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내 안의 비판자와 격려자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한국 사회는 어려웠고, 부모님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을 해야 했다.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지친 탓인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명령과 통제, 강요와 비난으로 훈육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부모의 노력에 마치 보상이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요구를 당했다. 그런 부모 밑에서 훌륭한 아이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존감이 낮고 무기력한 아이들이 나오기도 했다.
한 남성은 아버지의 과도한 기대에 시달려야 했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듣고, 게으르다고 야단을 듣고, 성적이 잘 나오질 않았다고 야단을 들으면서 종종 멍청하다는 소리와 한심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란 이 남성은 아버지의 기대에 순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돈을 벌고 가정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데도 아버지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 늘 부족한 부분에서 잔소리를 듣기 때문이었다. 이 남성은 독립을 시도하려 빨리 결혼을 하게 됐는데, 그만 아버지처럼 강하고 자신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아내를 만나게 됐다.
어느 날 이 남성은 자신을 비판하는 소리를 듣고, 그 비판하는 소리가 계속 내면에서 들리면서 때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때로 너무 괴로워 자신을 학대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생각 외로 내면에 이런 비판자들을 한 명씩 데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내면의 비판자는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계속 비판하면서 완벽하기를 요구한다. 그 비판자의 소리는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아”, “그것보다 더 잘할 수 있잖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해”, “너와 내가 한 것은 항상 완벽하게 보여야 해” 와 같은 것들이다.
이런 완벽을 요구하는 비판자의 말은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최상이 되어야 하는 경쟁 상황이거나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판단받을 때 주로 활성화되어 나타나 당신을 괴롭히게 된다.
또 어떤 내면의 비판자는 죄책감을 계속 유발시킨다. 죄책감은 당신이 세상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한 존재로 보고 비난을 하여 무의식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신을 괴롭힐 수 있다. 내면의 비판자는 죄책감에 대해 다음처럼 비판한다. “너는 나쁜 놈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너는 다치거나 죽거나 했어야 해”, “어떻게 너는 이런 짓을 할 수 있었지!”.
주로 당신이 누군가에게 끼친 고통이 생각나는 상황 또는 가족에 대한 책임이 생각나는 상황 또는 당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상황 또는 당신으로 인해 실망한 사실을 자각하는 상황에서 주로 활성화돼 당신을 괴롭힌다.
이런 내면의 비판자의 목소리는 주로 한 번의 경험으로 되진 않는다. 어린 시절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권위자들을 통해 경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우리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영향력이 클수록 반복된 비판자의 목소리가 진리처럼 일상생활에서 역할을 한다.
어떻게 해야 이 내면의 비판자의 목소리를 자기 비판과 낙심과 좌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성장과 자신감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첫째로 내면의 비판자 대신 내면의 지지자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살면서 경험한 아주 좋은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 사람은 선생님일 수도, 친구일 수도, 상담사일 수도 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격려했는지를 기억하고, 비판자가 내게 하는 소리가 나에게 영향을 끼칠 때 지지자의 격려를 통해 소리를 바꾸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완벽주의 내면 비판자가 비판을 한다면 격려자를 떠올리며 다음 같은 표현을 해줄 수 있다. “이 정도면 됐어”, “그것이 세상의 끝은 아니야”,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너야”,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어”.
또 죄책감의 내면 비판자가 비판을 한다면 격려자를 떠올리며 다음처럼 스스로에게 표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충분히 고통을 받았어. 이제 네 자신을 용서할 시간이야”, “과거는 과거야“, “후회는 네가 한 행위에 대한 것이지, 네 존재에 대한 것은 아니야”.
평소 비판자의 목소리가 자신의 내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 이런 훈련이 그냥 되기 어렵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비판자의 목소리를 낮추고 격려자의 목소리를 커지게 해야 한다.
둘째로 내면의 비판자 목소리가 평소에 너무 커서 늘 우울하고 비관적인 사람일 경우, 내면의 격려자의 목소리가 더 커지도록 하기 위해 매일 훈련해야 한다. 여기서는 일지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어떤 상황에서 내면에 있는 비판의 목소리가 활성화돼 마음이 괴로웠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내면의 어떤 비판 목소리가 활성화돼 나를 비난했는지, 그때 나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내면의 지지자를 기억할 수 있었는지, 비난의 목소리를 어떻게 격려로 바꿀 수 있었는지, 혹시 적절치 못했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내면의 지지자가 나를 격려할 수 있을지 등을 기록해 본다.
이렇게 기록하다 보면 내 안의 비판자의 목소리도 그냥 하나의 생각일 뿐, 그것이 큰 힘을 가진 통제자로 마음 전체를 다스리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내면의 비판자의 소리들은 사람으로 하여금 비판을 받고 나서 자극을 받아 개선을 하여 발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낙심하게 하고 무기력감에 빠지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 부모 또는 권위자로부터 들었던 비판의 목소리 때문에 지금 행복하지 않게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더 이상 내면의 비판 목소리가 나를 우울하게 또는 무기력하게 비난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 안의 격려자가 떠 큰 목소리를 내 앞으로 더 나아가서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하자.
“내 모습 이대로 괜찮아”, “앞으로 더 성장할 거야” 등 격려의 목소리가 비판의 목소리를 이겨내는 날,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