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영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공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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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과 생명윤리 4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의사평론가,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의사평론가,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윤리학을 크게 이론윤리학과 응용윤리학으로 나뉜다. 생명윤리는 응용윤리에 속한다. 생명윤리 문제를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 몇 가지 접근방법이 있다. 의무론, 결과주의, 원칙주의, 덕윤리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의무론은 결과보다는 행위자가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윤리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인간은 수단이 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자율적이고 이성적이고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거나 자율성이 훼손되는 모든 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의도와 수단이 정당하면 비록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윤리적으로 합당하다고 본다.

의료 현장에서 수술이나 치료의 결과가 안 좋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의료진이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비록 결과가 기대보다 좋지 않고 때로 사망에 이르더라도 의료진의 행위는 윤리적으로 합당한 것으로 본다. 때로 성도들이 주의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만들고 이루어 놓은 결과가 아닌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분이시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결과주의는 어떤 선택이나 행동에 의해 나온 결과들을 분석해서 윤리적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다. 즉,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옳은 행동이다. 의도와 방법이 무시되고 물질적 가치와 결과만을 최선의 가치로 여긴다. 공리주의가 대표적인 결과주의다.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공리적인 것으로 정의한다. 결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원칙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원칙 자체를 만들고 순위를 정하고 적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을 무시하기 때문에 결국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개인의 인권침해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예수님의 발에 값비싼 향유를 부은 여인을 비난하는 가룟 유다와 제자들의 판단은 전적으로 공리주의적 판단이었다. 예수님을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하기에 자신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을 바친 여인의 신앙이 결과주의에 서 있던 제자들에게 외면당했다.

“제자들이 보고 분개하여 이르되 무슨 의도로 이것을 허비하느냐 이것을 비싼 값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하거늘”(마25:8, 9)

원칙주의는 이름 그대로 도덕적 의사결정의 근거로 원칙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비첨과 차이드리스가 주장한 의료윤리 4원칙이다. 자율성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으로 이 원칙들은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쉽게 적용할 수 있어 상당히 유용하다. 네 원칙 중에서 자율성의 원칙이 나머지 세 원칙보다 우선시하는데 반드시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때때로 네 가지 원칙이 서로 상충하기도 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준이나 과정이 필요하다.

크리스천에게는 일일이 다 문자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내가 지금 결정하고 시행할 계획이 하나님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람의 눈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판단해 보는 것이다.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쁨을 구하였다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갈 1:10)

도덕윤리는 어떤 규칙이나 법칙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도덕 행위자의 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습관과 덕을 갖춘 의사는 옳은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덕을 지닌 개인도 간혹 구체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불확실할 때가 있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크리스천은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심을 가지고 행동한다. 지속적으로 크리스천의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윤리적 민감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성경의 가르침과 묵상을 통해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3)

이 네 가지 접근법들은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중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공리주의다. 최대 다수의 최대의 행복을 내세워 윤리적 기준을 무너뜨리거나 후퇴하기도 한다. 공리주의 입장에 서게 되면 미끄러운 경사길로 떠밀리게 된다. 최근 유전자 조작을 통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첨단 신기술은 돈벌이와 연결되어 있다. 유전자 조작과 연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창조물의 고유한 유전자를 변형시켜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 특별히 생식과 관련된 유전자 조작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특허를 통한 상업주의가 힘을 얻어가면서 넘지 말아야 할 윤리기준을 훼손하고 있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의사평론가,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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