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로운 유형의 복음주의 유권자들과 연결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로 교회 공동체와 유대가 느슨해진 가운데, 소셜미디어의 유명 인사와 팟캐스터, 비주류 예언자, 정치인들로부터 개인의 영성을 훨씬 넘어서는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어 “특히 이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굳게 믿고 있다”며 “트럼프는 교회에 거의 또는 전혀 가지 않는 백인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트럼프는 스스로 복음주의를 종교적 실천이 아닌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모델이 됐고, 2020년 자신을 “더 이상 장로교인이 아닌, 복음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된 전통인 ‘초교파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회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올 가을 해리스X(HarrisX)가 데저레트뉴스(The Deseret News)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공화당원의 절반 이상이 그를 ‘신앙인’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어떤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보다도, 또 평생 가톨릭 신자로서 미사에 자주 참석하는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미국 내 교인 수는 기독교인, 특히 역사적으로 미국 종교의 중심이었던 개신교 미국인의 비율과 함께 수십 년 동안 감소해 왔다. 20세기 중반에는 미국인의 68%가 개신교인이었으나, 2022년에는 그 비율이 34%로 줄었다.
이러한 교회의 쇠퇴는 대부분 자유주의적 주류 개신교단에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자칭 복음주의 교회 출석률도 감소해, 2021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교인 수가 미국인의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초교파 교회의 전 담임목사이자 최근 저서 ‘교회로부터의 대이탈’(The Great Dechurching)의 공동저자인 마이클 그래함(Michael Graham)은 “이것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종교적 변화”라고 했다.
NYT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특히 아이오와주에서 두드려졌다. 아이오와주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자칭 복음주의자들은 여전히 공화당 정치에서 영항력 있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으나, 10년마다 실시되는 미국 종교인구조사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이 주의 교인 수가 다른 어느 주보다 급격하게 13%나 떨어졌다.
한때 신실했던 일부 교회 출석자들은 이제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며, 어떤 경우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교회에 온라인으로 헌금한다. 예배에 출석하는 습관을 전혀 회복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이 밖에 고령화, 어린이·청소년 스포츠 활동 증가 등도 요인으로 꼽혔다.
NYT는 “그런 가운데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성격도 달라져, 과거에 교회를 꼬박꼬박 다니던 이들이 교회보다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음주의적 정체성의 변화는 또한 수십 년 동안 대형교회, 기독교 미디어 회사, 신앙 기반 조직에서 직책을 맡아 공화당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위협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이제 정기적으로 꼬리표에 붙는 정치화된 정체성이 어느 정도 자기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