “둘째로 독립선언서 배경에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있었다. 통치자는 피통치자의 동의 아래 통치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곧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이라며 “셋째로 아시아 평화이다. 독립선언서가 천명한 한국의 독립은 일본의 야욕을 막아주고, 중국의 공포를 사라지게 만들어 아시아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세워질 나라에 대한 설계도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의 의미에 대해선 “첫째로 대한민국이 하나님의 뜻으로 세워진 나라임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전문 ‘신인일치로 세워진 나라’, 7조 ‘하나님의 뜻으로 세워진 나라’, 선포문 ‘앞으로 세워질 신국의 기초’ 등 대한민국이 하나님 뜻에 의해 세워진 나라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둘째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이다. 한민족은 시대에 따라 다른 정치이념을 택했다. 과거에는 특정종교를 이념으로 삼기도 했다. 1917년 세계는 볼셰비키의 공산주의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즉 민주주의로 나뉘었는데, 우리는 볼셰비키의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택한 것”이라며 “셋째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맹에 가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중화질서에 속했고, 다음 일본의 질서에 속했지만,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속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명수 교수는 “이 같은 3.1 정신은 기독교 문명을 배경으로 한 근대 서구사회에서 나왔다. 그 기초는 종교개혁으로, 교황으로부터 종교적 권리를 획득한 개신교는 이를 정치적 자유로 발전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미국 독립선언서”라며 “미국 독립선언서는 국가보다 개인이 먼저이고, 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생겨났다고 선언했다. 이 새로운 국가는 자유롭고 독립된 나라가 돼야 한다. 이 같은 미국 독립선언서는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이를 가장 잘 이해한 학생이 이승만”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3.1 정신과 자유 세계의 정신은 하나다. 3.1 정신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정신이고, 자유 세계의 정신이다. 그 정신은 연합국의 1941년 대서양 헌장과 1943년 카이로 선언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처음으로 한국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며 “이를 따라 해방 후 한반도 문제는 미소가 아니라 한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결정하도록 했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 1948년 유엔 총회가 대한민국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승인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가운데 국제사회가 합의한 내용을 가장 훌륭하게 성취한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필요한 3.1 정신의 의미로는 “대한민국은 과거 많은 왕조들과 달리 대륙이 아닌 대양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그 결과 자유 세계 안에서 가장 발전한 모범국이 됐다”며 “미국을 비롯한 자유 세계는 대한민국이 이데올로기의 최전선이라 생각했고, 여기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수함을 입증하려 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런 국제질서 가운데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오늘날 중화주의와 공산주의를 결합해 세계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부상은 마치 191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 3.1운동 당시 한국인들은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를 해친다고 주장했는데, 21세기 오늘날 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것은 중국”이라며 “1919년 일본이 민족자결주의를 무시하고 주변 국가들을 병합했듯, 지금 중국은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과 대만 등 주변 국가들의 주권과 자결권 등을 무시한 채 그들을 흡수하려 한다. 당시 국제사회를 향해 민족자결권을 요청했던 우리 한민족은 이들 주변국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지금 세계는 제1·2차 세계대전처럼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 세계가 여기에 맞서는 지역 패권세력(혹은 전체주의)과 싸우고 있다. 지금 동북아는 다시 미중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1919년 3.1운동이 자유 세계와 연대했듯, 현재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EU 중심의 자유 세계와 연대하고 있다. 특히 과거 껄끄러웠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 자유 세계와의 결속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지금 아시아에서 미국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민주주의와 기독교 정신을 공유하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1919년 3.1운동 당시 한국이 미국에 요구했던 것을 이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단계에 왔다”며 “1919년 3.1운동의 꿈은 1907년 대부흥운동 이후 한국교회가 가졌던 꿈, 아시아의 복음화와 더불어 우리 민족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질의응답과 임석순 회장의 인사,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의 축도, 총무 이옥기 목사(전 UBF 대표)의 광고 등이 진행됐다.

발표회에 앞서 열린 기도회에서는 김중석 목사(사랑교회 원로)가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사 60:1)’는 제목으로 설교 후 기도가 이어졌다. 기도 시간에는 임영섭 목사가 ‘한국교회를 위하여’, 이일호 교수(이스라엘연구소장)가 ‘우리나라를 위하여’ 각각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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