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있는교회가 설립한 아이즈필름, <버스> 이후 13년 만에
심은우·지현준 등 실력파 배우 ‘노개런티’ 열연
종교적 색채 띠지 않아 비기독교인에 접근 유리
각 교회·선교지서 복음 전하는 통로·도구 되길
‘영화설교’로 유명한 꿈이있는교회(담임 하정완 목사)가 설립한 영화사 ‘아이즈 필름’의 데칼로그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가 영화 <버스> 이후 무려 13년 만에 시작된다. 이번 영화는 십계명의 제1계명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두지 말라”(You shall have no other gods before me)를 해석한 영화 <노래>다. ‘데칼로그’는 ‘십계명’을 뜻하는 말로, ‘데칼로그 시리즈’는 십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기독교 신자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쉽게 설명하는, 선교사와 선교지를 위해 기획된 영화다. 영화 <노래>는 총 5개의 클립이 준비됐다.
영화 <노래>의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에 있는 이승헌 감독이, 기획·시나리오는 하정완 목사가, OST 및 음악은 황동찬 음악감독이 맡았다. 또 실력파 배우이자 꿈이있는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지현준·심은우를 비롯해 구시연·전호현·김홍부 등 GAS(God's Actor's Service) 팀이 참여했다. 영화의 포스터 제목 캘리그래피는 ‘정도전’, ‘미생’, ‘의형제’ 등에서 실력을 뽐냈던 강병인 서예가가 맡았다.
영화 <노래>는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한 남매의 이야기다. 어느 날 동생(심은우 분)이 대형 기획사에 스카우트되며 가수로서 핑크빛 미래를 그려 본다. 그러나 결국 기획사에서의 연습과 생활 속에서 노래의 즐거움을 잃게 되고, 진짜 노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5일 시사회를 앞두고 꿈이있는교회에서 만난 하정완 목사는 영화 <노래>를 ‘그냥’ 보면, “왜 ‘데칼로그 시리즈’인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얼핏 보면 전혀 기독교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 뜬금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획적 영화이기 때문”이라며 “청년과 비신자가 볼 수 있는 일반 영화 속에 기독교적 코드를 넣었다. 숨겨진 복음의 은혜를 찾아내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영화 <노래>의 말미에 나오는 곡의 소절은 하 목사의 고백이기도 하다. 원곡은 ‘꽃피는 하늘 꿈꾸듯’으로, 하정완 목사의 20대 끝자락에 만들어진 곡이다. 하 목사는 20대의 삶을 ‘고통 자체’였으며 ‘희망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더 이상 세상의 어떤 추구도 희망이 될 수 없음을 깨닫던 그 시절의 그는 희망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전도사의 길을 택했고, 결국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됐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을 때 십계명을 주셨는데, 첫 번째 계명이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입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우선순위 명령이란 뜻입니다. 이는 사실 배타적이고 독선적 명령처럼 보이지만 강요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죽게 된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독생자 예수를 내어 주시고 대신 죽으시고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이것은 강요가 아닌 사랑입니다.”
하 목사는 “다른 신들을 섬기지 말라는 것은, 우리는 하나님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 우상을 섬기고, 세상의 부귀영화가 목적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물질, 돈, 명예 등에 기울어가다 하나님을 잃는다. 그러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하지 않고 공허하고 허무하다.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품 안에 거하기 전에 참된 쉼이 없다’고 고백했다. 영화는 종교다원주의라는 현 시대에 ‘참된 행복과 기쁨, 만족의 개념이 세상에 있느냐?’고 물음을 던지고, 오직 우리가 부를 한 노래이신 하나님, 그분을 노래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이승헌 감독은 “오랫동안 기도했던 <노래>를 통해 영화 사역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영화 스토리는 어렵지 않다. 살면서 겪는 이야기다. 중요한 몇 개의 포인트를 깃발로 잡아 주면 그 사이에 있는 내용들을 각자 경험에 비춰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자 어려웠던 점은 기독교적 메시지가 직설적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첫 번째 시리즈 <버스>는 ‘살인하지 말라’로,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윤리적 메시지로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신을 믿지 말라’는 것은 정확한 메시지다. 제게 무겁게 다가온 메시지이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얘기해도 어려운 메시지인데, 이를 영화 안에 녹여서 해석이 나오게끔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목사님이 아니었으면 방향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장 큰 시도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빼는 일이었다. 픽션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선 인물 설정이 들어가고, 이름, 성, 직업이 세분화되어야 하는데, 이름이 빠져야 했다. 어려웠지만, 모든 사람이 대입될 수 있는 점이 있다”며 “제 세계를 만들려 하는 경향과 부딪히고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신앙적으로 많이 고민하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또 황동찬 음악감독을 언급한 이 감독은 “음악 영화에서 음악감독은 하나의 큰 연출자다. 제가 많이 의지했다”며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때에,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과 함께 하나님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이 제겐 의미가 컸다. ‘우리가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같이 얘기했다. 단순히 고용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아닌, 동료이자 친구였다. 제 또래의 신앙이 깊은 친구를 만난 것은 제게 큰 자산이자 경험”이라고도 말했다.
종교적 색채를 제외하고 십계명의 1계명을 녹아낼 수 있던 데에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거기다 배우들은 꿈이있는교회의 교인들로, ‘노개런티’ 출연했다.
하 목사는 “일반적으로 교회가 배우가 없어서 콘텐츠 생산을 하기 어렵다. 비용이 엄청나게 드니 무명이나 아마추어 배우를 쓸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이 영화는 모든 출연진이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주님의 일이어서 한 것이다. 중요한 헌신이라 생각한다. 현장에 알려진 배우들이 단편에, 특히 하나님의 일을 위해 영화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용기다. 너무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잘 사용하시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영화 제목이 <노래>인데, 실제 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단편영화이기에 씬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고, 노래만 담을 수 없었다. 욕심을 냈다. 감정과 이야기를 다 소화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야기가 완성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들의 수고와 노력이 감동스러웠고 죄송하기도 했다”고 했다.
리딩할 때에는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 감독은 “교회에 모여, 거의 새벽까지 집에 가지 않고 토론했다. 신앙적인 것,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무게에 대해 내면의 기도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누가 나쁘고 좋다는 것이 없게끔 하려 했다. 수많은 가치와 흔들림 속에서 신앙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각자 고민과 삶의 이야기를 대변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신앙, 어떻게 성숙한 신앙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작품이 더 의미가 있던 것 같다. 연기를 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자리에 함께한 심은우 배우는 “서울 생활에 적응하면서 교회가 힘이 되었었는데, 작품 활동을 쉬면서 교회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목사님이 출연 제의를 하셔서, 교회 일이고 하나님의 일이니 시나리오가 별로라 하더라도 하려 했는데, 대본을 받아 보니 너무 좋았다”며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작품을 하면서 많이 회복된 것 같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이 감사했다. 이 영화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영화가 목적대로 잘 쓰임받길 바란다”고 했다.
아이즈필름 측은 영화 <노래>를 여러 단편영화제에 출품하고, 또 교회와 선교지, 청년 집단 등에 영화와 함께 설교 원고를 배부할 예정이다. 데칼로그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버스>도 함께 묶어 소책자로 만들 계획이다.
하 목사는 “가장 큰 목적은 각 교회, 선교지에서 자유롭게 영화를 사용해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복음을 접할 수 있는 통로, 도구가 되길 바라며, 귀하게 사용되기를 기도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세상에 내어 놓는다”고 전했다.
한편 데칼로그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는 10여년 전에 나온 영화 <버스>다. 이는 십계명의 제6계명 ‘살인하지 말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영화로,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아 제작했다. 당시 <버스>는 부산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경선작, 환태평양 영화제 최우수 단편상, 광저우영화제 은곰상 등을 수상했다. 연출을 맡았던 장재현 감독은 그 후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파묘>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