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노예제 배상금’ 요구하는 보고서 수용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흑인들도 하나님 형상’ 부정해 해악 초래한 것 사과해야”

▲저스틴 웰비 대주교. ⓒ람베스궁
▲저스틴 웰비 대주교. ⓒ람베스궁

영국성공회가 대서양 노예 무역과 관련된 역사적 관계에 대응하기 위해 10억 파운드(약 1조 7천억 원)의 기금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는 최근 보고서를 받아들였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독립 자문단의 감독 그룹은 4일(이하 현지시각) 보고서에서 “영국성공회가 ‘치유, 고침 및 정의를 위한 기금’에 투자한 1억 파운드(약 1,700억 원)는 “위원들의 기부금 규모나 도덕적 죄와 범죄의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토지 보조금을 제공하고 교육적·경제적 권한 부여 및 건강 결과에 중점을 둔 흑인 소유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막대한 기금을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영국성공회의 한 대변인은 “기금을 권장 금액인 10억 파운드로 늘릴 생각은 없지만, 초기 1억 파운드가 결국 성장할 씨앗 투자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수장이자 2022년 영국성공회와 노예제와의 연관성에 대해 사과한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 보고서에 대해 “다세대 대응의 시작”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영국성공회가 당초 계획했던 9년보다 더 빠른 올해 말에 기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일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아프리카 흑인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다는 사실에 대한 역사적 부정 때문에 초래된 해악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사 결과 영국성공회는 30년 동안 약 34,000명의 노예를 운송해 온 업체인 사우스씨컴퍼니(South Sea Company)에 40만 6,942파운드(약 7억 원)를 투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독립 자문단 의장인 로즈마리 말렛(Rosemarie Mallett) 주교는 “다른 기관들이 과거를 조사하고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도록 격려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지난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시위가 일어나자 영국성공회는 노예 제도와의 연관성을 조사했고, 웰비 대주교는 노예 무역과 관련된 모든 인물들의 교회와 대성당 내 동상과 기념물을 철거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기독교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일부 성공회 성직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웰비 대주교는 “조각상은 맥락에 맞게 배치돼야 한다. 일부는 내려와야 할 것이고, 일부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 교회, 즉 캔터베리대성당을 돌아보면 곳곳에 기념물이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보고 있고, 일부는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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