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크리스천의 언어와 영성
언어의 영성
마르바 던 | 오현미 역 | 좋은씨앗 | 296쪽 | 16,000원
참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언어의 영성’이라니. 부제 ‘오염된 신앙 언어의 회복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들’이 하나의 힌트를 제공했다. 이 책은 언어학이나 신학을 언어로 정리한 책이기보다, 현재 잘못 사용되고 있는 신앙 언어를 바로잡는 내용일 것이라 추측이 가능했다.
마르바 던은 기독교 윤리학과 성서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신학자, 저술가, 교회 음악가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주었고, 이 책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신체적 질병과 장애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신앙 지식을 삶에 실천하는 일에 힘썼던 사람이었다(2021년 소천). 그녀는 유진 피터슨과 함께 책을 쓰기도 했는데, 그 외에도 제법 많은 책이 국내 소개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이 책이 어떤 책이냐고 물을 때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차례만 훑어 보면, 1부 하나님의 속성, 2부 인간과 세상에 하나님이 필요한 이유, 3부 하나님의 행위로 구성되어 있고, 하나님, 예수님, 인자, 말씀, 성부, 성령, 원죄, 교만, 심판, 사탄, 지옥, 창조, 성육신, 시험, 대속, 구속, 칭의 등 조직신학 책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밝힌 것처럼 “이 책은 교리를 설명하는 조직신학서나 성경의 주해서가 아니다”(11쪽). 저자가 자신의 한계와 다루고 있는 과업의 거대함을 인정하면서 밝힌 이 책의 목적은 “언어라는 것에 대해 계속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21쪽).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되 성삼위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고, “하나님과 우리 이웃을 향해 더 깊은 사랑을 품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저자는 간절히 바란다(21쪽).
죄가 인간에게 속한 모든 것을 오염시킬 때, 인간의 삶과 관계, 영원한 운명뿐만 아니라 언어도 오염시켰다. 우리는 영미권에서 ‘God’이나 ‘Jesus’ 등이 너무 무의미하게 사용되는 것을 본다. 심지어 매우 망령된 방식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저자 마르바 던은 여러 신앙 언어를 진지하게 점검해 보기를 원한다. 교회에서 혹은 교회 밖에서 그리스도인이 사용하는 여러 신앙 언어가 어떤 식으로 오용되고 있는지, 실제로 우리가 회복시켜야 할 언어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렇게 할 때 단지 신학적 의미만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지향해야 할 바른 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나는 현대 기독교 신앙에서 언어가 오염되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잘못된 신학을 말하면 신학적으로 잘못 살게 된다. 우리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 그리고 신앙 공동체들이 우리의 신앙 유산 가운데 의미심장한 단어들을 배척하거나 오용할 때, 우리 기독교는 위축되거나 쇠약해진다(16-7쪽)”.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느린 속도로 읽을 필요가 있다. 내용이 어렵고 깊이 고찰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자가 바로잡으려는 각각의 신앙 언어를 단숨에 읽어버리는 것보다 하나하나 멈춰 정말 그 용어가 어떻게 오염되었는지, 기독교 혹은 독자 스스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성경의 관점에서 용어의 의미를 되찾으려 할 때, 그 필요성에 절감하고 동시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몇 가지 전제 아래 이 작업을 진지하게 진행한다.
①전통적·정통적·보편적 신앙은 믿을 만 하고 ②신앙의 본질은 달라질 수 없으며 ③신앙은 무작정 수용될 수 없고(많은 고민과 씨름, 교정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④신학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성도들이 애써야 할 문제이고 ⑤믿음의 조상들에 의해 내려온 기독교 신앙의 전통은 가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저자는 전통적이고 본질적인 신앙 언어의 특징을 성경을 통해 되찾고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사람에게 마르바 던의 <언어의 영성>은 지극히 개인적인 책으로 와 닿을 수 있다. 여러 주제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체계화하거나 역사적으로 기독교가 가르친 내용을 정리한 전문적이 아니라, 저자가 느끼는 오염된 신앙 언어의 문제점, 그리고 저자가 생각할 때 성경적으로 되찾아야 할 언어의 본래 의미에 관한 설명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 적용되는 신앙 언어를 강조하면서 저자는 신앙의 실천적인 측면을 자기 간증과 더불어 자주 제시한다.
하지만 바로 이런 특징 때문에 독자는 저자의 방식이 바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언어를 생각할 때 계속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며, 어떤 신앙 언어를 사용하든지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 개인과 이웃의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독자가 저자의 본을 따라 자신만의 노력, 언어의 영성을 성경으로 되찾는 일에 정진하는 일에 이 책이 유익을 끼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