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선동’ 혐의로 체포된 스리랑카 목회자, 3일 만에 석방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설교 영상에서 ‘종교적 감정을 선동한’ 혐의로 지난달 1일(이하 현지시각) 투옥됐던 스리랑카의 한 목회자가 3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스리랑카 당국은 콜롬보 ‘영광의 교회’(The Glorious Church in Colombo) 담임인 제롬 페르난도(Jerome Fernando) 목사를 체포했다. 법원이 그를 체포하지 말라고 명령한 이후였다.

그는 현금 보석금 50만 루피(약 202만 원)와 2건의 개인 보석금 1,000만 루피(약 4,039만 원)를 내고 석방됐으며,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교회들이 페르난도 목사와 연대하며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는 “오늘은 그 사람이지만 내일은 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페르난도 목사와 연대한다”며 “당국과 종교 지도자들이 점점 스리랑카 사람들의 태도를 기독교 공동체에 반하도록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은 느리게 처리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불행한 점은 교회가 이러한 공격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제롬 페르난도 목사.  ⓒKeshia Kumaresan/Creative Commons

▲제롬 페르난도 목사. ⓒKeshia Kumaresan/Creative Commons
스리랑카 전국기독교복음연맹(NCEASL)도 12월 2일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편협함 및 침해의 증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NCEASL은 성명서에서 “정부 관리들은 해당 표현이 실제로 폭력이나 차별을 조장하는지 철저히 평가하지 않고 ICCPR법 제3(1)항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ICCPR법은 인권 보호를 우선시하고 취약계층을 폭력 선동으로부터 보호하기보다는, 비판이나 모욕으로부터 종교나 신념을 보호하기 위해 자주 발동됐다”고 했다.

NCEASL은 당국에 페르난도 목사에 대한 기소를 철회할 것을 호소하고, 개인이 민주주의에 걸맞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페르난도 목사의 기소와 관련, 그의 행동이 ICCPR 협약에 기초한 스리랑카의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2007년 스리랑카 ICCPR법 56조 3(1)항에 따라 “어느 누구도 차별·적개심·폭력을 선동하는 전쟁을 전파하거나 국가적·인종적·종교적 증오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부분에 근거해 페르난도 목사를 체포했다. 그리고 그는 형법 291B항과 2007년 ICCPR법 56항 3(1)항에 따라 모든 계층의 종교적 감정을 격분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 4월 30일 공개된 페르난도 목사의 주일 설교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되자, 그가 불교·힌두교·이슬람교 공동체의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일부 언론이 “그가 설교에서 ‘부처가 예수를 찾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교 신자들 사이에 소란이 더욱 커졌다.

이후 5월 중순 라닐 위크레마싱헤(Ranil Wickremesinghe) 스리랑카 대통령은 중앙정보부(CID)에 불만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대통령은 사갈라 라트나야케(Sagala Ratnayake) 국가 안보 고문에게 그러한 발언이 종교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불교전선(Nawa Bikshu Peramuna) 등은 스리랑카 경찰청 범죄수사국(CID)에 페르난도 목사의 체포를 요청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불교 지도자 엘 구나완사 테로(Elle Gunawansa Thero)를 비롯한 여러 단체는 대법원에 페르난도 목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경찰 감찰관(IGP)에게 그를 체포하라고 명령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페르난도 목사는 5월 26일 자신의 설교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체포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또한 스리랑카 헌법 제10조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원서에서 불교·힌두교·이슬람교 성직자들과 종교적 감정에 상처를 입었을 모든 이들에게도 사과하고, 이후 8월 18일 그의 부모는 그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페르난도 목사와 그의 가족은 콜롬보 요새 치안 법원이 그에게 해외 여행 금지 명령을 내리기 이틀 전 가까스로 국외로 탈출했다.

항소법원은 11월 17일 페르난도 목사의 출국과 관련, CID 사이버범죄수사부에 페르난도 목사의 귀국 후 48시간 이내에 진술 내용을 녹음하라고, CID에 그를 체포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도 목사는 11월 29일 싱가포르로 돌아갔고, 다음날 CID 사무실에 보고해 진술서를 기록했다. CID 사무실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체포된 그는 곧바로 콜롬보 포트 치안법원에 소환됐다. 법원은 12월 13일까지 그의 구금을 명령했다가 이를 12월 27일까지 연장했고, 12월 27일에 1월 3일까지로 추가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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