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모습 이대로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시편 37:1-8)”.
오늘 말씀은 “악인을 불평하거나 시기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권면으로 시작하여 “주의 충만한 인자하심을 의지하고 기뻐하여 잠잠하고 참으며 기다리라”는 적극적 권면을 통해 믿음의 바른 길을 밝힌 다음, “악인은 풀같이 곧 시들어 버리나 의인의 길은 형통하다”는 것을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공기와 좋은 물을 마셔야 하고, 인간들 상호 간 신실한 신뢰의 바탕으로 서로 공존하면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늘 아름다운 찬송으로 세상의 창조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완악한 사탄의 장난으로 서로 물고 뜯고 싸우며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근심을 드림은, 노아의 거대한 홍수의 물줄기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소돔과 고모라의 이글거리는 유황불이 마치 섬광처럼 노한 하늘의 굉음으로 번쩍이는 모습은 회개를 촉구하는 마지막 호소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4월 10일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대 대한민국 의회 정치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참한 현실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 야당은 어떤가요? 사당처럼 그 많은 사법리스크가 있어도 아무 소리 못하다, 이제 공천 기회를 주지 않으니 탈당하면서 그동안의 잘못을 들추고, 소신인 척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참으로 딱합니다.
선거제도 역시 나라의 안위와 국민을 위해야 하는데, 전문지식 없는 유권자들은 당만 보고 투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국민을 바라보고 봉사할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지역은 당 간판만 보고 거의 100% 뽑아주는 곳으로 전락해, 지역 친목계를 하는건지 분간이 힘들 정도입니다.
지금 내홍을 겪는 공천 잡음에 대해 야당 대표는 잘못되고 편향된 공천을 변명이라도 하듯, “부족한 부분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기존 당헌 당규와 공천 시스템에 따라 합당한 인물을 잘 뽑아 모든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 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공천관리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며, 자신은 또 다시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있습니다.
당을 오롯이 자신을 위한 방탄용으로 전락시켜 놓고, 공천받지 못한 당원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저들을 향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은 ‘사법 리스크’로 얼룩진 마당에, 다른 당원들이나 국민 앞에서 “공정하게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선거 제도 역시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자신들 필요에 따라 제도를 계속 바꾸는 행태는 더는 두고볼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 병립형비례대표, 권역별 비례대표, 위성정당 등은 다 무엇인가요?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공약했다가 좀 불리하다 싶으면 또 바꿔치기 하는 꼼수의 민낯은 이제 두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정의와 공정과 공평한 심사 제도를 도입해,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규정대로 지켜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정치 풍토는 언제쯤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의료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인 숫자 확대를 무조건 반대하며 사표를 던지고 병원을 나가버리고 있습니다.
최고 엘리트요 거액 연봉을 받는 의사들이 파업을 하겠다면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필수 요원들은 남겨놓고 파업을 하면서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할텐데, 자신들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 해서 1만여 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나갑니다. 심지어 인턴들까지 나가고 있다 하니, 정말 저들이 의사로서 자질과 인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사고를 당해 긴급한 수술을 요하는 환자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 해서 오롯이 환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는 의사로서 사랑과 봉사, 희생정신이 전혀 없는 분들임을 의미합니다. 이런 분들이 왜 의사가 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훌륭한 의사 장기려 박사는 부산 복음병원(현 고신대복음병원) 설립자 겸 초대원장, 제2대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장 겸 병원장을 역임하신 분입니다. 1968년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을 창설하고, 1977년 의무의료보험 출현 이전 임의 가입 의료보험 체제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의료보험조합을 탄생시켰습니다.
청빈과 봉사의 삶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바보의사, 한국의 슈바이처, 작은 예수’ 등으로도 유명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장기려 박사님의 에피소드는 넘치게 많습니다. 그는 홀로 별세할 때까지 개인 사택 하나 없이 고신대복음병원 옥탑방에서 기거해, 사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고 합니다.
오늘날 의사들이 좋은 환경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리며 생활하는 것은 장 기려 박사 같은 선배들의 거룩한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를 깨닫고 지금 이 시점에서 사명을 위해 돌아와 환자들의 곁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의 몸을 치료하듯 한 나라의 병을 치료하는 의국(醫局)의 정신으로 의술을 원숙하게 만든 구암 허준 선생은, 임진왜란으로 토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언해본의서>를 썼고, 인간의 윤리와 자연의 법칙을 결합하고 심신의 절제와 조화를 삶의 방법으로 제시한 <동의보감>을 편찬했습니다.
스승인 의성(醫聖) 유의태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로 대표되는 유교 사상 때문에 인체 내부를 공부할 방법이 없어지자, 어느 날 허준에게 얼음골로 오라는 파발을 띄웁니다. 부름을 받고 찾아간 허준 앞에는 왕골자리에 반듯이 누워 자진한 스승의 시체 위에, 유서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람의 병을 다루는 자가 신체 내부를 모르고는 생명을 구할 수 없다. 비록 병든 몸이나마 제자에게 주니 정진의 계기로 삼으라”는 유서를 읽고 허준은 스승의 배를 갈라, 환자의 병을 고치는데 크게 기여하며 본분에 충실했습니다. 스승의 결단으로 허준은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의사가 됐습니다. 이런 의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의사들이 환자들을 돌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헐벗고 굶주리며 억압과 절망 속에서도 의성 유인태, 구암(龜巖) 허준, 장기려 박사 같은 훌륭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지금처럼 안락하고 행복한 시대에는 도리어 진정한 의사를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불교계에서도 한시 바삐 의사들이 돌아오기를 권면하고 있는데, 정작 기독교 교계에서는 왜 침묵하고 있는지요? 교회 안에 의사들이 수없이 많을텐데, 그들을 믿음으로 잘 설득시켜 환자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권면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 사순절 기간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운동 기간입니다. 이번 사순절 크리스천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 다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총선은 자칫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므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사순절은 기독교에서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한 40일의 준비 기간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40일 간 겪으신 시험과 고난을 상기하고, 부활의 소망을 간직하는 시간입니다. 사순절은 로마가톨릭 교회, 프로테스탄트 교회뿐 아니라 다른 교파들도 지키는 전통 절기입니다.
2024년 사순절은 2월 14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부활절 전날인 3월 30일 토요일까지 이어집니다. ‘재의 수요일’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날로, 성도들은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거나 금식을 하고, 기부나 기도를 하면서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는 의식입니다.
사순절 기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그리고 부활에 대한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금식과 기도, 회개와 자선 등을 통해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시기입니다. 금식은 육체적 욕망을 억제하고, 영혼을 정화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기도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체험하고 도우심을 구하며, 회개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돌이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결심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사랑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억눌린 자와 소외된 자들을 섬기는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사순절 우리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의 창작품인 지구를 정화하는 일에도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물티슈 대신 손을 씻고 손수건을 늘 갖고 다니면서 닦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습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물티슈를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편리하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사용했음을 인지하고, 될 수 있으면 적게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종이컵 대신 컵을 사용하거나 비누 사용(샴푸·린스 대신 비누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1.5개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고체 치약이나 설거지 비누 사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하겠습니다.
플라스틱 대신 자연에서 나오는 수세미로 설거지를 한다면, 마음이 훨씬 더 가벼워질 것입니다. ‘나 하나쯤 실천 안 한다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마음을 비웁시다. 길에 널부러진 플라스틱을 비롯해 깡통, 일회용 컵이나 커피 컵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합니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커다란 움직임이 되고, 나로 인해 지구가 좀 더 편안한 숨을 쉴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일상에서 편리했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고치기란 매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고쳐나가면 우리 습관들이 바뀌어, 자연적으로 지구는 정화되고 우리는 ‘내 모습 이대로’ 주님께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도 광야에서 성령의 이끌림으로 고난의 40일 금식을 체험하시면서 유혹과 수난을 통해 단련되시며 비로소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을 받으신 뒤, 당신이 누구신지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유혹에서 자유로워지도록 도와주시며, 용기를 잃지 않도록 구원의 길로 인도하고 격려해 주시는 은혜는 참으로 감사하고 거룩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서 세례를 받는 것은 마치 변화산에서 변모돼 새하얗게 빛나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의 변모는 자연스러우십니다. 변신·화장·치장·포장이 아니고, 남을 속이는 것 또한 아닙니다.
우리 신앙인들 역시 그럴듯한 모습으로 꾸미기보다 세례 받은 자, 본래 모습인 ‘내 모습 이대로’로 돌아가야 합니다. 에덴의 낙원으로 돌아가, 죄를 끊고 선을 향하는 기억과 행실을 되살려야 할 것입니다.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